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곽진우군 장애 엄마 대신 살림하며 중앙대 생명과학부 진학
지난달 29일 오후 경남 진주시 평거동의 집 거실에서 곽진우(19)군이 누워 있는 어머니 박상순(42)씨의 왼쪽 다리를 잡고 굽혔다 폈다 하며 운동을 도왔다. 1시간쯤 운동을 마친 곽군은 어머니를 번쩍 들어 휠체어에 앉히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어머니, 저 없어도 아버지·동생하고 운동 열심히 하셔야 해요."곽군은 이번 대학 입시에서 중앙대학교 생명과학부에 지역 우수자 전형으로 합격했다. 곽군은 "나 때문에 장애인이 되신 어머니를 낫게 해 드리고 싶어 생명과학부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 ▲ 지난달 29일 오후 경남 진주시 평거동 집에서 곽진우(왼쪽)군이 어머니 박상순씨와 과학잡지를 정리한 노트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김강한 기자 kimstrong@chosun.com
어머니 박씨는 장애인이 된 자신을 비관해 4~5차례 줄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어머니가 목숨을 끊으려는 모습을 여러 번 본 곽군은 그때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혼자만 피하고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학교 친구들은 곽군을 만나면 장애인이 된 엄마를 놀렸다. 곽군은 "우리 엄마가 나 때문에 놀림받는다는 게 억울했다"며 "엄마를 다시 걷게 만들고 싶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반에서 20등 정도 하던 곽군은 중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3년간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공부할 때 졸음이 쏟아질 때면 어머니를 생각하며 잠을 깼다"고 했다.
때마침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주목받으면서 장애인이 된 어머니를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그는 "줄기세포가 장애인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그걸 연구해서 어머니를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생물 공부에 더 열을 올렸다. 고교 3년 내내 과학 잡지를 정기 구독했다. "과학 잡지가 오는 날이면 밤새워 가며 줄기세포 내용을 별도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런 아들을 보며 어머니도 죽겠다는 마음을 버렸다. 박씨는 "나를 고치겠다며 이를 악물고 공부하는 아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진우가 나 대신 빨래, 설거지를 도맡아 하면서도 대학에 당당히 합격한 것을 보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고 했다.
곽군은 합격 발표가 나자마자 전공 서적인 '생명과학개념과 현상의 이해'를 읽기 시작했다. 다음 달 서울에 가는 곽군은 "서울 생활은 두렵지 않은데, 오랫동안 어머니를 돌봐 드리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어머니 박씨는 "내 걱정은 그만하고, 우리 아들 경상도 사나이답게 파이팅 하자"라며 아들을 꼭 안았다.
진주=김강한 기자 kimstr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