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최대 5일장
모란시장
경기도 성남이라고 하면 모란시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지명도가 높고 유명하다는 뜻이겠다. 1962년경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모란장은 매 4일과 9일에 열리는데, 성남시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사람들이 구경 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통팔달로 버스편이 닿고, 지하철 8호선 모란역이 시장과 맞닿아 있는 터라 장날이면 문자 그대로 성시를 이룬다. 화훼, 양곡, 약초, 잡화, 생선, 담수어, 닭과 개 등 축산물과 온갖 음식들이 펼쳐지는 장터는 서민들의 애환과 삶의 생동감이 넘쳐 나는 곳이다. 성남이라는 도시가 형성된 것과 때를 같이 한 시장이라 100년, 200년의 긴 역사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전통재래시장으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덕분에 5일장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로 평가를 받는다.
또 한 가지 모란시장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개고기다. 어림잡아 전국에서 소모되는 보신탕용 개고기의 30% 정도가 모란시장을 거쳐서 판매된다고 하니 가히 ‘통개의 수난지대’라 할 만하다. 통개로 팔려 나가는 개값은 kg당 10,000원 정도로 보면 된다는데, 5일장과는 상관없이 상설 판매되고 있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은 장터 넓은 공간이 주차장으로 이용된다.
남한산성 아래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통칭 논골민속마을에는 닭죽촌이 형성되어 있다. 한옥건물 11개동에 20여 업소가 입주, 닭죽만을 판매하고 있다. 참으로 보기 드문 음식촌이다. 이 닭죽촌은 원래 지금의 위치보다 낮은 산성 입구에 산재해 있던 집들을 이곳으로 이주케 하고 집단화시킨 것이다. 집단화한 것이 9년 전이라는데 음식점 간판들에는 ‘20년 전통’, ‘30년 전통’이라고 씌어 있다.
- 갈비맛 보고 평양식 냉면 한 그릇
봉피양냉면
서울에서도 특히 송파구 사람들과 경기도 하남시 사람들은 남한산성 서쪽 자락을 마을 뒷산처럼 생각하고 즐겨 찾는다. 송파구와 하남시의 경계점, 하남시 감이동이 등산나들목이다. 지난 3월 중순, 늦은 오후 시간에 거여동 공수부대 정문에서 L사장과 만나기로 했고, 운 좋게도 이곳 등산로를 가장 잘 아는 방대만(方大滿) 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방 대장은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K고교 동기동문산악회 ‘요산요토(樂山樂土)’의 등반대장이다. 대원들 모두가 사회 각계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라는데, 이분들의 산행은 일명 ‘배밀이 산행’이라는 것이 방 대장의 설명이다. 매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모여 가볍게 산행하는데, 이 산행으로 불룩 튀어나온 배가 안으로 조금씩 들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방 대장은 미처 챙기지 못한 업소 한 곳을 강력히 추천했다. ‘봉피양냉면 남한산성점(02-431-8003)’이 바로 그 업소. 올림픽공원에서 멀지 않는 벽제갈비 방이본점의 분점이라 맛에 관한 한 미리 50점을 주고 들어가도 될만한 집이다. 일행은 돼지갈비에 술 한 잔, 그리고 물냉면 한 그릇으로 맛을 확인했다. 식당에 걸려 있는 ‘평양에서의 평양냉면 배달장면’ 그림이 매우 인상적이다.
‘쌍바위가든(02-3401-5252)’은 봉피양냉면집과 이웃한 업소로, 성불사 방향 남한산성 약수터 가는 길목에 있다.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보신탕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고, 산(生)오리 구이, 백숙, 탕을 잘 하는 집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밖에 토종닭, 아구찜, 아구탕, 삼겹살, 쌈밥, 소머리국밥, 칡냉면 등 다양한 음식들을 차려낸다.
- 바삼탕을 아시나요
곰섬마을
바삼탕이라? 매우 생소한 음식이름이다. 전철 5호선 남한산성 어귀, 거여역 2번 출구로 나와 100m쯤 되는 지점에 있는 ‘곰섬마을(02-443-9494)’이라는 식당에서 차려내는 메뉴의 하나다. 바삼탕은 그렇게 어려운 말은 아니다. 바지락과 삼계탕의 만남, 즉 바지락과 삼계탕의 합성어다.
바지락 국물은 시원한 맛을 낸다. 뜨겁게 끓인 바삼탕의 온도는 높기만 한데 이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아! 정말 시원하구나!” 하는 감탄사가 식탁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정운배(鄭雲培·50) 사장은 많은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내친 김에 자신도 식당 하나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은 연상의 여인인 부인 양분순(梁分順·52)씨를 꼬셔서(?) 식당문을 열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에 빠졌을 때 떠오른 일이 고등학교 때 무전여행 중 포항 바닷가에서 먹은 음식이었다고 한다.
지치고 허기진 상태에서 어렵사리 닭 한 마리를 구하게 되었고, 그 닭에다 바닷가에서는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조개를 넣어서 끓여 먹었다는 것이다. 그 때의 그 기막힌 맛을 늘 간직하고 살아 왔다는데, 식당을 개점하면서 이 음식을 조개 대신 바지락으로 대체, 요즘말로 그레이드업한 것이 바로 바삼탕이라는 설명이다.
옥호로 쓰고 있는 ‘곰섬마을’은 충남 태안의 안면도에 인접한 태안군 남면 신온리 3구의 별칭으로 바지락 산지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바삼탕 9,000원.
곰섬마을에서는 또 하나의 별난 이름 ‘해병대도리탕’을 차려낸다. 흔히 ‘해물닭도리탕’으로 불리는 음식인데, 언제부터인지 해병대도리탕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닭고기에 낙지, 새우, 바지락, 미더덕, 거기에다 감자와 콩나물을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의리의 해병대 사나이’들을 닮은 맛일까.
여하튼 군침을 돌게 하는 매력 만점의 음식이요, 음식이름이다. 20,000~3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