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우 케이씨엘 변호사(중문 4)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굳이 방송대를 선택한 이유요? 비용 부담이 적으면서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학원에 가면 문법보다는 회화 위주로 배우잖아요. 방송대에서는 한문책으로 한시도 배우면서, 중국어 간자체까지 골고루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현직 서울대 교수 중에 방송대에 재학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법원장에서 방송대 학생으로
박홍우 동문은 서울대 법대에서 학부부터 석·박사학위를 마쳤다. 세부 전공은 헌법이다.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후 2016년까지 사법연수원 교수,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법관으로 재직한 33년간 환경 보호 차원에서 유사휘발유 ‘세녹스’ 판매 금지 판결부터, 경찰의 강제해산 조치로 사망한 대학생에 위자료로 5천만원을 상향인정·지급(당시 위자료 평균은 1,500만원)하는 등 합리적이면서 균형 있는 재판을 하려고 노력해왔다.
박 동문이 방송대를 찾은 건 지난 2017년, 중어중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하면서다. 사법고시 합격자가 140명이던 시절에 합격했을 정도로 공부에는 도가 튼 그는 학창 시절 공부습관을 중국어 공부에도 적용하고 있다. “제가 고1 때 축농증 수술을 받고 오래 누워서 생활하다 보니, 몇 달간 수학 공부를 못했어요. 수학이란 게 그렇잖아요. 전 단계를 모르면 나갈 수가 없어요. 혼자 1학년 수학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공부했어요. 기본 원리를 내 것으로 만들고 2학년 부분을 공부하니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중국어는 정복하기 어려운 산이다. 조사가 있는 한글과 달리, 한 단어가 동사, 명사, 형용사로 다양하게 쓰이며 때로는 뜻까지 달라지는 중국어의 특성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독해 과목이 가장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배들의 재능 기부로 열리는 서초스터디에 주 2회 참여하며 도움을 받고 있다. 옥편 옆에 놓인 그의 중국어 교재는 발음기호에 성조 표시까지 온통 새까맣다.
현재 박 동문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판사 시절처럼 시간을 관리할 수 없다는 점이 중국어 공부에서 가장 아쉽다. 그래서 한 학기에 18학점 6과목까지 수강 신청할 수 있지만, 매 학기 소화 가능한 3과목 정도를 신청한다.
박 동문은 공부하다 잡생각이 들 때면 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시절이던 2003년, 법관 체육대회에서 3km 달리기를 해 본 후 자신감이 붙었다. 그해 가을 한강 변에서 5km를 뛰었고, 이어 10km까지 거리를 늘렸다. 2007년 동료 법관과 마라톤 동호회를 만들어 하프 코스를 완주했고, 풀코스는 2011년 춘천마라톤 대회를 시작으로 총 9번 완주했다. 그는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를 안고 뛰다 보면, 어느새 아무 생각 없이 뛰고만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다. “땀을 듬뿍 흘리고 나면 변화를 스스로 느낄 수 있어요. 마음의 걱정거리가 어느새 해소돼요. 그런 상황에서는 해결책이랄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죠.”
AI 번역기 시대에도 영자신문 구독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이 통역과 번역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박 동문은 어린 시절부터 공부했던 영어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199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도 현지 가정과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국민대·산타클라라 로스쿨 프로그램에서는 10여 년간 외국인 학생에게 영어로 한국 법을 강의하기도 했다. 지금도 꾸준히 <뉴욕타임스>, <코리아중앙데일리> 같은 영자신문을 구독해 읽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발 앞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읽은 코로나19 관련 외신 기사를 소개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차단되면서 독일과 덴마크에 떨어져 사는 노인 연인이 서로 만날 수 없게 되자, 국경 지역에 테이블을 두고 음식을 함께 먹으며 데이트한 이야기다. <뉴욕타임스>에 전면 기사로 실렸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치 뉴스가 많은 편인데, 외신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제법 나와요”라며 “AI 기계를 갖다 대기만 하면 번역을 해주는 날이 오겠죠. 하지만 자신이 읽는 것과 번역서 보는 느낌이 다르잖아요?”라고 되물었다. 그가 지금도 중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다.
방송대에 와서 그는 퇴직하고 취미로 공부하는 학우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가 함께하고 있는 스터디에는 세 번째 학과에 입학한 학우도 있다. 나이가 들어서 다른 일로 소일하기보다는 배우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모습, 즉 취미로 공부하는 평생교육 시대를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계속 공부한다는 건 참 생산적인 것 같습니다. 공부해서 역량을 키우면, 결국 주위에 영향을 끼치게 되죠. 나중에 손자, 손녀를 키울 때 말이라도 한마디 좋게 해줄 수 있고요. 손주들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공부의 중요성과 자세를 배우겠죠. 나이가 들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을 계발하는 노력도 할 테니, 평생교육만큼 바람직한 게 또 있을까요?”
첫댓글 세상이 불공평 하네요.
머리 좋으시고 거기다
인물까지 이리 멋있으시니...ㅎ
그런 사람도 있으니 세상이 재미 있는 거 같아요.
노력하면 이루는 게 있다.
@강남서초 세상이 재미있다시니
성격이 참 훌륭하십니다.
그룹장님 역시
멋지십니다...
저도 한참전에 방송대신문에
한번 나온 적이 한번 있어서
반가움에 숫가락 슬쩍
얹어봅니다.
멋진 사진과 글이네요.
내 옆엔 늘 대가들이 즐비하니 정말 겸손히 손 모으고 배울 게 많은 스터디입니다.
@강남서초 바이칼호수를 바라보며
걸어가다 찍힌 사진과
글로 방송대인의 이야기에
수다를 떨었는데 기자가
보고 전화를 했었지요.
산티아고행 비행기
타러가는 공항버스 안에서
실어도 좋다고 했고,
순례중 사리아에서
실린 걸 발견했지요.
@김인행(19-3) 기자가 발로 기사를 못 써도
인터넷에서 남의 글을 잘 찾아내도 썩 괜찮은 기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