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 서순희
이 애는 세 살이 조금 지났을 때 청강생으로 들어왔다. 해남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아빠, 엄마는 고민하다 학교로 오셨다. 너무 어리기 때문에 엄마가 방을 얻어 살면서 학교에 보내겠다면서 나름대로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 큰아들도 덩달아 목포에서 학교를 다녔다. 엄마는 교육에 전념하였다. 무거운 정서장애는 커 가도 뾰족한 수가 없다, 초등, 중학, 고등 전공과를 마치고 졸업했다. 지금은 ㅁㄷ복지관 주간 보호센터에 다닌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엄마들은 단순히 낳다는 이유만으로 무거운 부채를 안고 산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자신을 원망하면서 자식을 보고 원수 대하듯 하고 끝내 남편과 이혼하는 집도 있다. 갈라설 때는 서로 안 키우겠다고 발을 뻗어, 늙은 할머니, 외할머니 집에서 자란다. 허리 굽은 할머니는 그저 손주라 잘 키우고 싶은데 애들이 엉뚱한 헛발질하고 말귀를 못 알아서 힘들다고 한다. 자식 놈 하고는 연락이 두절된 채 막막하게 산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죽기 하루 전에 자식을 묻고 가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해댄다. 꼭 이게 아닌데, 여기도 학생이 있는 소중한 배움터가 아닌가. 사방으로 둘러싼 아름다운 학교에서 꿈이 없는 이야기를 나무들은 듣고 있다.
때마침 조흥은행에서 공문이 왔다. 장학금 내용이다 . 목포 시내 중학 신입생 중에 00명, 특수학교는 한 명만 준다는 것이다. 목포권에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지체 특수학교가 있다. 은행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장학금이 우리 학교에 필요한 이유를 알렸다. ‘자식을 밑 빠진 독으로 생각하는 부모님 이야기’를 썼다. 이런 애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키워주시는 수고에 감사드리는 데는, 장학금은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은행장은 위로금을 보냈다.
해남 애기 엄마는 장학금 받고 눈물을 흘렸다. 뼈에 사무친 어둠이 주었던 눈물이었다. 집안에서는 “함께 살아야지 병신 새끼를 목포까지 가서 학교에 보내더니, 아까운 돈만 날리고 불쌍한 내 동생만 고생시키냐? “라며 아니꼬운 말을 해댔다. 가게는 갈수록 매상이 떨어지고 남편은 뒷바라지하느라 100원조차 쓰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2500만 원 주면서 ‘ 잘 살 거라’며 며느리 손을 잡았다.
엄마의 꿈이 있다면 "고맙습니다" , 한 마디 말을 아들에게 듣고 싶다는 것이다. 이 애는 서른 가까이 되었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자기를 썼다. 아들의 손을 놓은 적이 없는 못난 사람이라고 자처한다. 오늘도 복지관에 가지만 몇 살인지 형마저 보면서도 누구인지 제대로 모른다. 이런 아들 옆에는 그림자로 남아있는 부모님이 있다.
삼학도 성당을 다닌다. 봉사 단체로 하상 장학회가 있다. 지금부터 30년 전 기사님들이 중심으로 발족했다. 택시, 화물차, 트럭, 용달차를 모는 교우다. 가난한 과거를 떠 올리며 돈이 없어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마음이 모아졌다. 그래서 발족한 것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정하상 바오로는 조선의 천주교 순교자, 평신도 신학자, 교회 지도자로 1801년 신유박해로 순교한 정약종의 아들이자 정약용의 조카이다. 천주교에서는 학문에 정진하는 사람들 대부로 불린다.
이 장학회는 매월 2만 원 씩 모아 고등학교 입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준다. 3년간, 1년 4회, 금액은 납부금 수준이다. 성당에 다니면서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이 받았다. 장학금을 꾸준히 지급하다가 작년부터 룰을 바꿨다. 삼학도 성당 다니는 교우라는 제한적 규정을 허물었다. 목포 시내, 아니면 인근 지역을 막론하고 거주지를 확대했다. 종교를 엄격히 따졌는데 천주교, 교회, 절, 무당, 신앙이 없어도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자고 제안을 하니 그거 좋겠다며, 선발 조건과 공부를 꼭 잘해야 하는 성적 기준도 없애기로 했다. 작년부터 실시했다. 그래서 바뀐 후로 아빠를 일찍 잃고 엄마 손으로 크는 아들, 엄마가 가난한 남편이 싫다고 초등 2학년 때 가출해, 어렵게 목공일을 하면서 키운 아들이 새로운 장학생이 되었다.
신부님도 하상 장학회를 칭찬했다. 보통 성당에서는 가난한 이웃에 대한 봉사 단체가 많지만, 교우들이 직접 돈을 내서 운영하는 장학회는 삼학도 성당이 유일하며 좋은 나눔이란다. 나도 참여한 것은 10년 정도 된다. 특히 장학회를 변화시키자고 건의했을 때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도 됐다. 하느님 뜻이 교우들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너무나도 쉽게 결정이 되어 작년부터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했다. 나도 기뻤고, 해당 학생 부모님들은 성당에서 이럴 수가 있냐고 놀라기도 했다. 힘든 생활에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수혜 학생들에게 이제는 너희도 장학금을 받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너 일은 너 스스로 하고,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견디며,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학교생활을 잘 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네, 학생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첫댓글 마음속에 사랑 가득하신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어른들의 관심속에 아이들이 훌륭한 아른으로 자라겠지요.
고맙습니다.
학생들 사랑하는 교장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지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봄날 아름다운 햇살처럼 따뜻한 한 주 지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