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원을 다녀왔습니다.
필리핀으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한센병원을 방문했습니다. 1년 4개월 만의 방문이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이미 많은 환우들이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찾아갔습니다. 한센병원도 코로나 때문에 매우 엄격한 통제 속에 있었습니다. 병원으로부터 방문 허락을 받았지만, 방문자는 세 명으로 제한하고, 환자들과 거리두기를 철저히 유지하면서 준비한 물품들은 각 병동 문 앞에 놓고 가라는 조건이었습니다. 한센병동은 모두 4개입니다. 그런데 병동들은 안에서 밖을 볼 수 없고,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약 3미터 높이의 두꺼운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 울타리 안에 있는 뜰에는 남자와 여자 간호사들만 다니고 있었고, 환우들은 병동 안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방문자로 병동 밖에 있었기 때문에 비접촉을 위해서 내려진 조치였습니다. 환우들은 제가 온 것을 알고 창문 쪽으로 다가가 손을 흔들며 제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습니다. 병원이 아니라 교도소 면회처럼 느껴졌습니다. 코로나가 더욱 원망스러웠습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한센 병동 안에 있는 꽃밭이 너무 예쁘게 가꿔져 있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그런 꽃밭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병원도 관심이 없었고, 환우들도 가꾸지 않은 그저 버려진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버려진 땅을 꽃밭으로 잘 가꿔놓았습니다. 병원 측에서 환우들에게 준 아름다운 일처럼 보였습니다. 한센병원에서는 환우들에게 하루 세끼 식사와 최소한의 치료만을 해줍니다. 남자 책임 간호사에게 지금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다 좋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도 그를 처음 보았고, 그도 저를 처음 보았기 때문에, 필리핀 한센병원의 상황을 외부인에게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던 사람은 바농전도사와 에디(Ediee)형제였습니다. 에디는 한센 환자였고, 병원에서 간호사가 오랫동안 일하고 퇴직했습니다. 그래서 에디가 간호사 대선배로서 그 남자 간호사에게 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외국인 방문자가 아니라 가족과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자 남자 간호사는 긴장을 풀고 자세히 현재 상황을 말해주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환자들이 병원 밖으로 나가서 시장에서 구걸하면서 돈을 모아 자신에게 필요한 생필품들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게 하니까 수입이 없어 치약, 칫솔, 비누, 수건, 티셔츠, 슬리퍼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 물품들은 병원에서 주지 않았습니다. 외부 기부자들로부터 마지막으로 기부를 받았던 때는 지난 3월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병원으로 반입될 수 있는 물품과 반입될 수 없는 금지 물품들을 말해주었습니다. 환우들을 위해서 도와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저희가 오늘 준비해 간 물품은 7개의 간식과 치약, 칫솔, 비누였습니다. 45개 선물 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했습니다. 여자 간호사들이 저희를 대신해서 선물 꾸러미들을 환우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교회로 돌아와 회의를 했습니다. 한센병동에서 천막이 거둬질 때까지 환우들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도사들에게 티셔츠와 수건과 슬리퍼를 도매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과 장소를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준비가 되면 10월 17일에 티셔츠와 슬리퍼를 먼저 선물하고, 11월 7일에는 간식과 수건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천막이 거둬질 때까지 매월 첫 주에 간식과 필요한 기초 생필품을 환우들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전도사들에게 현재 학교에 가지 못해 집에서 1년 이상 갇혀 있는 주일학생과 고등부 학생들을 총동원해서 손으로 직접 사랑의 카드를 만들도록 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카드에는 그림과 함께 사랑의 메시지와 성경 구절을 넣어서 예쁘게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완성된 카드는 교회에서 한 장 당 20페소(500원)에 구매한다고 했습니다. 총 500장이 될 때까지 그리게 하라고 했습니다. 카드 구입 총액은 10,000페소(25만원)가 될 것입니다. 카드를 만든 아이들에게 조금의 용돈이 될 것입니다. 구입한 카드는 매월 한센병동에 간식을 전달할 때 교회 선물과 함께 환우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가족으로 받는 사랑의 편지가 될 것입니다. 사랑의 카드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동기는 한센 환자들이 웃고 있었지만 웃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옆에서 코로나로 죽어나간 친구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습니다. 갇혀 있는 외로움과 떠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이 느꼈을 두려움이 컸을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우리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떼 묻지 않은 사랑의 말씀 카드는 환우들에게 큰 격려와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 예쁜 일들이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필리핀 한센 형제들을 향한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을 함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에게는 작은 도움이겠지만 저희에게는 그들을 도울 수 있어서 너무 큰 감사이고, 기쁨이 됩니다. 속히 코로나가 끝나고 세상과 차단된 천막이 시원스럽게 거둬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의 후원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