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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습 격
용사 바하무드 자이드라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자이드라. 이 나라는 검의 나라라고 할만큼 검이 성해지고 있
었다. 자이드라에 위치한 마을 네갈. 이 고요하기 없는 마을에 한 줄기의 기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
소년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냥 휘두르는 것 같지만 일정한 방식을 맞추어 휘두르고 있었다. 그 소년의
머리에는 머리띠하나가 있었다. 그 머리띠는 불꽃같이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는 기합을 내지르며 목검을
휘둘렀다.
그 소년이 있던 숲과는 정 방향에 있는 마을의 입구에 위치한 넓은 공터에도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얼굴도 알아볼 수 없었고 푸른 색 로브를 걸치고 있었고 손에는 장갑도 있었다. 장
갑을 낀 소년의 손에는 나무 지팡이하나가 있었다. 나무 지팡이 끝에는 보석이 하나 박혀있었고 소년은 가끔
중얼거리며 마법을 외우는 듯 했다. 그 소년이 중얼거릴 때마다 나무 지팡이에 박힌 구슬이 빛을 띠었다. 그의
머리에도 머리띠가 있었는데 아까 소년의 머리띠와는 달리 푸른 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소년이 중얼거리다
고개를 들고 손을 내밀었을 때 붉은 불꽃과 함께 그의 모자가 날아갔다. 그의 손에서 나간 붉은 불꽃은 날아
가다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놀랍게도 아까 붉은 머리띠의 소년과 똑같았다. 단지 좀 음침해 보일
뿐이었다.
그 소년이 자신의 모자를 줍고는 다시 뭐라고 중얼거릴 때 마을에서 종이 울렸다.
뎅 뎅 뎅
맑고 청량한 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을밖에 있던 두 소년은 그 종소리를 듣더니 급히 마을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출발은 둘 다 똑같았다. 그들은 마을 중앙에 위치한 분수대를 향하여 뛰고 있었
다. 그들이 뛰어가는 것을 보고 상점에서 사람이 나와 말했다.
"여어, 힘내라. 오늘 또 라이샤에게 질 수는 없지 않느냐."
푸른 색의 머리띠를 두른 소년에게 잡화점에서 나온 배불뚝이 사장이 말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
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붉은 색의 머리띠를 한 소년에게 대장간에서 대장장이가 나오더니 잔뜩 근육을 보이고는 말했다.
"너 라이샤! 오늘 지면 넌 나와 팔씨름을 해야한다!"
"으악 아저씨! 그것만은 안돼요!"
라이샤라 불린 소년이 한마디 외치며 지나갔다. 곧 마을 중앙 분수대가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분수대에
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근육이 부풀러 있어 굉장히 셀 것 같은 사내는 얼굴에 짧게 수염을 기르고 있어 유
부남인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 나라 자이드라에서는 성인이 되어야만 수염을 기를 수 있었다. 그 사내는 눈
을 감고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셋, 둘, 하나!"
그가 이렇게 외치며 눈을 번쩍 떴다. 그가 눈을 떠보니 이미 두 소년은 분수대에 도착하여 헉헉대고 있었다.
사내가 말했다.
"오호. 제법이야. 이제는 시간을 지킬 줄 아는군. 그럼 이제 바꾸어 볼까?"
이 사내는 지금 쌍둥이인 이 두 소년의 아버지였다. 그의 이름은 가이샤로 본명은 가이샤우샤 퍼라스 였다.
가이샤가 두 소년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자,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가자구나."
"헉 헉 예... 헉 아버지...... 헉."
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던 소년이 말했다. 마을에서 이 분수대까지는 별로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1분만에 왔
기에 거의 모든 체력을 소비한 후였다. 하지만 그 옆에 서 있는 목검을 휘두르던 소년은 심호홉을 하고 숨결
이 고르게 되어 있었다.
지금 붉은 띠를 두른 소년이 바로 쌍둥이중 형인 라이샤로 본명은 라이샤우샤 퍼라스 이다. 부르기 귀찮다고
그의 할아버지가 그렇게 줄여 버렸다고 한다. 푸른 띠를 두른 소년은 쌍둥이중 동생인 마이샤이다. 본명은......
내가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쌍둥이들의 아버지인 가이샤는 홀아비다. 그는 홀아비이지만 아들
들을 잘 키워냈기에 마을 아주머니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는 용병생활을 한 적이 있어 자신의 아들들에게
검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이샤가 검을 싫어해서 지팡이를 주긴 했지만......
그들은 마을 외곽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거의 벗어나자 오두막 두 채가 보였다. 한 오두막은 자신
들의 집이었고 한 오두막은 쌍둥이들의 소꿉친구인 민트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민트는 붉은 단발머리를 한
귀여운 소녀이지만 쌍둥이들은 민트를 소년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민트는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귀여움을 떨
고 난리를 피우지만 쌍둥이들과만 있으면 그런 태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민트의 말이라면 쌍둥이
들은 거역하지 못했다.
