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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건(Top Gun)”은 미국 해군 타격 전투기 전술 강사 프로그램(United States Navy Strike Fighter Tactics Instructor program)을 대중적으로 일컫는 말. 미국 해군 비행사나 해군 비행 장교에게 전투기 타격 전술과 기술을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격 본능을 타고난 남성들에게는 특히 소싯적 막연히 꿈꾸는 미래상, 그야말로 일종의 ‘로망’과 직결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6년 여름 극장가에는 그러한 “탑 건”을 제목으로 전투기 조종사들의 무용담을 담은 항공 액션 무비가 개봉했다. 진짜 사나이들의 우정, 강렬하고 긴장감 넘치는 초음속 전투기 액션, 그리고 뼈와 살이 타는 로맨스를 장착, 극장가를 후끈 달구며 최고의 히트작으로 비상했다.
‘매버릭’, ‘구스’, ‘아이스맨’, 이상 극 중 삼인방에게 팬들의 관심이 분산되기는 했으나, 그중 으뜸은 주인공인 매버릭 역할을 맡은 톰 크루즈였다. 톰 크루즈는 이 영화로 일약 할리우드 스타로 도약했고, 이후 액션 스타로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36년 만에 <탑 건: 매버릭>으로 부활을 선포했다. 아주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맞이하는 기쁨은 온전히 원작의 동시대 영화애호가들의 몫. 사실 2018년 제작에 돌입해 2019년 7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연착륙, 그리고 2021년 7월과 11월 재촬영과 같은 복합적인 영향으로 마침내 애초보다 4년이 지난 2022년 5월 말 극장 스크린을 통해 엔진을 재가동했다.
기다릴 가치는 충분했다는 중평과 함께 이미 전작의 흥행 기록을 뛰어넘어 더 높이 비상 중이다. 북미에서만 1986년 전 세계적 수익 3억5천7백3십만 달러를 초과한 4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지구촌 전역에서 통합 7억5천5백5십만 달러 이상의 티켓 판매 매상을 올렸다. 6월 22일 한국 극장가를 타격할 채비를 한 가운데, 최종수익은 한층 더 상한가를 기록할 태세. <범죄도시 2>로 1천만 관객동원 홍역을 치른 한국 스크린을 강타할 예정이다.
속편 <탑 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원작으로부터 30년 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이야기를 발진한다. 현재는 코드명 다크스타(Darkstar)라는 극비 극초음속 제트기 프로그램의 시험 조종사로 일하고 있으며, 그의 무모한 도전정신 때문에 군 고위급 요원들과 불편한 상황. 프로그램 중단 위협이 가해진 그때, 예기치 않은 소환으로 피트 ‘매버릭’ 미첼은 ‘탑 건’으로 귀대하게 된다. 그의 전 경쟁자이자 오랜 벗인 ‘아이스맨 카잔스키’, 이젠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이 된 발 킬머의 요청으로 돌아온 매버릭은 테러 지원국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할 임무를 수행하도록 엘리트 조종사 그룹을 훈련하는 교관으로 F/A-18F 슈퍼호넷(Boeing F/A-18E/F Super Hornet)의 조종간을 잡는다.
공교롭게도 교육생도 중 한 명은 매버릭의 전 부조종사이자 절친 구스의 아들인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 마일즈 텔러(Miles Teller)다. 영화는 원작 <탑 건>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구스’의 아들 ‘루스터’와 ‘루스터’의 아버지를 잃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매버릭’의 관계를 한 축으로, 임무와 관련된 다른 조종사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적 상황을 탐구하는 한편, 톰 크루즈의 ‘매버릭’이 기지에서 바를 운영하는 오랜 여친 제니퍼 코널리(Jennifer Connelly)의 ‘페니’(Penny)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나면서 발생하는 로맨스를 병치해 플롯 라인을 잡았다.
거기에 위협적이고 긴박감 넘치는 공중전을 통해 초음속 전투기의 기동성과 놀라운 액션을 관객들이 만끽할 수 있게 포진했다. 톰 크루즈 주도하에 비행훈련을 실제로 수행한 배우들의 연기는 1986년 원작의 구식 액션을 초월할 만큼 더욱 실감 난다. 크리스토퍼 매쿼리(Christopher McQuarrie)가 각본을 쓰고, 조셉 코신스키(Joseph Kosinski)가 연출한 2편에서 톰 크루즈는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자로서 영화 관객들을 신나고 재미있게 할 줄 아는 귀재라는 걸 다시금 입증했다.
