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별 시인의 ‘하이힐’을 읽고
하이힐
금별
목발이 길을 걷는다
굽이 높으면 그렇다
오를수록 목발이 힘겹다
한 번 짚고 나오면 쉬 벗을 수도 없고
고르지 않는 길을 탓할 수도 없다
걷는 품새가 위태위태
저 혼자 넘어질뻔한 적도 여러 번
앞서가는 길이 내 낌새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흔괘히 높이를 버텨낸다는 느낌이다
목발이 나를 부축하듯 겨드랑이가 들린다
높고 화려함 뒤엔 보이지 않는 뒤틀림이 있으니
폼생폼사라고 할까
다시 떨어지더라도 높이 올라가고 싶은
장대 높이뛰기라고 할까
돌 틈에 굽이 물린다
문을 닫다 낀 내 발가락이다
☞ ‘다시 떨어지더라도 높이 올라가고 싶은 / 장대 높이 뛰기라고 할까’ 시안은 여기에 있다. 시의 심장이다. 우리는 더 높이 올라가는 욕망을 지니고 살아간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고 싶은 하이힐, 인간은 모두 하이힐을 지니고 있다.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높이 올라가면 어지럽다. 내 능력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자리, 그 자리는 언제고 무너지게 된다. 그러니 제 분수를 알고 중용하라는 선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본다.
하이힐
금별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이지
굽이 더 높이고 생활의 언덕을 오른다
힘겨워도 한 번 신으면 쉬 벗을 수 없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고르지 않는 길을 탓할 수도 없다
위태위태, 넘어질 뻔한 적도 여러 번
자존심을 버릴까. 조금 내려볼까 하다가도 다시 높아진 발목
자존심을 벗는다
높고 화려함 뒤엔 보이지 않는 뒤틀림이 있다
문에 끼어 멍든 발가락
내일은 높아진 하늘을 보리
☞ 조금 각도를 달리해 보자.
하이힐
금별
나를 받치고 있는 하이힐
더 높은 곳을 향한 아우성
더 높은 구름을 만나고 싶어
더 높은 바람을 만나고 싶어
콧대가 더 높아질 때까지
더 높아지는 하이힐
이 세상에서 더 높아질 수 없는
하이힐은, 바벨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