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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떠들썩하던 저축은행 사태가 4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 잠잠해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면서 저축은행 내부의 경영 비리 문제뿐만이 아닌 정치권과 금감원, 일부 기업인들까지 얽히고설켜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모럴해저드에 빠진 금융 비리의 온상” 이라 요약할 수 있다.
단순 경제범죄를 넘어서 그간 금융권 전반에 걸쳐 얼마나 그들만의 리그가 조성돼 왔는지, 얼마나 왕에 버금가는 무소불의 권력을 휘둘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다. 국민이나 기업들이 안전하게 돈을 맡기고 이익을 얻어 보려고 예치했던 예금 등이 겉으론 합법적인 투자 형태를 한 채 안으론 방만한 경영을 통해 횡ㆍ유용에 이용되고 죄 없는 국민과 기업에게 막대한 손실을 떠넘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저축은행 사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PF 대출 부실 문제가 이어지면서 올해 초 2월 14일 삼화 저축은행이 경영 부실의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시작됐다. 이 후 금융위원회에서 부실 저축은행 리스트를 발표 하였고, 삼화저축은행 인수계획 등으로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며 뱅크런 현상이 야기되자 2월 17일에는 저축은행 4곳이 추가로 영업 정지를 당했다.
삼화저축은행의 경우 자체 경영 부실로 대주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영업 정지가 발생한 반면,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보해 저축은행들은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발표 후 예금자의 불안 심리로 인한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인한 뱅크런 현상으로 BIS가 5% 이하로 떨어지게 되어 영업정지가 결정되었다.
당시만 해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단순한 방만한 경영방식의 문제로만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어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과 임직원에 의한 불법 대출은 2006년 5월부터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두 달 전까지 이어졌고, 대부분 서류상 회사형태의 특수목적회사(SPC)를 지인이나 임직원 차명을 이용해 세워 독립사업체인 것처럼 위장하여 PF대출에 활용했다.
120개의 SPC를 설립해 고객의 예금 중 4조 5942억원을 대출받았고 부동산 투자나 제조업 진출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운전학원을 차리고, 골프장을 짓고, 아파트 건설업 등을 하며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임원회의에서 투자결정이 이뤄지면 특별한 감시 없이 회의 결정에 따라 부산저축은행 영업팀 직원들이 SPC의 법인 인감과 통장을 관리하면서 대출을 해주고 투자에 대한 검토는 생략한 채 마음대로 운영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SPC 중 무려 82,5%에 해당하는 99개가 부실했고 잘된 곳은 17.5%에 불과하였다. 그야말로 저축은행은 대주주 사금고 신세나 다름이 없었다.
투자의 실패로 대출금의 연체가 계속 되자 박 회장은 임직원 친·인척 명의로 7,500억 원을 무담보 신용대출로 처리해 기존 대출금을 돌려막았고, 단순히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 감사의 도움을 받아서 2년간 무려 2조가 넘는 돈을 분식처리 하는 분식회계까지도 저질렀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면서도 대주주 4명은 640억 원의 배당금 중 329억 원을 연봉과 상여금으로 챙겼고 박 회장은 200억 원을 대출해 개인채무를 갚는데 사용해왔다.
거기에 더 기가 막힌 사건은 영업정지 전에 임직원과 VIP고객 등 금융실명제까지 위반하며 미리 돈을 인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영업정지 사실 또한 한 국회의원이 친절하게도 미리 말해 주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영업정지 전날 부인명의의 정기예금 1억7,100만 원을, 또 부산저축은행과 중앙부산저축은행에서 1억1,500만원과 5,600만원을 각각 빼갔고. 박 회장은 영업정지 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재산은 근저당을 잡아두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총 자산과 예금이 10조원에 달하는 최대 저축은행 모습을 하고 속으로는 비리 투성인 부산저축은행을 탄탄한 기업으로 착각한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모두 떼였고 삼성 꿈 장학재단과 포스텍 또한 투자금을 모두 잃었다.
과연 이런 과정을 감사며 금융당국이 모르고 있었을까? 어찌 감독기관이나 사정기관, 그리고 정책당국이 철두철미하게 몰랐을 수 있었겠는가. “로비스트(lobbyist)”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풀자면 “특정 단체 이익을 위한 영향권 행사를 목적으로 정부당국, 정당의원, 이권단체 등을 상대하며 활동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를 찬찬히 살펴보면 관리감독을 해야 할 금감원이 거의 로비스트마냥 활동한 여러 정황이 포착된다.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한 통속이 되어 금감원 출신 감사의 눈앞에서 버젓이 대놓고 120개의 차명 SPC를 만들고, 편법 대출받고, 부실투자하고, 계열사에 부당지원하는 불법을 자행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부실 PF대출 회수 등 제2금융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던 상황임에도 제2금융권 부실 PF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수조원의 돈을 갖다 바치던 중이었는데, 자구노력은커녕 대주주는 상당한 부를 축적했고 경영진은 개인용도로 이를 유용했으며, 이를 감시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오히려 뇌물을 받고 정보를 유출하거나 검사를 대충했고, 감사원이나 정치권도 이를 방조했다.
