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는 동지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14시간 35분으로 1년 중 낮이 가장 길다.
24절기의 열번째. 음력으로는 5월 중, 양력 6월 21일경이 시작되는 날이며,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있다. 해가 황도의 하지점을 통과하는 날.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게 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한다.
북반부에서는 일년 중 가장 낮이 길며 남중고도라고 하여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에는 기온이 상승하여 몹시 더워진다.
북극지방에서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고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로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夏至(하지) 이전이면 모두 끝나며, 장마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파삭한 햇감자를 캐어 쪄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먹는다.
하지가 되면 묵정밭과 산야는 희디 흰 개망초꽃으로 뒤덮힌다. 과거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전 남부 이모작 지대에는 하지 '전삼일․후삼일'이라 해서 그때가 모내기에 적기였다.
지금은 보온용 못자리 설치로 모내기가 빨라져 하지 때가 되면, 모는 새 뿌리를 내리며 날마다 더욱 굳어진다.
늦모내기가 대체로 끝나는 하지부터는 비료치기와 벼 병충해 방제작업에 들어간다.
장마와 가뭄대비도 해야 하는 만큼 이때는 일년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쁜때이다. 메밀파종, 누에치기, 감자캐기, 고추밭매기, 마늘캐기 및 건조, 보리수확 및 타작, 보리수매, 모내기, 모낸 논 웃비료치기, 제초제 살포 등이다. 그루갈이용 늦콩심기, 또 대마수확이 이루어진다. 대마를 하는 농가는 모내기보다 더 바빠 대마철은 아예 잠을 못 잔다고 한다.
보리 타작한 농가는 할매단지에 가을추수 후 넣어둔 쌀을 꺼내고 보리를 넣어 잘 모셔둔다.
벼농사의 경우 모내기가 끝나면 김매기(지역에 따라서는 논매기라 한다)가 뒤따른다.
벼가 패기까지(출수기) 두세번에 걸쳐 김매기가 이어진다. 처음 매는 김을 초벌매기(애벌매기라고도 한다)라 한다. 초벌매기 후 3주 쯤 지나면 두벌매기가 이어지고 잡초가 많은 논이나 알뜰한 농가, 일손이 많은 농가에서는 세벌매기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 김매기를 하는 논은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논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모두들 손쉬운 제초제로 김매기를 대신 하게 된다.
노동력의 부족으로 인해 땅에 마구 뿌려댄 제초제는 결국 벼로 옮겨가고, 그 벼는 사람이 먹게 됨에 따라 체내에 축적되고, 마침내는 각종 암이나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 심각한 상황을 유발하고야 만다.
두레 김매기를 통해 이웃간의 도타운 정을 나눌 줄 알았던 우리네 아름다운 전통은 사라지고 지금이사 한 사람이 충분한 일손이 되어 제초제를 뿌려대고 있으니 인간이 이기로 인해 머지않아 이 땅덩이와 밥상이 몰락할 날이 도래하고야 말 것이다.
지렁이와 구데기, 각종 벌레들이 우글거리던 우리네 옛 땅으로 희복할 날은 과연 언제일까?
기우제 - 하지가 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이장(里長)이 제관이 되어 용소(龍沼)에 가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낸다. 제물로는 개나 돼지 또는 소를 잡아 그 머리만 물 속에 넣는다. 그러면 용신(龍神)이 그 부정함을 노하여 비를 내려 씻어 내린다고 믿는다. 나머지 몸통 고기는 기우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함께 먹으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