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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과학기술'의단순접목을 넘어 승화로....
증강현실, 어디까지 왔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란 현실 위에 가상의 정보를 덧입혀 보여주는 기술이다. 의료·군사 분야 등에서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가상체험·훈련도 가능하며, 예술분야에서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증강예술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 건물·상점을 비추면 상점·상품 정보가 화면에 나타나는 방식의 증강현실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에 활용되기 증강현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2014년 8100억원 대가 예상된다.
얼마나 실감나게 하느냐 하는 것이 증강현실의 과제이며 사업 성공의 핵심 요건이 된다. 지난 7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증강현실에 관한 삼성SDS 기술본부에 대한 르포기사를 보면 증강현실의 현주소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삼성SDS 기술본부는 현실 위에 가상의 정보를 덧입혀 보여주는 증강 현실을 이용, ‘가상 옷 입기’, ‘가상 화장’, ‘가상 액세서리’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날 한 여사원이 사무실 구석 한편에서 앞에 놓인 화면을 보면서 이용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여사원은 '가상 옷 입기'를 체험하기 위해 46인치 모니터 기기 앞에서 QR코드(흑백 격자무늬 형태의 바코드)가 새겨진 종이를 흔들어 보였다. 모니터 상단에 달린 카메라가 코드를 인식, 코드정보에 맞는 옷의 영상이 화면 속에 떠올랐다. 자기 몸에 맞게 크기와 위치를 조절했다. 입어본 옷이 마음에 안 드는지 화면 앞에서 손을 한 번 움직이니 옷 종류가 바뀌었다.
이희욱 책임은 "'가상 옷 입기'는 손님들이 일일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여러 종류의 의상을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백화점 매장이나 탈의실 공간이 부족한 상점에서 유용하다"고 말했다. 가상 옷 입기는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여사원이 그 다음 해본 것은 '가상 화장'으로, 카메라 앞에 얼굴을 비추면 모니터에서 얼굴과 눈, 입술 등에 맞는 화장품 메뉴를 추천한다. 시연자는 화장품을 선택한 뒤 농도를 조절해 어떤 느낌이 나는지를 바로 확인해볼 수 있다. 기술본부가 현재 개발 중인 '가상 액세서리' 기술은 귀에 작은 인식표(마커)를 붙이고 화면을 바라보면, 화면 속에 가상의 귀고리가 보여 자신에게 맞는 귀고리를 선택할 수 있는 기술로, 여러 사람이 사용하면 위생문제가 있는 액세서리의 특징을 고려한 것이다.
앞으로는 군사·교육·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증강현실이 적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의대생들은 증강현실을 이용해 화면 속 가상의 시체를 해부하고 환자의 상처부위도 치료해볼 수 있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경우 사고차량의 번호판을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보험가입 등 각종 기록이 떠 빠른 사고처리를 도울 수 있다.
박승안 삼성SDS 기술본부장(전무)은 "증강현실을 이용하면 직접 상점에 들어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상점을 비춰, 판매하는 제품과 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생활뿐만 아니라 교육, 국방, 의료 등 가상체험·훈련이 필요한 전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IT기술"이라고 말했다. 또 "증강현실 관련 서비스가 올해 일부 시작됐으며, 내년부터 본격 확산될 것"이라며 "사업의 성공 관건은 가상의 부자연스러움을 없애고 '얼마나 실감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증강현실 관련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데, SK텔레콤은 지난 2월 휴대전화 카메라로 100만여 개의 건물·상점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오브제'라는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 실시간으로 다양한 관광정보를 보여주는 '스마트투어' 서비스도 내놓았다. KT도 430만개의 업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삼성화재는 넓은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을 찾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는 증강현실 시장 규모가 올해 200만달러(약 22억원) 미만에서 2014년에는 7억3000만달러(약 8100억원) 이상으로 365배나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차세대 실감 시대가 온다...홀로그램의 활용
오는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나선 일본이 세계 최초로 홀로그램 월드컵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홀로그램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최초의 3D 월드컵이었다면, 앞으로 12년 후 열릴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에게 홀로그램을 이용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최초의 홀로그램 월드컵을 보여주겠다는 게 일본의 포석이다.
