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오사카 한인타운 쪽의 한국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던 차에, 어린이날과 그 전날을 이용해서 1박 2일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인타운 숙소에 가방을 놓아두고 핸드폰의 지도앱을 보면서 조선인 초급학교와 역사기념관 한인타운거리 등을 몇 시간 동안 잘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녁시간이 되어 일본의 초밥을 먹어보고 싶어서 지도를 검색해 보니, 쓰루하시 지하철역 방향으로 500여 미터 정도 거리에 여러 집들이 검색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찾아가다가, 중간에 핸드폰이 꺼져 버렸습니다. 계속 앱을 켜 놓은 채로 다니다 보니 배터리의 소모가 빨리 일어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여행으로 들뜬 탓에 배터리 잔량도 확인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오사카 한인타운 거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곳에도 한글간판이 많이 보이고, 한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한국어로 얘기하는 분들의 음식점에 들어가서 여기서 식사를 하면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을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이제 영업이 끝났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남자분께서 핸드폰 충전은 해 드릴 수 있다고 하시면서 충전을 시작해 주셨고, 다른 여성분은 인근의 식당으로 저를 데려다 주셨습니다.
한편, 저는 엔화 현금은 하나도 안 가지고 갔기에, 그곳 사장님께 크레딧 카드나 송금으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그곳 사장님이 여기는 한국과 달라서 5천엔 이하는 카드를 안 받고, 계좌이체도 번거롭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나와서 처음에 들렀던 올레길이라는 음식점으로 다시 왔습니다.
올레길 음식점에 와서 물어보기를, 영업이 끝났으면 그냥 거기 진열되어 있는 전 같은 것 한 팩 사서 바로 옆에서 먹으면서 충전을 좀 할 수 있겠느냐고 여쭤봤습니다. 하지만 여사장님께서는 그냥 음식을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결재를 하겠다고 하는데도, 그냥 전 한 팩과 잡채 한 팩, 그리고 김치까지도 싸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다음날 여기서 [Good Morning Japan and Korea]라는 한일 연합 NPO 단체에서 한일 문화교류 전시회가 있으니 시간 되면 보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은 보통 올레길 맘으로 불리고, 이 단체 한국인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그 단체를 위해 기부라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음식값 지불이나 기부도 못한 채, 충전된 핸드폰과 싸 주신 음식을 가지고 숙소로 와서 저녁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그곳을 다시 찾아가 전날 감사했노라고 인사를 드리고, 테이프 커팅과 내빈들 기념촬영할 때 사진사 노릇을 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핸드폰 충전을 해 주신 남자분과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제가 사는 지역에서 자신이 군생활을 했다는 얘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자신이 의지했던 군인교회 목사님 이름을 얘기했고, 마침 제가 그분 전화번호도 가지고 있어서 스피커폰 틀어놓고 3자 통화까지도 하는 즐거움을 나눴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올레길 맘 대표님에게 약소하나마 카톡송금으로 단체 후원금을 보냈는데, 그것마저도 안 받으시네요. 말씀을 들어보니 노숙자에게 음식을 갖다드리는 일을 하시기도 하고, 그밖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선행들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선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다 보니, 처음 보는 여행자에게 핸드폰 충전도 허락하시고 음식도 선물로 주신 것 같습니다.
핸드폰 충전을 해 주신 김우건 선생님, 한국에서 종근당에서 근무한다고 하시는데, 해마다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오사카를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음식을 주시고 한사코 값을 안 받으시고, 제가 자원봉사하는 곳에 돈 쓰라고 하시면서 후원금도 안 받으신 문혜숙 대표님, 오사카에서 만난 천사들입니다.
백제 유민 때부터 형성된 오사카 한인타운, 일제 강점기 이후 오랫동안 설움 받으며 지내오시다가, 이제는 한류 열풍으로 인해 인싸가 되신 분들, 이분들을 보고 싶어서 1박 2일 여행을 왔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살고 계시는 한국 동포분들을 찐하게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오사카에 사는 천사분들의 삶이 행복한 나날들이 되시길 바래 봅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3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