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서점에서
곽선희
결혼을 하자마자 서점을 운영하였다. 가까운 C고등학교를 상대로 채택물과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신동아 조선 여성동아 주부생활 레이디경향 소설 등등 총망라하여 손님이 원하는 책을 어떻게 하여 저 책들을 다 찾을수 있을까 총천연색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아찔하였다. 남들은 돈을 주고 사야 볼 수 있는 책들을 시간이 안나서 못 볼 지경이다. 내용들이 비슷비슷 질릴지경이다.
언니는 김남조씨가 쓴 책을 무척 좋아한다. 퍼머머리를 해 푸석하고 별로인데도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책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끌어 당기는지 그분 책만 찾았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떠다 받쳤다. 우울하던 언니가 김남조씨 책만 보면 화색이 만연하니까. 나에게 한 마디 한다. 그것도 그분 글을 인용한다. ''화장도 하지 않는 여인은 저녁노을의 아름다움도 모른다.'' 라고 아마도 그렇게 말했든듯 하다. ''너는 커피를 왜그리 후딱 마시니?'' 하였다. 한 뱃속에서 나와도 외모도 취향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 좋아하는 책도 다를수 밖에다.
책을 팔라고 들여다 주는 총각들이 더러더러 있어 서점에 책 사러 오는 아가씨를 소개해 두 쌍이 태어났다. ''우리는 한건물에 있어도 진정 몰랐어요. 나 저 사람 마음에 들어요.'' 여자가 더 솔직하였다. 데이트한 얘기도 들려 주었다. 한 팀은 남자가 더 솔직한데 ''그녀가 좋은점은 남들처럼 그런 야한책을 비싼 책을 원하지 않고 진정 읽을거리가 있는 책을 선물 해 달라고 부탁하니 좋았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녀는 고상을 그렇게 떨어도 수수하기 그지없는 그 총각과 결혼하였다. 이루어 질 뻔한 한 쌍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너무 좋아하는데 시어머니 될 사람이 반대를 하는 바람에 접은 경우는 두고두고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두 사람다 나에게 솔직히 얘기 해 주었고 그 후론 두 사람 다 책방을 오지 않았다.
서점을 접었다. 국가가 지은 아파트라 허물고 다시 짓는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그래도 아파트 내에 상가에서 서점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 넘겼다. 서점 주인이 몇차례 와서 그 땅을 팔겠다고 했는데 남편이 출타중일 때가 많았고 도시 그런데는 관심이 없어 기회를 놓쳐버렸다. 우리것이 안 될려면 할수 없는 것이다. 아내 말을 들으면 누워서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먼 남편이다.
남편이 직장에서 뇌출혈이 되고 뇌수술하고 중환자실에 있게 되었다. 하루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그것도 소독용 까운으로 갈아입고 15분 면회를 위해 하루종일을 대기하다시피 하였다. 그때는 눈 뜨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일때이다.
준중환자실로 옮겨 재활치료를 받을 때, 도무지 의학상식이 없는 난 의사 간호사에게 좀더 상세히 증상을 알고 싶어 물어도, 의학적 용어만 말하고 서둘러 바삐 일하기 바쁜 그들을 뒤로 하고 교보생명을 찾았다. 의학서적란에서 해당글을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읽어 내려갔다. 그나 하나는 적용되나 하나는 적용되지 않는 꼴이다. 그래도 아쉬운 사람이 샘을 판다고 조금이라도 찾아 목을 축일수 있어 좋았다. 그 비싼 책을 살 수 없었다. 나도 그들처럼 퍼질러 앉아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때 처음 알았다. 교보생명. 그 많은 사람들이 책을 빼어 오랜 시간 읽어도 아무말도 안하고 내버려 둔다는 것. 교보생명 서점이 참 고마웠다. 한나절을 꼬박 보내고 와 하나하나 남편에게 적용해 보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인체의 신비는 놀라웠다.
일반실로 남편이 와 가족요양을 할수 있게되어 오로지 올인해서 보았고, 병원도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겼다. 그래 학창시절과 서점에서도 꿈꾸어 왔던 문학에의 도전이 재활병원에서 쓰게 되었고, 수필을 보낸 그 서울 잡지사에서 등단의 기쁨을 알려주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꿈을 키워주는 책의 역할은 대단한 것이다. 서점을 할 때는 몰랐다.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음의 양식이 되는지 물러나 교보생명 서점 에서 바라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시에도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생기지 않는다 라고 누가 말했던가.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20250319)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너무 바빠 이제야 보았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