일본이 홀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광학과 소재, 전자 재료에 대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홀로그램 시장을 리드해오고 있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에 근거한다.
홀로그램의 어원을 살펴보면 전체를 뜻하는 그리스어 ‘홀로(Holo)’와 메시지 또는 정보를 말하는 ‘그램(gram)’의 합성어로, ‘완전한 그림’을 뜻한다. 파동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원래 그대로의 상을 재현하는 사진법인 홀로그래피(holography)의 결과물이다. 시청 위치 제약이 없을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영상표현이 가능한 홀로그램은 진정한 3D 입체영상 구현기술로 통하는데, 일각에서는 무안경 방식의 3D 이후에 등장할 차세대(Post) 3D 기술로 꼽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진의 상은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의 세기 변화량을 기록한 것으로, 반사광이 적은 부분은 어둡고 반사광이 많은 부분은 밝게 표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3차원 물체로부터 나오는 빛을 2차원 평면에 기록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 반면에 홀로그래피는 빛의 세기뿐 아니라 파동으로서의 빛이 갖는 위상(phase)까지도 기록하기 때문에 원래의 3차원 상을 정확히 재현한다.
홀로그래피를 처음으로 고안해 낸 사람은 헝가리 태생의 영국 과학자인 데니스 가보르였다. 가보르는 1947년 똑같은 파장과 강도를 지난 두 광원에서 나오는 빛에 주목했다. 두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합할 경우, 두 파동이 골과 마루가 일치하면 서로 보강돼 더 밝은 빛을 만들어내고, 반대로 서로 어긋나면 파동은 상쇄효과가 발생하면서 약해지는 데, 간섭현상을 이용하면 입체영상을 구현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연구를 진행한 끝에 홀로그래피를 만들어냈다. 그의 이 같은 상상과 예측은 마침내 1971년 그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겼다.
홀로그래피 기술은 개발 당시에 레이저가 존재하지 않아 크게 발전하지 못하다가 1960년 레이저가 발명된 후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홀로그램을 기록하기 위해 어두운 암실의 진동이 없는 광 테이블 위에서 제작을 해야 하고 홀로그래픽 필름을 사용해 정지 영상만을 만들 수 있는 문제점과 불편함으로 인해 크게 사용되지는 못했다.
그 후 1970년대에 미국 MIT S A 벤턴에 의해서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무지개 홀로그램이라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는 컬러 구현 및 밝은 실내에서도 적당한 조명으로 홀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 신용카드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공간 광 변조기(SLM:Spatial Light Molulator)의 발전과 컴퓨터의 발전으로 1990년대에 들어오며 홀로그래피 기술을 이용한 3차원 동영상 표현에 대한 연구들도 활발히 이뤄졌다.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홀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3차원 정보에 대해 홀로그램 정보를 획득하는 기술, 획득된 홀로그램 정보를 전송, 저장하는 기술, 홀로그램 정보를 디스플레이하는 기술 등의 요소기술이 필요하지만 실질적 홀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제약사항이 있다. 예컨대 10×10㎝의 홀로그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약 1GB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대용량의 데이터를 생성,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게 되고, 이러한 홀로그램을 디스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 소자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소자는 이러한 것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홀로그램은 어떻게 구현될까. 물체에 레이저를 쏠 경우, 반사돼 나오는 빛의 차이(위상차)를 필름에 기록한 뒤 이 필름에 다시 레이저를 쏘면 반사된 빛들이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눈이 물체를 입체로 인식하는 원리가 빛의 반사 정도를 판단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홀로그램은 눈으로 보는 그대로를 표시하는 셈이다. 