제3회 춘하추동 작가상
시부문
개성이 있는 깊은 울림의 작품
김 석 철
(문학춘하추동 고문)
제3회 춘하추동 작가상 시부문에는 2025년 『문학춘하추동』 가을호(제11호)에 실린 송일석(남) 시인의 시 「침묵의 강을 걷다」와, 역시 여름호(제10호)에 실린 조경례(여) 시인의 시 「봄날」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되었다.
먼저 송일석 시인의 시 「침묵의 강을 걷다」에서는 동굴 속 고요와 물방울의 오래된 흐름을 통해 시간, 무명, 침묵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이 시는 자연의 침묵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과 겸허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동굴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단순한 묘사를 넘어, 시간·무명·존재의 근원을 사유하게 만드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언어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상징성이 풍부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고요 속에서 자기 존재를 돌아보게 한다.
도입 단계에서 물방울이 돌 속에 꽃을 피운다는 이미지는 시간의 축적과 자연의 인내를 상징하며, 인간의 짧은 생과 대비되며, 영원과 순간의 긴장을 드러낸다.
이어서 형상을 만든 ‘무명의 손길’은 인간의 이름보다 더 깊은 창조의 힘을 암시하며, 이는 자연 혹은 존재의 근원적 힘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마무리에서 화자는 자신의 생을 "오래된 침묵"에 맡기며,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겸허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렇게 시는 대상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시키거나 변용시켜서 만드는 재창조의 신묘한 예술품이다.
다음, 조경례 시인의 시 「봄날」은 가슴 뭉클함을 주는데 어머니의 희생'과 '순환하는 계절'을 연결해 아주 밀도 높은 서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꽃'을 아름다움으로만 보지 않고 어머니의 고통과 인내로 치환한 시각이 매우 날카롭고도 따스하다.
이 작품에서 벚나무 가지가 꽃을 피우는 고통을 '어머니의 눈물'로, 그 눈물이 다시 '노란 개나리'로 피어난다는 설정은 생명 탄생 이면의 희생을 절묘하게 포착한 것이며, 벚나무(눈물) → 개나리(청춘) → 봄 햇살(춤)의 흐름은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자식이나 다음 세대를 위한 '찬란한 봄'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매년 오고 가며 세상은 변하지만, 정작 그 봄을 만들어낸 “어머님 시간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라는 표현은 자식을 위해 자신의 성장을 멈추고 헌신해온 모든 어머니의 삶을 단 몇 줄로 함축한 문장이라 가슴이 아릿해진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는 ‘비워냄과 순응’, 즉 어머니가 모든 진액(봄/청춘)을 자식에게 내어주고 남은 맑고 투명한 시간과, 다시 찾아온 봄 앞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조용히 물러나는 뒷모습을 그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언어가 군더더기 없이 맑고 투명해서, 읽고 나면 마음이 깨끗하게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드는 개성 있는 작품이다.
이상으로 제3회 춘하추동 작가상에 선정된 송일석 시인과 조경례 시인 두 분께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한국 문단을 빛내는 훌륭한 시인이 되어주시길 당부드린다.
심사위원 : 고현숙, 송귀영, 장사현, 김석철(선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