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로 테두리를 만들고,
그 쇠 테두리에 철사를 엮어 고기나 떡 따위의 음식을 구울 때 쓰는 도구를 충청도에서는 ‘적쇠[적쎄/적쒜]’라 쓰는데, 표준어는
‘석쇠[석쎄/석쒜]’다. 얼핏 보면 서로
닮아있기도 하고, 달리 보면 사뭇 멀어 보이기도 하는 ‘적쇠’와 ‘석쇠’는 어떻게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일반적으로 표준어와
방언을 비교하면 표준어가 방언에 비해 어휘가 풍부하고 더 체계적임을 발견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행정 중심지의 언어가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체계적으로 기록된 반면, 방언은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표준어(중앙어)에 밀려나 있다.
원래부터 지역 방언이 빈약하다거나 체계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소외되어 온데다가, 사투리는 열등하다는 사람들의 편견까지 더해져
지금의 방언은 본 모습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다시 ‘적쇠’와
‘석쇠’로 돌아가 보자. 한자가 아닌 한글이 쓰이기 시작한 500년 전으로 가보면 ‘섯쇠’란 말이 나온다. 이 ‘섯쇠’가 지금의 ‘석쇠’로 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섯쇠’를 풀이한 옛 문헌을 보면 ‘적(炙)’에 ‘쇠’가 붙어서
된 것이라 했다. 한자 사전을 찾아보면 ‘炙’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한자로 중국 자전에는 없는 글자다. 이 ‘炙’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고기(육,肉-月)가
불(화,火) 위에서 익고 있다’는
뜻이 되고, 그래서 ‘고기 구울 적’ 자가 되었다. 쉽게 정리하면 조선시대 이전에는 충청도에서나 서울에서나 모두 ‘적쇠’라 말해진 것이다. 이
‘적쇠’를 한글 창제 이전에는 표기할 방법이 없어서 ‘炙’이라는 한자를 만들어 붙인 것인데 이 ‘적쇠’가 서울지방에서는 ‘섯쇠>석쇠’로
변화한 것이고, 우리 충청 지방에서는 천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본 모습을 지켜 ‘적쇠’로 쓰는 것이다.
본래의 말을 지켜온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방언에는 우리말 원형을 본래대로 지켜온 것들이 아주 많은데, 이런 말들은 변화한 말보다 어원에 가까운 소중한 말이다.
조상들의 문화와 정신의 뿌리를 간직한 수많은 방언들, 그 소중함이 자꾸 잊혀져가는 현실은 슬프다.
틈이 나면 나는
예당저수지에 간다. 국민관광단지 휴식처에 가면 많은 이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 아래 모여 있다. 친구끼리 또는 가족끼리 광장이나 평상 위에 자리를
깔고 고기를 구우며 정을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들, 갈색으로 지글거리는 고기 사이로 가위질이 지나노라면 화덕의
연기보다 먼저 누릿한 고기 냄새가 코끝을 스쳐간다. 그 정겨운 자리에 충청의 ‘적쇠’는 사라지고 이제 ‘석쇠’가 놓여 있다.
이번 주말엔 ‘석쇠’가
아닌 ‘적쇠’를 들고 가야겠다. 오래 지녀온 충청의 고기맛을 보러 예당엘 가봐야겠다.
첫댓글 머여~적쇠가 맞다는겨 석쇠가 맞다는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