양안시차 방식이 안고 있는 3D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완전 시야각의 멀티 뷰가 가능하고 어지럼증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를 시작으로 촉발된 3D 열풍이 3D 영화를 넘어 월드컵,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등 스포츠 경기 중계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드라마, 공연, 광고 등 다양한 3차원 방송 이외에 3차원 게임, 건축, 의료 등으로 응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3차원 응용이 활성화돼 가는 상황에서 3D 영상을 보고 어지러움, 구토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금까지의 3D 기술이 양안시차를 이용해 좌우 영상을 분리한 뒤 입체를 느끼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로 인해 휴먼팩터 기술에 대한 관심 또한 늘어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나 이런 스테레오 방식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시청 가이드라인, 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 등을 제안하는 정도에 머문다. 스테레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홀로그래피로 대표되는 리얼(Real) 3D 기법이 활용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었던 홀로그램 대중화에 시동을 건 것은 2010년 하반기 들어서부터였다. 그동안 양주, 지폐 등 제품의 진위를 가리는 데 홀로그램 기술(Embossed Hologram)이 사용되는 정도였지만, 3D 입체영상 분야의 기술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입체영상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이 본격화되었고, 일본, 유럽, 미국 등이 앞서 있다는 평가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EU는 2004년부터 FP6 프로젝트에서 홀로그래피 기술개발을 시작해 현재 FP7 프로젝트에서 홀로그래픽 모바일 및 디지털 홀로그래픽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주로 대학을 중심으로 홀로그래피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미국의 MIT 미디어랩은 AOM(Acouto-Optic Modulator)과 LCD 방식을 이용해 홀로그램 동영상 재생 시스템인 홀로비디오(Holo Video)를 개발했다. 일본의 경우 40억 달러를 투자해 2016년까지 홀로그램TV 장비 개발을 끝내고 2022년에는 홀로그램TV(HoloTV) 방송까지 한다는 계획이다.
홀로그램은 안경이 필요 없고 스크린이 아닌 현실 속 공간에서도 구현할 수 있어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의학, 교육, 국방, 예술, 방송, 영화, 광고, 엔터테인먼트, 인쇄 등 전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다. 장기적으로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기술이 홀로그래피 기술과 융합되면서 원격의료,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의 가상체험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세계적인 기술개발 경쟁이 물밑에서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정부 및 학계도 홀로그램 상용화를 대비하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학술적으로 연구해 왔던 홀로그램에 대해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한국전자정보통신연구원(ETRI), 광운대, 서울대, 충남대 등에서 홀로그래픽 시스템의 기초연구를 진행 중이었으나, 지난 8월 전자부품연구원을 중심으로 홀로그래피 기술연구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이 앞 다퉈 홀로그래피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 연구실에서만 홀로그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3D 영상이 이제 도입 단계에 있어 2017년 이후에나 부분적으로 홀로그래피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3D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나, 무안경 3D와 홀로그래피 방식은 각각 85%,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홀로그램은 현재의 3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집중 투자를 통해 구현 시기를 앞당rrl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홀로그래피 기술이 산업화되는 것에 맞춰 홀로그래피 인력을 양성할 필요도 있다.
홀로그래피: 디지털 상투르네...
<지오토 - 책형>
르네상스 시대 이전에는 사각형 화폭의 표현 한계를 벗어나 색다른 미학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 “상투르네(Chantourne)”라는 기법을 활용하였다. 이 기법은 이미지의 윤곽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잘라내는 것인데,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의 공간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드는 기법이다. 즉, 이러한 기법을 통하여 옛 화가들은 이미지가 존재하는 공간적 차원을 평면에서 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고, 이를 통하여 현실의 공간에 가상의 이미지를 중첩시킬 수 있었다.
