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뉴저지에서
68/가정 김숙자
세월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더디게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뉴욕에 도착할 때는 더위가 막바지에 접어든 한여름, 8월 8일이었습니다.
숲 속으로 가려진 뉴저지의 모든 주택은 초록 잎으로 뒤덮여서
조금씩 보이는 옅은 회색 지붕과 흰 벽으로 이루어진 주택은 시원해 보입니다.
유럽 각 나라의 여행에서 보았던 주택의 모양은 지붕이 붉은색으로 덥혀서,
아름답고 활기찬 느낌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주택들은 옅은 회색 지붕에 하얀 벽이 쓸쓸하게 보이며 빈집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밤이면 한두 마리의 풀벌레 소리가 창가를 맴돌아 연희동의 우리 집이 아닌가 착각을 하였지요.
미국 뉴욕에 온 지가 꼭 한 달 5일이 됩니다.
창가에 보이는 아름드리나무들은 노랑과 갈색 잎으로 잔잔하게 물들어가는 가을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밤이면 가을 전령사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여 밤잠을 설치게 하기도 합니다.
오늘,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긴 옷을 입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못 해 감정의 기폭이 난무한 부끄러운 시간이 많았었지요.
어떤 목적을 향한 뚜렷한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서 가족과의 갈등이 많았고,
미국에 온 것을 후해하며 지낸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변화 속에 저항 없이 쫓아가는 나는,
이 생활을 참고 견뎌내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래서 현실에 순응하며 매 순간을 열심히 살자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행복의 쉼터인 문학의 여울목에 왔습니다.
눈과 귀가 막히고, 마음이 닫혔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와 서서히 밝아오는 빛을 찾았습니다.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눈이 뜨이는군요. 많은 문우님의 아름다운 글 속에서 희망을 얻습니다. 그 글을 통해 고국에서 생활하던 나를 보는 듯 행복한 하루가 됩니다.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이곳 미국은 아는 것만큼 느끼고, 자유롭게 말할 줄 알아야 삶을 즐길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언어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이곳 생활의 분위기에 조금씩 적응하며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손자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 놓고 자유의 시간을 누립니다. 큰 외손자가 거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Cherry Hill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지구촌 어느 곳이던 자식을 위한 부모의 교육열은 똑같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오대주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학부모와 아이들, 혼자 다닐 수 있는 거리건만, 등, 하교를 꼭 보호자가 데리고 다녀야 합니다. 보호자가 있어야 아이를 현관 밖으로 내보내는 학교의 교칙, 교사의 책임감, 부모의 역할에서 지금 학부모는 아닌 늙은 할머니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잠시 맡겨 놓은 하늘에서 보내준 신의 선물이다'
13세까지는 절대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의 권리랍니다.
대낮의 거리에는 사람을 구경할 수 없고, 오직 차들만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을 봅니다. (뉴욕시는 제외)
군데군데 넓게 펼쳐진 건물 주변엔 많은 차가 주차되어 커다란 주차장으로 건물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이곳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입니다.
풍성한 의, 식, 주의 생활용품들, 대규모의 물건 진열과 인파들, 각자의 카트에는 구매한 물품으로 가득 채워진 풍성함에 덩달아 마음이 부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당 몇 $의 수입에 육중한 몸놀림을 하는 하위 계층의 1일 노동자들의 선량한 눈빛도 보입니다. 각양긱색의 인종과 차림새, 언어, 그들의 표정으로 미국의 다양한 계층 간의 풍요로움이 각기 다름을 다시 확인합니다.
저택의 집집이 Open된 정원에는 잘 다듬어진 잔디와 아름드리나무들, 그 나무 위엔 성조기가 꽂혀 있어서 미국 시민의 주택임을 과시합니다. 집마다 넓은 잔디밭에는 잘 조경된 정원수들, 시도 때도 없이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며 멀리 또는 가까이 물을 주어서 가을이 오는 줄을 모르는 푸른 잔디밭 정원입니다.
공원 같은 주택 단지를 돌며 한 번도 보지 못한 그 집 주인의 개성이 궁금해집니다. 차고 앞엔 두~세대의 차가 주차된 모습을 보고 그들의 살림 규모도 가늠해 봅니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일회용의 생필품들, 재직시절 어린이들에게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분리 배출하는 방법을 교육하던
교단생활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또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이 생각납니다.
우리의 조상이나, 국적을 선택할 수 없는 숙명적인 출생에서부터 차별화된 운명,
그러나 세계 어디를 가나 대한민국의 일원임이 분명하고, 난 조상의 뿌리가 있음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점점 풀벌레 소리가 잦아들고 뉴저지의 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길가의 가로수 잎들은 고운 색깔로 치장하여 오색찬란한 아름다움을 길가로 뿌릴 것입니다. 아침마다 청소차는 거리의 낙엽을 휘감아 싣고,
깨끗한 거리 위엔 오가는 차들로 뉴저지의 가을 아침을 열 것입니다.
난, 짙어가는 가을의 뉴저지에서 단풍잎으로 뒤덮인 오색찬란한 고향의 시골집을 그리워합니다. 2014년. 9월 13일. 뉴저지에서 김숙자 River Edge 도서관입니다.
2층 관광버스를 타고 뉴욕 시내를 관광합니다.
록펠러 센터에서
록펠러 센터 69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 시의 동쪽의 모습입니다.(센츄럴 공원 쪽)
뉴욕 시의 서쪽의 모습입니다.
카나다 쪽에서 바라본 나이아가라 폭포입니다.
첫댓글
나이애가라 폭포는 미국쪽보다 캐나다 쪽이 더 웅장하고 아름답죠..^^ 즐거운 미국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잠시 맡겨 놓은 하늘에서 보내준 신의 선물이다' 라는 말도 좋지만
"어머니는 신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한일을 감당하도록 보내주신 존재다." 라는 말을 좋아 합니다.
뉴저지 포트리에 대학 동기가 살아서 방문한적 있습니다.
좋은 여행에 감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