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찍은 부용산에서 바라본 벌교읍 전경
벌교에 태백산맥문학과, 김제에 아리랑문학관. 생존 현역작가들 중 자신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2개가 되니 작가는 드물 것이다. 그만큼 우리 문학사에 크신 족적을 남기셨으니, 보성(선암사 사하촌)에서 태어나 한때 벌교에서 교편을 잡으신 부친을 따라 벌교에서 초등학교를 보내고, 특히 태백산맥의 소설무대에 등장하는 향토사진관, 금융조합, 금성여관, 회정리교회, 우체국, 김범우의 집, 공설시장 등등이 아직 남아 있으니, 이렇게 보성에서는 살아있는 소설속의 현장 무대가 남아있으니, 이를 태백산맥 문학공원으로 지정하고자 했을 것이다.
2004년 11월 조정래 작가에게 제의를 받은 건축가 김원은 이틀뒤 전직원을 데리고 벌교로 현지답사를 했다. 서울 건축사무실에서만 평소하던 식으로 기능적으로 작업을 하기에는 분단의 상처를 생생히 그릴 수 없을 뿐더러 절절한 역사의 아픔을 체험해보고 이를 작품에 담으리라 다짐했음이리라. 건축가는 역사의 아픔과 갈등을 해원의 굿판으로 풀고 싶었다고 한다. 소설이 그린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해 일부러 산의 등줄기를 잘라내고, 건물은 그 아픈 이야기가 뭍혀있는 땅속에 두었다 한다. 원래 건축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살려서 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예외였다. 땅을 파내려온 토목 옹벽은 건축물의 벽이 되고 한쪽 옹벽은 소설을 그림(벽화)로 담아냈다. 만주의 몽돌 4만여개를 채집해 우리나라 전국토의 산맥, 등고선을 그리고 중앙에 황금색으로 백두산 천지를 표현했단다. 멀리서 보면 언덕위의 유리성 같은데, 여기서는 밤에는 지하의 억울한 영혼을 위로하는 불빛이 새어나오는듯한 탑이 하나 보인다.
현부자집 옆 절에서 찍은 태백산맥문학관과 현부자집 그리고 가운데 작은 소화네집
4년간의 준비와 6년에 걸친 태백산맥 집필. 기가 질릴정도로로 치밀한 준비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70이 넘은 작가는 지금도 똑바로 앉아서 두 눈을 부릎뜨고 다시 그것을 두번 세번이고 고친다고 한다. 정말 치열한 작가정신이다. 편하게 컴퓨터로 워드작업 안한다고 한다. 작가는 소설을 쓸 때 단 한문장도 필요없는 문장을 안쓴다고 본인이 그러신다. 16,5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원고. 문학관 1층에는 작가의 육필원고가 사람 키높이만하게 유리 속에 들어있고, 2층에는 아들이 베껴쓴 원고도 있다.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느껴보라고 해서일까 ? 며느리 그리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이 릴레이로 쓴 베껴쓴 원고도 또 쌓여있다.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며 직접 그린 지도 한켠에는 뭉클한 핵심 메시지가 적혀있다. "태백산맥의 길, 통일의 길. 서로가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나무들처럼 얼싸안기"라고..
태백산맥의 첫 장면은 정하섭과 소화가 사랑하는 것이다. 민족의 분단과 고통스러운 역사를 쓴다는데 왜 소설 태백산맥의 첫 장면이 그럴까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은 이데올로기 통치술에 의해 남쪽은 북을 흡력귀, 도깨비로 묘사하고, 북쪽은 남을 미 제국주의 괴뢰도당 식으로 묘사하게 하던 시절이었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지 못하던 시대에 작가는 정하섭이 남로당 중간간부이지만 정하섭이 악마가 아니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래서 동양적 미를 갖춘 소화를 사랑하는 장면을 첫장면에 설정했을 것이다. 작가는 사람을 사람이라고 말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1년간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노둥자나 운동권에서 태백산맥을 소장하면 불온서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1994년 이적성 시비로 검찰고발되어 2005년 무혐의 판결이 났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저자 조정래 선생님(태박산맥문학관에서)
"사람은 무엇인가, 인생은 무엇인가 ? 나는 누구인가 ?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있는 것인가 ?"
이런 화두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보성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에서 좋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요, 그 시대에 산소라고 한다는데, 그런 분을 만난 것이다.
오늘은 평소 만나고 싶었던 선생님을 바로 앞에서 만나뵐 수 있었다. 조정래 선생님을 모시고 태백산맥문학관에서 특강을 듣는데,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작가가 가장 사랑한다는 부인 김초혜 선생님과 함께 태박산맥문학관에서
"인생은 더 이상 연습이나 재공연이 없는 단 한번뿐인 연극이다. 이 연극의 연출자는 바로 여러분이다. 연극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다. 그 연극이 제대로 후회없이 될려면, 죽을 때 더 이상 후회없이 '나 잘살았다'고 할 수 있으려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 자기 스스로가 감동할만큼 노력하는 것이다, 도저히 더 이상 할 수없을만큼 노력하는 것이다"
"돈 많이 주는 자식은 망친다. 많이 줄수록 망친다. 돈있는데 하면서 노력을 안한다. 만석군 자식이 3대 가는 것 보았는가 ? 경쟁사회에서 의미있게 사는 길을 찾아라. 1등만이 승자라는 사고는 유치하다. TV "생활의 달인"을 즐겨본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 최선의 노력을 하면, 인간은 한가지만은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직업은 소중하다. 자기가 남과 다르게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라 "
저자의 최신작 '허수아비춤'에 친필 사인을 하고 있는 모습
작가 강연을 듣고 함께 했던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첫댓글 나만 할 수 있는 길. 해설사의 길도 거기에 속할까? 서교수님. 참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