평면상의 이미지를 공간 속으로 끌어오려는 시도인 상투르네 기법은 디지털 미디어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디지털 이미지들은 2차원 평면상에 존재한다. 우리가 디지털 이미지를 접하게 되는 텔레비전, 모니터, 핸드폰과 같은 매체는 모두 평면적인 것이다. 디지털 상투르네를 통해 이러한 평면의 제약을-옛 화가들이 상투르네 기법으로 극복하였듯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디지털 상투르네가 이전의 상투르네의 단순한 반복은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미디어가 시간의 차원도 가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피카소와 같은 큐비즘 화가들이 2차원 화폭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했지만, 그 것은 시선의 이동에 따라 “유도된” 시간이지 작품 자체가 본질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반면 디지털 이미지는 시간에 따라서 변화할 수 있으며, 감상자와 시간 속에서 상호작용을 이룰 수도 있다. 즉, 디지털 상투르네(Digital Chantourne)는 이전의 상투르네와는 달리 시간의 차원도 가지는 4차원적(3차원 시공간+시간의 차원) 상투르네이다. 이러한 관계를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OLED와 같은 유기 디스플레이는 아마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쉽게 접하게 될 디지털 상투르네 기술일 것이다. 먼저 유기 디스플레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굽힐 수 있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로 비평면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일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양면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기 디스플레이는 발광을 위한 광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위 영상처럼 투명한 유리의 양면에서 다 보이는 양면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다. 세 번째로는 기존 디스플레이에 비해 넓은 시야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보통 예술 작품이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다수의 감상자에 의해 감상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유기 디스플레이가 감상자들을 시야각의 제한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기존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작품들은 감상자들이 작품 정면 한정된 각도에 위치하기를 강요했다.) 또한 e-ink와 같은 디스플레이는 밝은 실외에서도 디지털 작품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홀로그래피(holography)는 디지털 상투르네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형태의 기술일 것이다. 홀로그래피는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에서처럼 어떤 장소에 물체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영상이 보이는 기술이다. 이는 걸맞는 빛(coherent light)의 간섭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우리가 홀로그래피를 볼 때에는 실제로 물체를 볼 때와 거의 같은 빛을 보게 된다.(이러한 특성 때문에 홀로그래피는 단순한 3D 사진이라기보다는 소리를 녹음하는 것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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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래피는 아직 상용화 단계의 기술은 아니지만, 몇몇 선구적 작품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위 영상은 <디지로그 사물놀이 - 죽은 나무 꽃피우기(Digilog Samulnori (1) from d'strict on Vimeo.)> 라는 사물놀이 공연의 사진이다. 이 작품에서는 실제 출연진과 홀로그램이 상호작용을 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다르게 표현한다면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앨리스온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3D 프린팅 기술도 디지털 상투르네의 한 모습일 수 있다. 결과물로 인쇄된 것 자체는 디지털이 아닐 수도 있지만, 디지털로 구성된 가상의 이미지와 그 것의 실체화 사이의 시간 간격이 제거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넓은 의미에서는 디지털 상투르네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은 디지털 상투르네의 시도들은 단순한 옛 기법의 복원을 넘어선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과학 기술과 예술의 적극적인 만남의 좋은 예가 되기 때문이며, 예술적 표현 방법을 다양화하여 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증강현실에서 증강예술로: INDAF2010
‘모바일 비전, 무한미학’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인다프 2010’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 예술의 다양성을 선보였는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측면도 그렇지만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구현되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이 소셜미디어의 범주 안에 들어온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질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없어지고, 미술, 건축, 음악, 디자인, 과학, 미디어아트 등 장르의 벽도 관객과 작품이 혼연일체가 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인다프 2010이 제시하는 미래예술의 청사진은 곧 소셜미디어가 바꿔놓고 있는 문화적 변화,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문화 콘텐츠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인다프2010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창조한 신세계를 열어 보인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이 총동원된 전시에선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무색하다. 프로세스 중심의 디지털 아트 특성에서 알 수 있듯 전시는 참여적 성격을 갖는다.
