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의 부흥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창작을 지속해 온 작가들과 이름 없이 현장을 지켜온 교육자들의 묵묵한 노력이 오늘날의 결과를 만들었다. 아정 이현자 작가가 기획한 종로구 지원사업 초청전시 <함께 만든 시간>이 7월 15일(수)부터 7월 21일(화)까지 갤러리 라 메르 2층 제4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민화 보급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온 원로 및 중견 작가 54인을 초청하여 그간의 헌신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들은 1970~1980년대 수출민화의 변화와 시장 침체기를 거쳐, 2000년대 이후 찾아온 제3의 부흥기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전통을 계승하며 민화의 저변을 넓혀온 산증인들이다. 전시를 기획한 아정 이현자 작가는 "한국 민화의 저변이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은 특정 작가들만의 공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과 교육의 힘이 결합하여 이뤄낸 결과"라고 이번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이현자 작가는 민화의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세대다. 1971년 안국동 중학교 시절 민화를 처음 접한 그는 대원사의 '빛깔 있는 책' 시리즈와 샘터사의 관련 서적을 통해 관심을 키웠다. 이후 산업은행 재직 시절에는 점심시간마다 인사동을 방문하며 전통문화의 현장을 경험했다. 당시 민화는 예술과 직업 사이의 모호한 경계로 인해 젊은 세대의 유입이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나정태, 정하정, 박수학 등 여러 작가가 공방을 운영하며 도제식 교육을 지속했고, 1980년대 초에는 수출민화 시장의 활성화로 구직 광고가 붙을 만큼 활기를 띠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중후반 시장이 위축되며 많은 작가가 화단을 떠나야 했으며, 이러한 침체기 속에서도 민화의 맥을 지켜온 이들의 헌신은 오늘날 민화 부흥의 토대가 되었다. 2000년대 들어 가회민화아카데미를 포함한 교육 및 연구 기반이 구축되고 대학과 평생교육기관을 통해 교육이 확대되면서 민화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이현자 작가가 강조한 '교육의 힘' 또한 민화의 저변을 넓힌 핵심 동력이었다. 오늘날 한국 민화의 성장과 대중화는 이름 없는 작가와 교육자들이 현장을 지키며 쌓아온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5회 종로구 지원사업 <함께 만든 시간>은 민화의 오늘을 일궈온 원로 및 중견 작가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 기획자인 이현자 작가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도 우리가 간직해야 할 정신이 있다"며,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며 그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고 싶다"는 진심을 밝혔다.
참여작가 명단 : 강덕자, 강은명, 고정애, 권성녀, 권정순, 김애자, 김영순, 김영식, 김재춘, 김제민, 김지혜, 남정예, 노윤숙, 민봉기, 박기정, 박미향, 박순자, 박숙희, 박현희, 안옥자, 앙금옥, 양영희, 엄미금, 유영순, 유옥자, 윤명섭, 윤일수, 이명숙, 이명희, 이방우, 이상금, 이선령, 이영덕, 이정옥, 이현자, 임부경, 임애자, 전소빈, 정승희, 정영애, 조경애, 조영옥, 조은희, 최남경, 최옥수, 한영희, 황종미.
이현자, <복, 그대를 위한 축원>, 2026, 금지, 인공석채, 금분, 분채, 65×52cm
아정회 : 김근자, 백승목, 상인희, 서희숙, 신재은, 유계선, 윤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