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달려드는 여자들을 밀어 제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창녀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살벌하고 처참해 보였다 창녀들이 모두 남성의 육체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넥타이를 움켜잡는 창녀의 따귀를 철썩하고 갈겼다.
「야, 이 개새끼야, 점잔 빼지 마!」
여자는 울화통이 터지는지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술기운이 머리끝으로 몰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그가 백발의 어느 군고구마 장수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노인 옆에는 검정 바지에 빨간 털 셔츠를 받쳐 입은 창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처녀가 하나서 있었는데, 멍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고구마를 먹고 있는 모습이 행인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불빛에 드러난 그녀의 선명한 윤곽은 유난히 돋보이는 데가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밤의 종3 골목에 나와 있는 여자라면 일단 창녀라고 단정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노인 앞으로 다가가서 고구마를 하나 집 어 들고 껍질을 벗 겼다. 도중에 그는 그것을 땅바닥위로 떨어뜨렸는데, 그러자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처녀가 킥킥하고 웃었다.
「야. 왜 웃어?」
그는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킥킥거렸다.
「하하. 이 짜아식 봐라.」
그가 처녀의 팔을 나꿔채면서 보니 노인은 두 눈을 디룩디룩 굴리고 있었다.
「야. 너 손님 안 받아?」
「놀다 가실려구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래. 임마.」
「주무시고 갈 거예요?」
「아니야, 놀다가 갈 거야.」
그는 처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녀의 허리는 가늘고 유연했다. 팔에 힘을 주자 여자의 전신이 허물어지듯이 안겨 왔다. 입 속에서 부드럽게 흘러 넘치는 팥죽 같은 여자구나. 그는 기쁨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야, 빨리빨리 안내해.」
「어머. 눈이 와요.」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팔을 휘저었다. 어느새 밤하늘로부터 눈송이가 반짝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안내한 방은 훈훈했다. 난로 위에서는 물주전자가 김을 내뿜으면서 한창 끓고 있었다.
「야. 나 돈이 없는데 어떡하지?」
인탄은 아랫목에 풀썩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안돼요. 돈이 없으면 안돼요.」
창녀는 완강하게 말했다.
「안되긴, 임마. 내일 돈 갖다 줄 테니까 외상으로 하면 되지 않아.」
「그래도 안돼요. 돈 안 받고 하면 주인 아저씨한테 혼나요.」
「이런 병신 새끼. 난 그런 돈 떼먹을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그래도 안돼요. 외상은 안돼요. 종3이 곧 철거되기 때문에…….」
붉은 전등 빛을 받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는 꿈 같은 데가 있었다. 이런 애를 만져 보지 못하고 쫓겨날 것을 생각하니 그는 초조했다.
「이런 빌어먹을 년. 이거 맡아 둬.」
그는 최후 수단으로 손목시계를 풀었다. 그것은 초침이 따로 붙어 있고 누렇게 변색까지 된 아주 낡은 것이지만 그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시계였다.
「이거 얼마짜리예요?」
그녀는 시계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물었다. 그는 벌컥 화를 냈다.
「이 병신아. 그건 돈으로 따질 시계가 아니야. 그거 없으면 난 죽는 거야.」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요? 이런 건 누가 사 가지도 않을텐데…….」
「이 병신아. 무식한 소리 작작해! 그건 내 생명하고도 안 바꾸는 시계야!」
그의 말에 여자는 씨익하고 웃었다.
「그렇게도 하고 싶으세요?」
「그래. 죽을 지경이다.」
「제가 좋으세요?」
인탄은 와락 그녀를 껴안았다.
「좋고말고. 널 그대로 두고는 절대 갈 수 없어. 네가 좋아서 미치겠다.」
「시계 찾으러 꼭 오셔야 해요?」
「그럼. 그럼. 네 돈 내가 떼어먹을 줄 아니.」
그의 취기는 한층 고조되어 갔다. 그는 옷을 벗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아이. 이 술 냄새…… 꼭 짐승 같네.」
그녀는 몇 번 몸을 빼다가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녀의 육체는 조금씩 열려 나갔다. 그녀는 긴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 아기를 품듯이 그를 껴안았다. 겉보기와는 달리 그녀에게는 힘과 열정이 있었고, 육체는 마른 듯하면서도 완숙된 풍만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완전히 기막힌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는 다시 달려들곤 했다. 숨이 가빠지고 그것이 더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녀는 높고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길게 신음 소리를 끌면서 몸을 늘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