기존 아날로그 예술이 제작된 결과물을 가지고 관객들을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했다면 디지털 아트는 능동적 참여를 요구한다. 류병학 큐레이터는 이러한 디지털 아트의 특징을 '플랫폼'으로 설명한다. "디지털 아트는 관객들의 의견과 생각, 경험, 관점 등을 서로 공유하기 위한 일종의 플랫폼을 뜻해요. 만약 여러분이 그 점에 주목한다면 왜 디지털 아트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 알게 될 겁니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아트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경험한 오늘날 관객은 디지털 아트에 참여, 공유, 개방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디어 아트 개척자 '로이 애스콧'의 초대전은 이같은 의도를 잘 반영한다. 그의 작품은 관객의 참여로 완성된다. 이러한 작업을 1960년에 시도했다니 디지털 아트의 선두주자답다. 그는 롤랑 바르트의 '분산된 저자' 개념을 '분열된 작가성'으로 확장시킨다. 그가 만들어낸 신조어 '텔레매틱스 아트(telematics art)' 역시 관찰자와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웹 2.0의 특징인 참여, 공유, 개방은 물론 집단지성을 구현하는데 앞장선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인다프 총감독을 맡은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도 마샬 맥루한을 언급하며 '세계가 우리 손안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예술은 인다프2010을 관통하는 주제다.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선보인 작품 역시 증강현실(육안으로 보이는 현실에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가상세계가 보인다)을 이용한다.
큐레이터 류병학씨는 디지털 아트의 선두주자로 떠오르는 모바일 아트 작품을 기획하면서 원로 미디어 아티스트 로이 애스콧을 불러들였다. 로이 애스콧은 '관객의 참여'와 '집단 지성에 의한 창작' 개념을 작품 활동에 도입한 작가다. 지금이야 일반화한 개념이지만 그가 활동하던 1960년대에는 생소한 담론이었다.
롤랑 바르트가 말한 '분산된 저자' 개념을 그는 작품 제작 과정을 통해 보여주었다. 미국 11개 주에서 작가들로부터 동시에 동화 캐릭터 이미지를 팩스로 받아서 하나의 작품(‘텍스트의 주름’)을 만들기도 했다. 결과만큼 과정을 중시하는 것에 대해 그는 "세상이 과정인데 예술이 과정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곤 했다. 반세기 전 팩스로 소통했던 그는 요즘 페이스북으로 소통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후배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텍스트의 주름 > 에 대한 오마주로 <텍스트의 즐거움> 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LPDT2 프로젝트'라 명명한 이 작업은 휴대전화 SMS 문자(010-2026-4654)나 트위터 계정(twitter.com/LPDT2)에 영문으로 글을 보내면 이것이 '세컨드 라이프'라는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증강현실의 총아로 자리잡아가는 스마트폰, 그리고 소셜 게임의 응용까지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증강 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활용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증강 현실이란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것은 현실이다. 그 현실의 대상에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가상의 세계가 보인다. 현실에 가상을 증강한 것으로 요즘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보다 각광받는 기술이다.
이용백 작가의 < 미지의 조각 >, 김준 작가의 < 때밀이:푸른 물고기 >, 이이남 작가의 < 이사야서 53장 > 등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주로 스마트폰 증강 현실 기능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용백 작가의 <미지의 조각> 이라는 작품은 전시장에서는 빈 받침대밖에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미지의 조각'이다. 그런데 받침대에 스마트폰을 비추면 화면에 조각 작품이 나타난다. 단지 조각 작품이 보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관람자는 간단한 조작으로 조각 작품 속 캐릭터가 서로 싸우게도 할 수 있고 키스하게 할 수도 있다.
'여인의 알몸에 있는 때를 벗겨내면 물속을 노니는 푸른 물고기가 있다'는 구절을 내건 김준 작가의 <때밀이:푸른 물고기>는 스마트폰 안에 나타나는 가상의 아바타인 여인의 알몸에 때밀이 타올을 대고 벗겨내면 문신을 새겨 넣을 수 있는 작품이다. 김태연 작가의 <하이퍼 피쉬> 는 스크린에 투사되는 동그란 원 모양의 연못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물고기를 넣을 수도 있고,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잡을 수도 있게 만든 작품이다.