원본 <탑 건>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Jerry Bruckheimer)와 함께 공동제작자로 나선 톰 크루즈는 영화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음악에도 긴밀히 관여했다. 알다시피 뉴웨이브 신스팝 밴드 베를린(Berlin)이 부른 <탑 건>의 주제가 ‘Take my breath away’는 빌보드 싱글 순위 정상 차지 이후 이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 원곡(Best Original Song) 부문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케니 로긴스(Kenny Loggins)의 ‘Danger zone’과 ‘Playing with the boys’를 비롯해 다수의 동시대 팝송들을 별도로 묶어서 발매한 사운드트랙 앨범은 북미에서만 9백만 장, 세계적으로 총 1천 2백만 장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기록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해럴드 폴터마이어(Harold Faltermeyer)가 곡을 쓰고 빌리 아이돌(Billy Idol)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스티븐스(Steve Stevens)가 연주한 ‘Top gun anthem’은 1980년대 대중적으로 유행한 팝 메탈(Pop Metal)에 근거한 전형적인 스코어가 특징. 속편의 음악은 여전히 그 소리와 그 시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영화적 향수를 자극한다. 로긴스의 경쾌한 팝 록 송 ‘Danger zone’이 폴터마이어의 원본 테마음악과 함께 쟁쟁하게 울리고, 앤서니 에드워드(Anthony Edwards)가 원작에서 피아노를 차고 노래한 것처럼 마일즈 텔러가 그의 장성한 아들로 직접 재현한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의 시그니처송 ‘Great balls of fire’를 불러 비교체험 원작 대 속편의 장을 제공한다.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깨우는 한편, 요즘 세대를 위한 포석으로는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신곡을 특색있게 설정했다. 밴드 원리퍼블릭의 ‘I won’t worried’는 해변 미식축구 몽타주를 반주해 흥을 더하고, 레이디 가가의 ‘Hold my hand’는 일종의 엔딩 주제가로 ‘매버릭’과 ‘페니’의 로맨스를 강조하는 선율로 스코어에까지 관여한다.
주제가 격인 노래의 멜로디에 기반해 스코어에 공작에 참여한 가가와 영화음악 실세 한스 짐머(Hans Zimmer), 짐머의 회사 동료 론 발프(Lorne Balfe)가 작곡과 제작에 힘을 보탰다. 야마하 키보드, 튜블라 벨, 모듈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주제를 확립한 원작자 해럴드 폴터마이어는 ‘Top gun anthem’을 위시해 화음 진행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하는데 스코어의 악보 구조 깊숙이 지배력을 행사했다.
영화의 서막을 여는 ‘Main Titles–You've Called Back to Top Gun’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탑 건> 사운드의 원형을 재현한 이 곡은 1980년대 유행한 신스팝과 팝 메탈 연주음악의 질감을 전승한 한편, 한스 짐머 특유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조화롭다. 좋았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반추하게 하는 향수 가득 오프닝 트랙.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언급한 바와 같이 ‘Hold my hand’로 스코어에 기여했다. 블러드팝(BloodPop)으로 유명한 음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인 마이클 터커(Michael Tucker)와 공동 작곡한 노래는 주요 멜로디가 스코어에서 반복되는 사랑 테마의 토대를 이룬다. 매버릭과 페니의 사랑을 위한 로맨틱 테마는 ‘The Man, Legend/Touch Down’, 특히 ‘Penny Returns’와 같은 지시 곡에서 확연하다. 가가는 짐머와 데이브 플레밍(Dave Fleming)과 긴밀히 협력해 자신이 쓴 멜로디를 스코어에 녹여냈다.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발프는 이 노래를 영화의 사랑 주제로 생각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두 사람의 사랑과 관련이 있을 때 그 주제를 사용하기 시작하지만, 이 조종사들이 겪는 희생을 포용하는 감정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비행에 대한 사랑은 항상 우리가 이야기한 주제였습니다. 매버릭이 초음속 기록을 깨려고 할 때 우리는 그 주제에 대한 암시를 듣습니다.” 이 곡은 실제로 정말 멋지고, 약간 꿈같고 모호하며, 빛 뒤에 흐릿한 전자음, 예쁜 피아노 선율, 그리고 현악 앙상블이 매혹적이다.
스코어의 나머지는 대부분 액션 활극을 보강하는 역할로 쓰였다. 예의 짐머가 이전에 슨 여러 액션 스코어와 공통점이 다분하다. ‘Darkstar’는 매버릭이 가상의 초음속 항공기 ‘다크스타’로 마하 10을 깨려고 도전하는 장면의 긴박감과 액션을 반주하는 곡. 점점 더 집요해지는 첼로 오스티나토, 극적인 현악기, 글리산도 주법에 따라 빠르게 전개하는 화음, 웅장한 관악, 타악기 비트와 함께 진행할수록 증대되는 강렬함이 지배적이다.
