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제육볶음이 우선 눈에 띄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입에 입맛을 사로잡는다. 다양하고 싱싱한 채소, 것도 생것과 익은 것이 고루 나온다. 찬은 정성과 손맛이 함께 들어갔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담스런 차림에 불만없는 한끼가 가능하다.
1.식당얼개
상호 : 옛집
주소 : 안양시 만안구 안양6동 517-19
전화 ; 031-442-4886
주요음식 : 쌈밥
2. 먹은날 : 2022.2.24.저녁
먹은음식 : 꽃쌈밥정식 13,000원
2. 맛보기
맛있는 찬으로 상을 채웠으나 아무래도 하이라이트는 주메뉴, 제육볶음이다. 호박과 함께 했다. 우선 고기맛이 좋다. 양질의 신선한 고기와 듬성듬성 자신있는 솜씨가 모양과 맛을 다 잡는다.
보기만해도 신선한 느낌이 그대로 눈을 현란스럽게 한다. 시각은 그대로 미각으로 전달된다. 탱탱한 그맛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야채 또한 없는 게 없다. 익은 것, 생것, 익숙한 것, 낯선 것, 낯선 것의 여왕은 팬지꽃이었다. 당귀가 팬지에 눌렸다.
미역, 양배추, 케일, 배추, 젤 나선 케일의 쌉쏘롬한 맛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을 듯하다.
오늘 반한 반찬 중 하나가 느타리볶음, 버섯볶음은 간단한 요리지만 맛과 모양을 다잡기 힘든 음식이다. 맛도 모양도 좋다. 맛은 쫄깃거리고 간도 잘 맞아 보기보다 더하다.
파래무침, 보는 것처럼 맛도 청아하다. 초무침인데 입에서는 달다.
청포묵의 식감이 압권이다. 탱글거리고 쫄깃거리면서 통통 튄다. 묵의 맛이 어떻게 이 정도인가.
된장은 전통 집된장 느낌이 좋다. 뒤끝이 개운하다.
밥만 먹으라고 해도 한 그릇 거뜬히 다 먹겠다 싶을 정도. 밥맛이 어때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차지고 쫄깃거리고, 탱글거리고, 한알 한알의 완성된 물리적 느낌을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 돌솥밥도 아닌데, 이런 밥을 해내는 솜씨와 정성이 궁금하다.
4. 먹은 후 :
1) 쌈밥과 보쌈 비교, 쌈밥음식사
쌈밥은 한국식 식사방식을 잘 보여주는 음식이다. 시어머니가 미울 때는 상추쌈을 한다는 속언이 있을 정도로 쌈은 역사가 오래고 대중적인 섭취 방식이다. 쌈이 커지면 목을 뒤로 넘겨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히 눈을 치켜 떠야 되기 때문이다. 쌈을 핑계로 시어머니를 흘겨보고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것이다.
쌈밥 메뉴에서는 생야채쌈을 많이 하지만, 쌈은 익힌 야채로도, 절인 야채로도 한다. 절인 야채에 양념을 넣어 싸는 쌈은 보통 보쌈이라 하여 돼지고기 수육을 싸먹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쌈밥은 여러 채소로 보통은 제육볶음을, 혹은 우렁된장를 싸먹는 메뉴이다. 보쌈은 고기를 주로 먹는 음식이고, 쌈밥은 채소를 주로 먹는 음식이다. 보쌈은 돼지고기 수육이 고정 메뉴이지만, 쌈밥은 채소가 고정, 제육볶음은 변수라서 다른 메뉴로 교체될 수 있다. 쌈밥과 보쌈은 다같은 쌈이면서 각각 제육볶음 생야채쌈과, 수육 절인야채쌈을 가리키는 변별적인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쌈밥은 여러 쌈채소를 골고루 곁들여 채소에 공을 들인다. 집에서 이렇게까지 갖춰먹기 힘드니 외식의 강점을 보여주는 메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야채가 먹고 싶으면 쌈밥집에 가면 된다. 쌈밥은 보통 보리밥과 함께 한다. 들일하다 먹는 들밥의 메뉴가 보통 보리밥에 쌈밥, 거기다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것이었을 테니, 쌈밥은 전통 민중메뉴로의 회귀한 대표적인 고향 음식이다. 그래도 김홍도가 그린 <들밥(점심>보다는 엄청 화려해졌으니 전통 음식 이름만 빌렸다고 할 모르겠지만 말이다.
쌈밥은 불고기, 수육 등등 온갖 화려한 음식을 떠돌다 결국 보통 음식으로 회귀한 음식사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임에 분명하다. 서사문학사에서 신령과 영웅을 거쳐 범인이야기로 정착하는 흐름이 생각날 정도다. 민중이 당당한 시대, 민중문화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된 것임이 민중음식에서도 확인된다 하겠다.
2) 쌈채소 상추
쌈채소의 대표는 상추이다. 잎이 치마처럼 넓고 부드러워 쌈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상추쌈은 위 아래 할것없이 즐겨먹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는 "상추쌈을 입에 넣을 수 없을 만큼 크게 싸서 먹으면 크게 부인의 태도가 아름답지 못하니,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덕무는 양반에게 게장에 밥 비비지 말라고 했는데, 음식 먹을 때의 체통을 맛보다 중시한 거 같다. 실학자로 알려진 면모와 음식 예의 차리는 것은 기대와 많이 다르다.
이렇게 누구나 맛있게 먹다보니 상추 속담도 여러 가지다.
가을 상추는 문 걸어놓고 먹는다.
상추밭에 똥 싼 개는 저 개 저 개 한다.
눈칫밥 먹는 주제에 상추쌈까지 먹는다.
가을 상추는 시어머니도 안 드린다.
다 상추가 맛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속담이다. 입맛은 예나지금이나 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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