투모로우시티 중앙 광장에는 영국 작가 크리스 오슈아의 < 위로부터의 손 >(왼쪽)은 입간판처럼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이다. 관객들은 광장에 서면 대형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곧 커다란 손이 스크린에 나타나서 자신을 집어 올려서 비벼 없애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김정운 작가와 일본 작가 시라토이 케이의 작품은 트위터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받아 스마트폰 화면에 뜨게 만들었다.
<송도의 9 > 은 모바일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총동원한 국내 작가들의 공동 작품이다. 이근세(거품기) 안시형(디지털 토템) 변시재(서커스) 유쥬쥬(알량한 천지창조) 이주형(Scene) 김병호(침묵의 안개) 송명진(Daydream) 배종헌(장면#8) 작가의 작품은 증강 현실을 활용한 작품인데, 여기에서 스마트폰으로 보낸 정보는 뉴턴그룹이 제작한 < 새로운 전환 > 이라는 작품으로 전성되어 다양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들어낸다.
미디어 아트가 활성화된 유럽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더욱 진화한 설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 독일 울프 랑하인리히의 <대지> 는 3D 안경을 쓰고 보면 몽환적인 세계에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오스트리아 쿠르트 헨트쉴래거의 작품 < zee > 의 동굴로 들어가면 관람객은 짙은 연기에 길을 잃었다가 강렬한 빛을 받고 마치 사이버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전 세계인이 함께 만드는 기름 제거 로봇을 형상화한 민세희 작가와 프랑스 작가 세자르 하라다의 < 열린 항해-프로테이> (왼쪽)는 글로벌한 공공 프로젝트다.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에서 충격을 받은 이들은 이 사고에서 오염원을 제거할 수 있는 로보틱 시스템을 개발했다. 오픈 소스 방식을 통해 전 세계 개발자들이 이 시스템을 진화시켜 다양한 해양오염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다.
영국 작가 우스만 하크의 < 내츄럴 퓨즈 >(오른쪽)는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소셜 에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그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화분'을 분양하고 있다. 전기가 발생하는 이 화분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전 세계 망에 연결되는데, 과도하게 전기를 사용하면 다른 곳에 있는 화분이 죽게 된다.
양수인 작가가 미국의 데이비드 벤저민과 함께 제작한 < 라이프 사이클 > 은 구글 검색을 연동시켰다. 구글에서 행해지는 실시간 검색을 통해 친환경적인 단어가 얼마나 검색되느냐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반응하도록 설계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인간 신체의 확장에 주목한 미디어 아티스트도 많다. 중국 작가 우쥬에후이는 신체기관을 USB를 활용해 디지털로 전환하고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헬멧에 연결된 USB 케이블을 통해 인공눈·인공 마이크를 연결해 시각과 청각을 재조정한다.
자유아트테크놀로지(FAT) 팀에서 개발한 < 아이라이터 > 는 루게릭병을 앓는 사람들이 눈동자만으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 발명 프로젝트인데,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환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미국의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 스튜디오에서 만든 < 범죄에 맞는 처벌이 내려지는가 > 프로젝트는 수감자들을 위한 맞춤형 공공감옥에 대한 것이다. '범죄의 수위가 높을수록 더 오래, 더 열악한 환경에서 수감되는데, 과연 그것만이 진리인가'라고 묻는 이들은 범죄자의 취향과 그가 저지른 범죄의 성격에 맞게 감옥이 임의로 설계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위룰이나 포스퀘어와 같은 '소셜 게임'을 응용한 작품도 많았다. 하태석 작가의 작품 < 미분생활 적분도시> 는 관람객이 개인 프로필을 입력하면 적절한 집을 설계해준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집들에 적합한 녹지와 공공시설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하나의 가상도시가 만들어진다. 하태석 작가는 2006년 한국신인건축가상을 수상한 실제 건축가다. 이번 행사에는 하 작가 말고도 건축가 여러 명이 미디어 아트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관람객은 이런 미디어 아트 작업을 통해 상반된 경험을 하게 된다. 하나는 뉴미디어가 펼쳐주는 장밋빛 미래를 미리 경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뉴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쉽게 진실이 조작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이다. 이 상반된 경험은 뉴미디어에 대한 태도를 모호하게 만든다. 지지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작가들은 그 답을 '집단 지성'에서 찾는다. 다중의 참여에 의한 변화가 결국은 우리를 '감시 사회'가 아닌 '네트워크 사회'로 이끈다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의 단순접목을 넘어 승화된 예술로
예술의 어원은 원래 기술에서 왔다는 것이라도 보여주려는 듯 예술의 발달은 기술의 발달과 깊은 관계를 보인다. 미디어를 소재나 재료로 하거나, 미디어에 대한 성찰을 담은 미디어 아트의 경우 예술과 기술의 관계는 더욱 밀접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요즘 각광받는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를 활용한 작품을 두루 볼 수 있었던 INDAF 2010은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만나며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보여준 행사였다. 디지털 신기술 박람회장을 방불케 했으며, 어떤 면에서는 신기술 박람회장을 앞서 있었다. 최소한 한국 디지털 기술이 총동원된 상하이 엑스포 한국기업관보다 나았다.
