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이 올림픽 10회 연속 우승했다. 올림픽에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서울대회 이래 연속 우승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수상실적이나 전관예우 등의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에 따라 태극마크를 결정하는 원칙 덕분이다. 대한양궁협회에서 주최하는 올림픽 대표선발전은 기존 선수들의 학력, 수상실적 등을 철저히 배제한 제로 베이스(Zero base)를 기반으로 남녀 각각 세 명을 선발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선발전이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하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던 안산 선수가 국가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올림픽 경험이 없는 선수가 선발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선발된 선수들이 우승했다. 요즘 말이 많은 대한축구협회와 비교되는 내용이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수많은 대중 매체의 관심과 정부와 스포츠 기업의 천문학적 돈을 지원받는다. 선수 개개인의 피와 땀이 정부의 지원과 대중 매체와 결합하여 세계인에게 환희와 평화, 국민의 단결과 자긍심을 높인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함께 치러지는 파리 올림픽은 시차로 인해 늦은 오후나 한밤에 생방송을 볼 수 있다. 열대야와 함께 수면 부족으로 머리가 멍하지만, 중계방송을 보면서 울고 웃으며 열광하고 안타까워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으로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이 행운이라 생각도 해본다.
파리 올림픽에 이어 2024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을 것이다. 국제기능올림픽은 9월 10일부터 9월 15일까지 62개 직종 73개국 선수가 자국의 명예와 기술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한다. 2년마다 열리며 17세에서 22세까지 참가할 수 있다.
기능올림픽 종합 우승의 흐름을 살펴보면 세계 기술 발달의 흐름과 산업화 과정을 알 수 있다.
역대 입상 현황을 보면 초기에는 유럽의 기술 강국들이 우승했고 일본은 1963년부터 6회, 우리나라 1967부터 19회, 대만 1993년 1회와 중국 2017년부터 3회 우승했다. 중국이 강력한 기술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고 산업화가 국정의 중심에 있을 때는 국민의 관심을 받았으나 국민 개인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 되면서 국제기능경기대회는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기능경기대회의 입상자 중에서 선발전의 1위가 국가대표가 된다.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하여 입상하면 훈·포장과 상금, 해당 분야 산업기사 자격증, 병역 대체 복무, 장학금 또는 계속 종사자 장려금을 받는다.
전공과 관련된 직종의 지방기능경기대회와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으로 여러 번 참가했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는 대부분 전문계고나 마이스터고의 학생이다. 취업이 목적인 마이스터고나 전문계고 학생 중 기능반 학생은 기능올림픽 입상과 최고의 기술인을 목표로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리고 실망, 좌절과 눈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
프로토타입 모델링 종목에서 실력이 출중한 기능반 학생이 있었다. 3학년 때 출전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실수로 입상에 실패한다. 자신의 실수도 있지만 주변 환경의 변수가 많았던 아쉬운 결과였다. 학생은 좌절하지 않고 졸업 후에 다시 도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아부다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심성이 곱고 긍정적인 기술인으로 지금은 삼성전기에 근무하며 자사의 발전과 프로토타입 모델링의 기술 향상에 힘쓰고 있다.
마이스터고나 전문계고에서는 기능경기대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계고가 서울대나 의대의 진학자 수로 평가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자가 없는 학교의 장은 교육청에 들어갈 면목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 기능대회 입상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숙련된 기술인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돈과 시간을 일반학생에게 골고루 사용하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세상은 변하고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왕조가 사라지고 그 과정의 피해는 백성이 짊어지고 가는 역사를 많이 봤다.
우리는 선진국반열에 올랐다. 변화를 수용하고 어려움을 지혜롭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숨을 돌리고 우리가 어떻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왔으며 기술 강국이 되었고 국민 개인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 되었는지도 알아야 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피눈물을 흘린 노동자의 응어리진 가슴을 풀어 주고 거친 손발을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기술인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2024.8.2.(17)
첫댓글 올림픽의 금메달도 좋은거지만 기능올림픽 메달은 정말 귀한겁니다 나라의 명운이 달려 있습니다
현직에서의 경험을 소재로 글을 써 본다는 것. 감동의 글은 아닐지 모르지만 지적 공감을 함께 할 수 있는 글. 이런 것이 생활수필이 아닌가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국제기능올림픽이나 체육인의 올림픽 메달의 가치는 대단한것이지요 ~ 현장의 이야기까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