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킹더랜드」의 사랑 이야기
2023년 8월 6일 종편의 16부작 드라마 「킹더랜드」가 종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킹호텔 호텔리어들의 꿈인 VVIP 라운지 ‘킹더랜드’에서 맺어지는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다. 시청하기엔 취약 시간대인 토일 밤 10시 30분에 방영되지만 평균 시청률 10%를 넘겼으니 꽤 인기가 있던 드라마였다. 킹그룹은 100년의 전통을 가진 국내 최고의 호텔을 기반으로 항공, 유통 사업까지 손을 벋친 재벌기업이다. 회장 구일훈은 슬하에 이복 남매를 두었는데 딸 화란(花蘭)과 둘째 부인 한미소에게서 난 아들 원(元)이다. 화란은 킹그룹의 상무이면서 킹그룹을 송두리째 차지하겠다는 야심으로 똘똘 뭉쳐 있지만 아들 원은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킹호텔에 입사한 천사랑과 사랑에 빠지면서 그녀를 지키려면 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본격적으로 호텔 경영에 참여하고 화란과는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다. 호텔 경영능력을 쌓은 화란은 새내기 본부장 원의 실력에 놀라 경계심이 가득하다. 화란은 눈앞의 현실만 보는 근시안적 경영자라면 원은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세계적인 호텔로서의 꿈을 향해 가는 차기 대표다.
반면 그의 연인 천사랑은 조실부모하여 할머니 손에 자란 2년제 대학 출신이다. 4년제 대학 출신만 뽑는 킹호텔에 자격 미달인 천사랑이 예상을 깨고 합격한다. 이렇게 그녀가 호텔리어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은 가식 없는 그의 미소 때문이었다. 거짓 웃음을 극도로 경멸하며 진실된 웃음이 만발하는 호텔을 만들고 싶어 하는 본부장 구원은 천사랑이 호텔리어로서 진실된 웃음으로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에 반한 것이다. 결국 킹호텔 친절사원 사랑과 대표이사 원과의 애틋한 사랑은 킹더랜드를 웃음꽃이 활짝 핀 행복정원으로 만든다. 이 드라마는 사랑의 미소가 가득한 곳이 천국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청초한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에는 그리스도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교훈이 있다.
먼저, 최고가 되려면 역사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킹호텔은 국내 최정상 고급 호텔이지만 세계적인 호텔은 아니었다. 재원도 넉넉한 호텔이 세계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인이 인정하는 호텔로서 1%가 부족했다. 100년 전통의 호텔에 역사가 없다. 그동안 킹호텔은 영업이익에만 몰두했지 세인들에게 내놓을만한 감동적인 이야깃거리에 관심이 없었다. 호텔 행사는 영혼 없는 축사(祝辭)만 늘어놓는 정관계 고위급 유명 인사들의 잔치였는데 구원 본부장이 주관한 백주년 기념행사는 달랐다. 이 호텔을 든든하게 지켜온 무명의 사람들이 땀 흘린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헤쳤다. 수십 년 동안 문지기였던 늙은 도어맨(doorman), 호텔 제복도 입지 못하고 고기만 썰던 정육점장, 매일 침구류 시트카버 세탁과 교체를 맡은 백발의 객실 지배인, 냉난방 담당 보일러 기사 및 전기 기사 등등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고 알려하지도 않았던 무명 직원들의 그늘 속 애잔한 이야기를 햇살 아래에서 조명을 받게 했다. 상무이사의 ‘치워’ 말 한마디에 직원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이 호텔의 흑역사를 청산하였던 것이다. 백년을 채운 히스토리는 잔잔한 호숫가의 파문처럼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심금에 퍼져나갔다. 호텔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로소 킹호텔 세계화의 꿈을 이룰 발판이 되어 세계로, 미래로 나가는 새 시대를 열었다. 단순히 시설이나 서비스가 좋다는 평으로 세계무대에서 최고급 호텔의 명성을 얻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깃거리가 장차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귀중한 유산이다. 역사의식의 부재는 미래가 없는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다.
또한 드라마 「킹더랜드」에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가난한 집 손녀 천사랑이 킹호텔 왕회장의 왕자 구원의 신부가 되는 소위 천데렐라의 사랑이야기는 구약성경 아가(雅歌)의 주제인 솔로몬 임금과 술람미 여인의 그것과 묘하게 겹친다. 솔로몬은 후궁이 칠백 명, 첩이 삼백 명(왕상 11:3)이나 있었다. 그런데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은 궁궐 밖 포도원에서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포도를 따던 검은 피부의 술람미 여인이었다. 사실 이 말씀은 곧 왕이신 우리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나라의 신부로서는 자격 없는 죄인을 사랑하사 끝내 자신의 정결한 신부로 맞이하는 사랑이야기이다. 천델레라처럼 믿음으로 영생에 이르게 되는 우리 이야기다.
신부는 무조건 아름다워야 신랑의 눈길을 끌 수 있다. 킹호텔의 아들 구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그냥 예쁜 얼굴이 아니라 진실된 미소로 아름답게 단장한 천사랑 뿐이었다. 제아무리 좋은 화장품으로 덧칠해도 미소로 단장한 얼굴보다 아름다울 순 없다. 미소는 기쁨의 표현이고 남을 기쁘게 해주는 참 섬김의 자세다. 킹호텔의 스마일 퀸 천사랑은 남을 섬기는 호텔리어로서의 진짜 자격을 갖춘 사랑받는 신부였다. 그러고 보니 아름다움에 반하여 신분의 격차를 극복하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킹호텔 왕자 구원의 사랑 이야기는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 사랑이야기를 모티브 한 드라마가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킹호텔 대표이사 구원(具元)이란 이름은 죄인을 사랑하사 인간 구원(救援)의 주 예수님의 이름이 연상된다. 또 호텔리어 천(千)사랑은 곧 하늘 천(天)의 사랑을 담은 표현으로 들린다. 즉 하늘의 사랑은 바로 인류 구원이며 우리의 영원한 임금 예수 그리스도가 이루신 사랑의 완성이다. 드라마 「킹더랜드」작가가 믿음의 시청자들에게도 던져주고 싶은 메시지다. “마치 청년이 처녀와 결혼함 같이 네 아들들이 너를 취하겠고 신랑이 신부를 기뻐함 같이 네 하나님이 너를 기뻐하시리라”(이사야 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