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프로방스의 스파게티
두어달만에 돌아온 동서울 터미널은, 형형색색 간판들로 눈이 피로했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소음들도 귀에 거슬렸다.
집에 도착하니.. 밝고 편안해진 내 모습을 보고 가족, 친구, 지인들이 나보다 더 반가워 하는 얼굴들이다.
예전에 계획했던 일도 천천히 돌아보고, 새로운 집도 구하러 다니며, 바쁘지만 행복한 날들의 시간을 보낸다.
출판 기획 프리랜서인, 단기출가학교 3기 도반 대경님을 홍대앞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런 저런 부탁도 있다 하고 (출판은 나와도 조금 관련 있는 분야라서) 흥미있게 얘기 나누면서 점심을 함께 했다.
헤어지며 조만간 다시 만나기로 하고, 다음에는 (내가 아는) 파주 근처의 스파게티 집에서 함께 식사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일산에 사는 덧버선^^ 행자, 일불님으로부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쩌고 저쩌고 잘 지내느냐' 묻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학생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나이 서른이 다 되는 처녀였고, 단기출가학교 때 정겨운 마음도 많았고,
수광전 보살님께 좋은 얘기를 하도 들은 지라.. 웃음을 머금고 장난 한 번 쳐 본다.
"이제는 장가 가고 싶은데, 일불님을 데리고 갈까요?"
화들짝 놀라는 답장이 왔다. ^^;;
농담이라 얼버무리고, (마침 대경도 일산에 살고 있으니) 우리 셋이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슬~쩍 얘기를 넘긴다.

(2005년 봄 프로방스에서, 대경과 일불, 맞은편에 선일)
그렇게 함께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예전에 부천에 살 때,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자주 가던 곳이었다. 일산 지나서 파주 통일전망대 근처의 프로방스..
요즘에는 그 규모가 너무 거대해져 버려 약간은 아쉽지만.. 스파게티 맛은 여전히 으뜸이라 할 수 있다.
3월의 날들을 그렇게 즐겁고 들뜬 마음으로 휘리릭 보내고,
어느덧 단기출가학교 4기 준비를 위한 자원봉사 겸, <3기 수련회>를 월정사에서 마련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스님들 그리고 도반들과 이런 저런 얘기로, 둥둥 떠다니는 마음이 이리저리 분주하다.
예불도 드리고, 포행도 다녀오고, 차담도 나누고.. 진고개로 나들이도 다녀왔다.
이 날 저녁의 (선일과 일불만이 아는) 어떤 시간과 공간은, 잠시 생각해 보니 이 곳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맑고 아름다운 기억이지만^^) 둘만의 추억도 소중하므로.. 읽으시는 분들의 넓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다음날 도반들과 적멸보궁에 올라 함께 사진도 찍고,
수련회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일불님을 (저녁 식사 후) 일산까지 모셔다 드리기도 했다.
아래 사진 왼쪽부터.. 범일님, 주봉스님, 선일, 관불님, 수청님, 무량님, 도월님 등.

수련회에 다녀와서 어느덧 나는 일산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 했고,
어떤 날은 일불님이 근무하는 행신동 중학교에서 같이 만나 식사도 하며, 둘은 조금씩 서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일이 있을 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법.. '호사다마' 라 했던가?
단기출가학교 졸업 후, 하루가 멀다 하고 월정사에 자주 다녀오고는 했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내가 월정사로 다시 출발한 날은,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전
단기출가학교 4기 <작은음악회>가 있던, 바로 그 봄날 아침이었다. ()
2010. 2. 12. 선일
0. 출가
1. 자자회
2. 꿈길과 버스안에서
3. 탁발 그리고 덧버선
4. 채공
5. 자원봉사, 수광전 보살님
6. 프로방스의 스파게티
7. 강릉 아산병원 응급실
8. 크리스마스 출산
9. 함께하는 수행의 길
첫댓글 *^^* 다른분 연애사 보면 웃음이나요.....완젼 부럽다....
팔자에 없는 연재글을 이어서 쓰다보니, 마치 글을 위한 글이 되어버리는 듯 하여..
넉넉히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음 편을 연재하도록 할게요
선일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