상하이 엑스포 한국기업관은 인근에 설치된 일본기업관과 비교했을 때 기술력 차이가 아니라 기술 활용 능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기업관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 사회의 콘셉트(녹색 성장)와 이미지만을 보여주는데 그쳤다면, 일본기업관은 기술을 이용한 예술성 있는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기술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감동을 주고 스토리가 있는 기술이라는 컨셉이 감성 코드를 자극했다. 기술과 예술과 스토리텔링이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상하이 엑스포 한국기업관의 아쉬움을 INDAF에서 달랠 수 있었다.
국내 미디어 아트의 성지로 자리 잡은 아트센터나비의 노소영 관장이 INDAF의 총감독을 맡았는데, 그녀는 모바일 기술이 '무한 미학'에 기여하는 바를 이야기하면서 선불교의 진수인 당나라 혜충국사의 '무봉탑(無縫塔·꿰맨 흔적이 없는 돌덩어리 1개로 만든 탑)' 개념을 끌어들였다. '모든 이들을 나르는 그림자 없는 나무 아래 배'와 같은 우주의 다양성·혼성성·상호 연관성을 디지털 시대 미디어 아트의 특성으로 규정했다.
모바일 아트를 구상하게 된 이유에 대해 미래의 미술관은 대중매체와 컴퓨터를 넘어 모바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말했다.1960년대 후기소비사회로 진입한 미국에서는 '소비'를 개념으로 팝아트(pop art)가 등장했는데,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소비의 대명사인 '백화점을 미래의 미술관'으로 예언했으며,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백남준은 1984년 유럽과 미국 그리고 한국의 TV를 통해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을 방영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TV 앞에 있는 것을 보고 '미래의 미술관을 대중매체'로 보았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1990년대 각 가정마다 PC가 보급되면서 미술관은 온라인상에 '디지털 미술관'을 구축해 놓았다 본다면 2010년 무엇이 미래의 미술관이 될 수 있을까 라고 반문한 뒤 그는 스마트폰(smart phone)을 얘기했다.
휴대폰과 개인휴대단말기(personal digital assistant;PDA)의 장점을 결합, 즉 휴대폰 기능에 일정관리, 팩스 송·수신 및 인터넷 접속 등의 데이터 통신기능을 통합시킨 스마트폰의 독특한 특징은 완제품으로 출시되어 주어진 기능만 사용하던 기존의 휴대폰과는 달리 수백여 종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치하고 추가 또는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인터넷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지 않아도 손 안에 있는 스마트폰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직접 접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브라우징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스마트폰은 우리가 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제작할 수도 있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우리에게 알맞은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으며, 같은 운영체제(OS)를 가진 스마트폰 간에 어플리케이션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오늘날 모바일은 세상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주고받기 위한 매체를 넘어서 세상이 존재케 하는 도구로 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컨버전스(convergence)'란 용어가 유행할 정도이지만 그동안 아티스트와 공학자의 접목은 결코 순조롭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모바일 아트'가 흔히 말하는 예술과 기술과학의 접목을 넘어 산업과도 연계한 전시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예술과 기술과학이 산업과 연계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섭(convergence)'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기존 아티스트들과 공학자들의 연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산업과의 연계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볼 경우 '미션 임파셔블'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삼성과 KT 그리고 SK텔레콤)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예술과 기술과학에 기술적 지원 이외에 경제적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이제 미술도 소비가 아닌 생산에 관여하는 신성장동력(新成長動力)으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말했다.