원래 이 오두막들은 가이샤가 모두 지은 것이었다. 한 채는 원래 창고로 쓸려고 했지만 미인인 민트어머니가
이사오자 아무 말 않고 그들에게 집을 내어준 것이었다. 민트어머니는 남편을 몬스터에게 잃었다. 그리하여 집
을 지어야 하는데 지을 수 없을 때 가이샤가 그 집을 주었기에 많이 기뻐했다. 그녀는 보답이라며 매일 저녁
그들을 대접했다. 쌍둥이들은 이 저녁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가이샤가 한 요리는 맛이 엄청나서 지나가던
개에게 먹였다가 발작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되도록 이면 자기스스로 끼니를 때웠다.
그들은 민트의 집으로 들어가 맛있는 식사를 했다. 민트는 여전히 아양을 떨고 귀여워 보이려고 별 노력을
다 하고 있었다. 식사를 다 마친 쌍둥이들은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밖으로 나와 서로를 바라보며 한
숨을 쉬었다. 그때 민트의 목소리가 그들 뒤에서 들려왔다.
"어라? 너희들 웬 한숨이야?"
갑자기 들려온 그녀목소리였기에 그들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마이샤는 겁에 질려 있었고 라이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으, 응...... 아, 아무 것도 아, 아니야."
"흐―음...... 아무 것도 아닌 것치고는 굉장히 떨고 있네?"
그녀의 웃음은 다른 사람에겐 천진난만한 웃음이었고 쌍둥이들에게는 악마의 미소였다. 쌍둥이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트는 그것마저 간파하고 그들을 붙잡았다. 그녀는 악마의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래? 너희들의 행동은 뻔할 뻔자야!"
"우으으......"
쌍둥이들은 세상 다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표정마저 민트에게 들킨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하지만 민트는 그것마저 간파하고 있었다.
"뭐냐? '그 세상 다 살았다'는 표정은?"
실실 웃으며 말하는 폼이 화는 그리 많이 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최소한 놀이 상대는 해줘야 했다. 민
트는 나이가 16세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릴 때 놀던 놀이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 쌍둥이들이 그녀를
싫어했던 것이다. 또 싫어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난폭함과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권법실력 때
문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작은 나이지만 굉장한 권법실력을 가지고 있었다(쌍둥이들이 보기에). 그에 못지 않
은 마법실력을 가지고 있어 어른들을 놀래키기도 하였다(얼음을 만들면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고 모닥불을 피
울 때 불길이 너무 커 머리를 그을리게 하는 등등......).
민트는 그들을 붙잡고는 마을꽃밭에서 꽃을 꺾어오라고 하였다. 뭐, 마법으로 절대로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들
겠다나? 마을꽃밭은 네갈마을 시청 옆에 있었다. 그 꽃밭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있고 꽃과 주위의 환경이 어우
러져 굉장히 아름다웠다. 그리하여 '자이드라의 가 볼만한 장소 10위' 에 들 정도이다.
어쨌든 민트가 꺾으라고 한 꽃은 꽃잎은 하얗고 잎은 4장이며 만지면 색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꽃을 꺾어오
라고 했다. 쌍둥이들은 마을꽃밭에 자주 가 보지 않아서 도대체 어떤 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런 희귀
한 꽃이 있던가? 하고 의문만을 품을 뿐이었다.
마을꽃밭에 도착하자 꽃과 함께 경치가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꽃밭이 주욱 있었고 꽃밭이 끝 날쯤에는 산이
있어 꽃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거인이 나타난 줄 알았으며 그 거인의 다리사이에는 거대한 폭포가 있었다. 그
산과 폭포가 어우러진 마을꽃밭은 굉장히 아름다웠다(말로 다 형언하지 못할 정도로). 마을꽃밭에는 여자애들
이 많았다. 그 때문에 쌍둥이들은 상당히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 꽃을 꺾어가지 못한다면 아마 우물에 처박을
지도 몰랐다.
옛날에 그들은 정말로 민트에게 우물에 처박힌 적이 있었다. 나중에 어른들에게 구출되었을 때도 그들은 민트
가 무서워 민트가 그랬다고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애꿎은 마을 건달들만 마을에서 추방되었다. 지금 보면 잘된 일이기는 하지만......
라이샤는 많은 여자애들을 보고 어찌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마이샤는 침착하기는 했지만 그도 얼
굴이 붉어져 있었다. 라이샤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자애들에게 물어 그 꽃을 찾아내었다. 마이샤는 가만있
다가 라이샤가 그 꽃을 찾아내자 그의 근처에 가서 같이 꽃을 따기 시작했다. 여자애들은 그들을 보고 자기들
끼리 웃기 시작했다.