‘You're Where You Belong/Give ’Em Hell’은 부드러운 현과 피아노 화음으로 도입해 상념에 잠기게 하는 곡조로 진행한 후 베이스와 현의 동일 반복 화음 진행에 덧붙여 웅대하게 상승하는 관악과 타악기 합주로 끝맺는다. 변화하는 현악의 음형, 절제된 긴장감, 키보드 질감, 웅대하게 폭발하는 브라스와 퍼커션 반주의 합이 절박한 역경에 직면한 영웅주의를 대변한다.
‘Dagger One Is Hit/Time to Let Go’는 우라늄 농축시설 파괴를 위해 정밀 타격 임무를 감행한 탑 건 팀의 활약상을 강조하는 지시 곡. 저음 현과 타악기로 일관한 곡조로 연속 전개하는 초기 공중 침투 장면의 분위기를 구축하고, 비극적인 순간에 구스의 주제를 암시한 감성적 스트링이 다시 채워진다. 극의 전개 맥락에서 음악이 주는 감정적 변화는 장면의 고뇌를 이해하는 데 공감의 토대를 마련해준다. 특히 엄숙한 관악기 연주의 질감이 더욱 그러하다.
이어지는 ‘Tally Two/What's Plan/F-14’는 매버릭과 루스터가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당한 후 파괴된 적의 공군기지에서 F-14 톰캣 전투기를 훔쳐 타고 탈출하는 연속장면을 반주한다. 이 음악은 더 어둡고 위협적이며 불길한 타악기 반주와 흐느끼듯 감싸는 혼이 특징. 스릴있는 ‘다크스타’ 모티프를 중반부터 재연해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인 매버릭의 캐릭터 성향을 반영했다. 타악과 현악이 일정한 음형으로 맹렬하게 박차를 가하는 반복 악절에서 짐머의 <맨 오브 스틸> 액션 연속화면 지시 곡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스 짐머와 론 발프는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제작자로서 다수의 전작에서 익숙한 관현악 작법을 <탑 건> 속편 음악에 변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핵심은 물론 폴터마이어의 ‘탑 건 앤섬’과 가가의 ‘러브 테마’이다. ‘The Man, Legend/Touch Down’은 그런 연유에서 가장 잘 집약된 통합적 테마의 결정판을 들려준다. 웅대한 관현악 협주에 의한 영웅주의, 피아노와 현의 밝고 따스한 곡조로 전개되는 화음은 안도와 구원의 감정을 불러낸다.
36년 만의 귀대, 2022년 판 <탑 건>은 원판을 본 기성세대에겐 영화나 음악 모두 반가울 것이다. 말 그대로 회춘을 부른다. 일부 짧게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클래식 팝과 로큰롤 음악들까지, 20세기의 시대를 빛낸 음악 내음이 진동한다. ‘복고’(Retro)는 21세기 초 문화현상의 한 축으로 20세기 스타 톰 크루즈와 제니퍼 코널리는 물론, 해럴드 폴터마이어를 당당히 부활시켰다. 톰 아저씨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다시 시작이다.
[사운드트랙 목록]
01. Main Titles – You’ve Been Called Back to Top Gun (2:30)
02. Danger Zone (작사 작곡 Giorgio Moroder and Tom Whitlock, 노래 Kenny Loggins) (3:36)
03. Darkstar (3:01)
04. Great Balls of Fire – Live (작사 작곡 Jack Hammer and Otis Blackwell, 노래 Miles Teller) (1:55)
05. You’re Where You Belong/Give ‘Em Hell (5:46)
06. I Ain’t Worried (작사 작곡 Björn Yttling, Brent Kutzle, John Eriksson, Peter Morén, Ryan Tedder, and Tyler Spry, 노래 OneRepublic) (2:28)
07. Dagger One Is Hit/Time to Let Go (5:06)
08. Tally Two/What’s the Plan/F-14 (4:34)
09. The Man, the Legend/Touch Down (3:54)
10. Penny Returns (2:47)
11. Hold My Hand (작사 작곡 Stephanie Germanotta and Michael Tucker, 노래 Lady Gaga) (3:45)
12. Top Gun Anthem (작곡 Harold Faltermeyer) (4:13)
[Original Soundtrack Song List]
‘Top Gun Anthem – Harold Faltermeyer, Steve Stevens paying Guitar
‘Danger Zone’ - Kenny Loggins
‘Great Balls of Fire – Miles Teller
‘I Ain’t Worried - OneRepublic
'Your Cheatin’ Heart‘ – Hank Williams
’Let’s Dance‘ – David Bowie
’Bang A Gong (Get It On)‘ – T. Rex
’Tramp‘(Lowell Fulson Song) – Otis Redding & Carla Thomas
’Slow Ride‘ – Foghat
’Won’t Get Fooled Again‘- The Who
’Taps‘ across america – Jacob Anderson
‘Hold My Hand’ - Lady Ga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