INDAF 2010은 많은 점에 있어서 예술과 기술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통섭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준 작가가 회화를 전공한 미술가 출신인 데 비해, 김태연 작가는 네이버 지식IN을 개발한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둘의 차이는 미디어 아티스트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된 이미지에 스마트폰을 비추면 작품과 관련된 사운드가 들리는 <사운드 뷰> 를 제작한 작가 젝시스는 계명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가수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 프로그래머, 작곡을 전공한 가수도 참여하면서 디지털 아티스트의 지평도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대표적인 프로세스 중심 작품은 한젬마의 '팝 메일 송'이다. 한젬마의 대표 작품인 '못-인간'에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텍스트 입력을 위한 자판이 등장하고 원하는 텍스트를 쓰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자음과 모음에 입력된 사운드가 텍스트에 따라 흘러나오는 작품이다. 관객은 물론 작가도 예측할 수 없는 음악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가 바꿔놓을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영국 우스먼 하크의 '네추럴 퓨즈', 양수인 작가와 미국의 데이비드 벤저민이 제작한 '라이프 사이클' 등은 미래사회가 집단지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사회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네추럴 퓨즈'는 제한된 에너지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네트워크에 참여해 환경에 미치는 나의 영향력을 느끼게 해주고, '라이프 사이클'은 구글검색과 연동시켜 구글에서 친환경적 단어가 얼마나 검색되느냐에 따라 작품의 결과가 달라지게 해놓았다.
이들 작품은 기술의 진보와 예술의 융합이 다층적인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어 있지만 인다프 2010에는 많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첫째,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일단 전시에 활용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개방형이 아니다. 즉, 일반인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에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은 다음 전시에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그리고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 시대로 진입했는데, 터치스크린이 거의 활용되지 않은 점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둘째, 참여적 성격을 강조했지만 로이 애스콧의 작품처럼 능동적 참여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었다. 한젬마의 작품을 제외하곤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만 관객의 참여를 허용했고, 따라서 그대(작가) 안의 PC에서 관객의 개입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미래의 미술관이 가능하기 위해선, 전시장이 곧 작업실이 되기 위해선 집단지성을 활용한 예술의 참여적 기능이 강화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INDAF의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품과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예술과 기술이 만났을 때, 즉 예술가가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되었을 때 어떤 신세계가 펼쳐지는지에 대한 청사진이었지만, 이 청사진에서 한국 작가들의 역량은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는 우리만의 아쉬움도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초청작가 출신인 하태석·양수인·채병일 등이 활약하고 있지만 미디어 아트에 대한 인큐베이팅이 활성화되지 않아 저변이 넓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참고자료>
'예술+과학기술' 접목 넘어 산업을 노크하다 - 소셜미디어와 충북의 미래지도 <3>문화적 변화 : 예술과 기술이 창조한 신세계, 중부매일신문, 2010.9.26.
[연중기획-실감미디어]홀로그램지면일자 4부. 차세대 실감 시대가 온다, 이티뉴스, 2010.09.30
예술로 승화한 스마트폰, 시사IN, 2010.09.18
[현장르포] 증강현실 이용한 '가상 옷 입기' 개발 한창, 조선일보, 2010.10.7.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06/2010100601965.html)
‘증강현실을 통한 배탈해결 방식이란?’, 제너시스템즈 블로그(http://v.daum.net/link/6920114)
디지털 상투르네 - 현실의 시공간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중첩시키기 by WaltzMinute, 2010.5.9, Conanima (Science conanima.egloos.com/2599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