"호호, 쟤들 좀 봐. 지금 뭐하는 거지?"
"쟤들 민트 봉이잖아."
"그래? 그럼 민트에 의해 왔겠군."
"그래, 참 불쌍한 애들이지. 하필이면 왜 민트에게 걸리게 된 거지? 호호."
"그러게 말이야 호호호호."
쌍둥이들은 이 대화를 듣고 주먹을 날리고 마법을 마구 난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행패를 부렸다간 마을 경비대에게 붙잡히게 된다. 여자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보호될 것이 뻔했다. 라이샤는 불같은 성격을 삭이느라 얼굴이 시뻘개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
고 여자얘들은 더욱 웃었다. 자기들말에 얼굴을 붉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라이샤는 속을 삭이지
못해 시근거리기 시작했다. 마이샤는 묵묵히 꽃을 따고 있었으나 이미 주문을 외우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들은
꽃을 한 바구니 따고는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라이샤는 꽃밭에서 약간 벗어나자 대뜸 여자얘들을 보고 욕
을 했다.
"저런 싸가지 없는 것들! 감히 이 라이샤님을 놀려? 민트만 배후에 없어도 저 개집얘들을 날려버리는 건데!"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꽃밭을 날렸다간 이 마을에서 추방당하고 말걸?"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마이샤가 말했다. 마이샤의 말을 듣고 라이샤는 다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여자
얘들이 아니라 민트에게 하는 욕이었다.
"민트, 그 녀석만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욕먹을 필요가 없잖아!"
"뭐어라고?"
"으아악!"
라이샤의 뒤에서음침하게 나타난 민트가 내뱉은 소리! 그것은 쌍둥이에게는 굉장히 무서운 소리였다. 이 소
리에 라이샤는 기겁을 하고 뒷걸음질을 하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로 무섭게 떨며 그
악마의 미소를 가진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미, 민트."
민트라고 불린 악마의 미소를 가지고 있는 소녀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무섭게 라이샤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보통 육안으로 구별이 안 는 희미한 힘줄이 솟아나 있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겁
먹은 라이샤의 눈에는 그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라이샤는 그것을 보고 더 겁에 질려 발발 떨게 되었다. 라이샤
가 이렇게 떨고 있을 때 대장간에서 전에 그 근육으로 뭉친 대장장이가 나왔다. 그 대장장이는 라이샤가 민트
앞에서 벌벌 떨고 있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민트는 전에 보여준 보기에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라이샤는 그 미소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이었다. 대장장이는 의문이 생겨 라이
샤에게 물어보았다.
"라이샤! 너 왜 그 미소에 벌벌 떠는 거냐? 민트의 그 미소가 이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 뽑힌 거 너
아냐?"
"우엑!"
"무슨 뜻이지, 마이샤?"
민트가 마이샤에게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그 눈흘김은 당연히 대장장이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눈흘김을
본 마이샤는 겁에 질려 황망히 다른 곳을 보고 딴청을 피웠다. 민트는 그 모습을 보고 화가 약간 풀린 듯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민트가 말했다. 그 미소를 띄우며......
"대장장이 아저씨! 여기 얘는 귀신을 봤다고 하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할 일하세요."
"그래, 라이샤 잘 보살펴라!"
이렇게 말하고는 뒤돌아서면서 한 마디 더했다. 이 말은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녀석, 오래 살다보니 이젠 별 희귀한 꼴을 내가 다 보는구나."
민트는 그 대장장이가 가는 것을 보고 쌍둥이를 바라보았다. 민트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천사의 미소이자
쌍둥이가 보면 악마의 미소인 그 미소를 보이며 그들을 끌고 마을 외곽으로 끌고(?) 갔다. 마을에서 제일 외
곽 진 곳인 거인의 산(꽃밭에 보이는 산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으로 향하는 길 앞에 섰다. 이 길은 마을에서
약간 떨어져서 나왔기 때문에 위험선이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면 몬스터들이 출몰했기 때문이다. 민트는 그곳
까지 오자 끌고 오던 것(?)들을 내려놓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라이샤, 너 사람이 없다고 그렇게 놀려도 되는 거야?"
"그, 그건......"
라이샤가 우물쭈물 말을 하지 못하자 민트는 마이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이샤, 넌 내 미소가 어떻다고 그렇게 역정을 낸 거지? 난 이해가 안 되거든. 네가 설명 좀 해 보렴."