덕택에 기본적인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둘째 치고서라도 부당한 금융감독원 행태에 국민들의 실망감은 배가됐다. 이에 사태의 책임자격인 금융감독원도 감사자리 재취업 제한 등의 강력한(?) 쇄신책을 내놨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금융권 감사직에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주면 어떻겠는가 생각해 본다. 단 문제가 발생하면 감사 본인에게 강한 책임을 묻는다는 전제를 단다. 다시 말해 “감사의 능력과 노하우를 가진 금융전문가에게 막강 권력을 부여하는 대신 지금과 같은 부실문제와 모럴해저드가 발생하는 그 즉시 권력에 상응하는 1차적인 책임을 감사에 지우는 것” 이다. 이는 감사 본연의 임무가 일단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견해와 함께 솜방망이 처벌이 금융권 감사직을 지금의 로비스트로 변질시킨 원인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거대한 사기 집단의 파렴치한 사기 행각과 그들을 감시해야 할 기관들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돈 많고 힘 있는 권력자들의 횡포에 힘없는 서민들은 또 한 번 가슴을 치며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더 분노할 일은,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설립된 저축은행을 등에 지고 힘없고 빽 없는 그들의 피와 땀을 비참하게 짓밟고 더럽혔다는 점이다. 얼마나 사기를 쳤는지, 어느 기관이 어느 정도 개입이 되었는지를 따지기 전에, 그리고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인수 지시와 공적자금 투입 등의 방안을 내놓기 전에 당장 피해자들의 보상을 해결해 주는 게 순서일 듯하다.
첨부자료: http://blog.daum.net/cool_sapiens/15448696
<관련용어>
PF[Project Financing)
사업주로부터 분리된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금조달에 있어서 자금 제공자들은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을 우선 고려해 대출을 결정하고, 프로젝트에 투자한 원금과 그에 대한 수익을 돌려받는 자금구조를 의미한다.
뱅크런[Bank Run]
은행의 예금인출사태.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의 예금인출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일 때 은행에 맡긴 돈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서 발생한다. 뱅크런의 발생으로 은행은 당장 돌려줄 돈이 바닥나게 되는 패닉 현상에 빠지게 된다. 뱅크런에서 유래한 것으로,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을 펀드런(fund run)이라고 한다.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국제결제은행.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두고 있다. 제1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배상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1930년 미국, 유럽국가 등 12개국이 공동출자해 설립, 지금은 주로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간 거래의 환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멕시코·브라질 등 채무누적국가의 금융위기에 대해 단기연계자금의 융자를 실시했으며, 국제적인 신용질서유지를 위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BIS의 은행감독위원회는 1988년 7월 전세계적으로 진행돼 온 금융혁신 및 경쟁심화에 따른 은행들의 리스크 증대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관한 국제적 통일기준을 설정한 바 있다.
유동화전문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유동화전문회사(SPC)란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Special Purpose)회사로 채권 매각과 원리금 상환이 끝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금융기관 거래기업이 부실하게 돼 대출금 등 여신을 회수할 수 없게 되면 이 부실채권을 인수,국내외의 적당한 투자자들을 물색해 팔아넘기는 중개기관 역할을 한다.SPC는 외부평가기관을 동원,부실채권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이에 해당하는 자산담보부채권(ABS)을 발행하는 등 부실채권 매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SPC가 발행한 ABS는 주간사와 인수사를 거쳐 기관 및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투자자들은 만기때까지 채권에 표시된 금리만큼의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을 되돌려받는다.
이 과정에서 SPC는 자산 관리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투자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이 작업이 끝나면 자동 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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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의적절한 주제 잘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제가 일부 첨삭했고요... 그런데 마지막 결론 부분은 첨삭하려다 말았습니다.
"얼마나 사기를 쳤는지, 어느 기관이 어느 정도 개입이 되었는지를 따지기 전에, 그리고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인수 지시와 공적자금 투입 등의 방안을 내놓기 전에 당장 피해자들의 보상을 해결해 주는 게 순서일 듯하다"는 부분 말이죠...저는 반대입니다. 일단 원인규명이 철저히 돼야 합니다. 그래야 피해자 구제도 가능하거든요. 피해자 보상이라는 거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그렇죠~ ^^ 결론부분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니까요~ 매번 원인규명한답시고 시간이나 질질 끌다가 빠져나갈 사람은 다 빠져나가고.. 걸린다 해도 처벌은 죄에 비해 가벼우니.. 항상 피해자들은 보상도 제대로 못받고 말이죠.. 힘없는 사람만 땅을치게 되고.. 전.. 피해자들도 생각해가면서 따지자였는데.. 표현이 잘 안됬나봐요 ^^
잘 안됐다는 건 아니고, 생각이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제가 손을 못 댔다는 게 맞는 얘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