그녀는 약간 건방진 태도로 말을 했다. 마을에서 조금 벗어나니까 이제 별의 별 협박을 다 하기 시작했다. 쌍
둥이들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찌그러져 있을 뿐이었다. 민트는 반시간(여기도 우리세계처럼 24시작제
에 60분을 사용한다)동안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마을사람이 안보이자 이젠 엄청난 욕을 했다. 하지만 쌍
둥이들은 그냥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잔소리가 드디어 끝이 났다. 다행히 그들에게 마법이 날라오지는
않았다. 아직 쌍둥이들이 꽃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은 그 퍼붓는 침이 끝나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는 것이 상당한 충격을 받
은 모양이었다(지금 여러분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들은 민트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그들이 몸을
그렇게 떨지 않으면 민트가 언제 보내줄지 모르기에 그들의 몸이 자동으로 반응한 것이었다).
해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그들을 감싸고 지나갔다. 그들 모두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에 놀
고 있던 아이들은 모두 다 가고 없었다. 쌍둥이들은 민트와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라이샤가 마이샤를 붙잡고 집 뒤뜰로 갔다. 쌍둥이네 오두막집 뒤뜰에는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나무
는 수명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만약 이 마을을 막고 있는 산만 없다면 자이드라 수도 왕궁에서도 이
나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나무는 이름도 있었다. 나이라세. 이 이름은 가이샤가 그들에게 말해준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
도..... 나이라세에서만 나는 특별한 열매가 있었다. 이 열매는 크기도 크지만 주스로 만들면 맛이 굉장했기에
왕국으로까지 이 열매가 갔다. 이 열매는 해마다 열매를 만들었고 그 열매로 마을을 운영하고 세금을 내기도
하였다.(참고: 쌍둥이네 오두막은 마을 외곽에 있다. 즉, 넓은 밭과 중앙의 번화가를 제외하면 모두 쌍둥이네
땅이라 할 수 있다. 가이샤가 이 나무를 시청에서 통째로 사버렸기에......) 라이샤는 마이샤를 그 나무 밑에 데
려와서 말했다.
"야! 우리 이렇게 맨날 당하고 살아도 되냐?"
뜻밖의 소리가 라이샤의 입에서 나왔다. 마이샤는 그 소리를 듣고 상당히 놀래며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
다.
"쉿! 민트는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잖아. 조용히 말해 조용히!"
낮은 음성으로 마이샤가 강하게 말했다. 라이샤는 그 말을 듣고 목소리를 낮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목소리가
컸다.
"생각해봐! 우리는 남자야. 남자인 우리가 왜 여자인 민트에게 꽉 잡혀 살아야 하는 거지?"
"그 말은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 민트를 때릴 수는 없잖아."
마이샤는 그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라이샤는 그 말에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여자라서 못 때리는게 아니라 능력 때문이 아닌가?"
"너 나를 무시하는 거냐?"
마이샤가 라이샤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라이샤도 지지 않고 째려보며 말했다.
"아니! 네가 먼저 나약한 소릴 했잖아!!"
"뭐야! 그런 말하는 너도 다를바 없잖아!"
"이, 이......"
라이샤는 마이샤의 말 때문에 말문이 콱 막혀버렸다. 라이샤는 뭐라 더 말을 하려다가 말문이 막히자 손을
치켜들어 마이샤를 때리려고 하였다. 라이샤가 손을 치켜들자 마이샤는 기다렸다는 듯 더 노려보기 시작했다.
라이샤는 한동안 그런 동생을 바라보다가 결국 손을 내리고 말았다. 그가 손을 내리자 마이샤는 다시 자신의
형을 바라보았다. 아까와 같은 눈초리가 아니라 따뜻한 정이 담긴 눈빛이었다. 라이샤는 그런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왠지 자신이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샤는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라이샤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의 귀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넌 잘 한 거란다, 라이샤...... 동생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해 주도록 하렴......」
라이샤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주위를 돌려보았으나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라이샤는 의문스러웠
으나 자기가 잘못들었다고 생각하고 마이샤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쌍둥이들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나뭇잎이 바람결에 흔들려 '쏴'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와 함께 나무 앞에
는 어떤 물체가 나타났다. 그 물체는 몸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점점 인간의 형상을 했다. 인간의 형상이
긴 했지만 몸이 빛나는것으로 봐서 나이라세의 정령인 것 같았다. 나이라세의 정령이면 이름이 나이라세이겠
군. 어쨌든 나이라세는 과거를 회상하듯이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후후, 저들이 가이샤의 아들들인가......? 내가 잠시 잠을 자는 사이에 많이도 컸군. 그럼 나도 다시 들어가
볼까......」
나이라세는 나타났던 것과 같이 바람결에 난 나뭇잎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집안에는 가이샤가 없었다. 아직 민트집에 있는 모양이었다. 쌍둥이들은 집에 들어와서 씻고는 침실로 들어갔
다. 그들은 민트에게 너무나 많은 잔소리를 들어 피곤했기에 곧 단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