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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창작 연구 스크랩 * 유치환 시인 ( 시 모음 )
은하수 추천 0 조회 235 16.03.05 14: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유치환 시인

 

1908년 경남 통영 출생.
1928년 연희전문 본과 1년 중퇴. 권재순과 결혼후 渡日.
1931년 「문예월간」에 시 「정적」으로 데뷔.
1936년 「조선문단」에 시 「깃발」발표
1937년 통영협성상고 교사로 부임.
1947년 시집 「생명의 서」간행.
1954년 경남 안의중 교장. 이후 경주고(55년) 경주여중(61년) 대구여고(62년) 경남여고(64년)

          부산남여상(1966년) 교장 역임.

          예술원회원 피선. 「청마시집」간행. 1967년 부산 좌천동 앞길에서 교통사고로 사망. 
                            

 

             

 유치환 시인 ( 시모음 )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 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슬픔은 불행이 아니다



모색(暮色)이 초연한 거리 끝에 서서
내가 이렇게 눈물짓는 것은
불행(不幸)하여서가 아니다.

시방 기척 없이 저무는 먼 산이며
거리위에 아련히 비낀 초생달이며
자취없이 사라지는 놀구름이며-
이들의 스스로운 있음과 그 행지(行止)의 뜻을
나의 목숨이 새기어 느낄 수 있음의
그 행복(幸福)에 흐느껴 눈물짓는 것이다.

- 진실로 진실로
의지없고 덧없음으로 하여
보배롭고 거룩한 이 꽃받침자리여.



 

 

 행복(幸福)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울릉도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춘신(春信)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바람에게

 

 

바람아 나는 알겠다.

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또 나의 얼굴을 스쳐가

하늘 끝에 우는

네 말을 나는 알겠다.


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

나의 영혼의 깊은 데까지 닿는 너.

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

나의 모나리자!

어디에 어찌 안아볼 길 없는 너.


바람아 나는 알겠다.

한오리 풀잎나마 부여잡고 흐느끼는

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

 

 

 

노송

 

 

바람아 나는 알겠다.

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또 나의 얼굴을 스쳐가

하늘 끝에 우는

네 말을 나는 알겠다.


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

나의 영혼의 깊은 데까지 닿는 너.

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

나의 모나리자!

어디에 어찌 안아볼 길 없는 너.


바람아 나는 알겠다.

한오리 풀잎나마 부여잡고 흐느끼는

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

 

 

 

 향수

 

 

나는 영락한 고독의 가마귀

창랑히 설한의 거리를 가도

심사는 머언 고향의

푸른 하늘 새빨간 동백에 지치었어라

고향 사람들 나의 꿈을 비웃고

내 그를 증오하여 폐리같이 버리었나니

어찌 내 마음 독사 같지 못하여

그 불신한 미소와 인사를 꽃같이 그리는고

오오 나의 고향은 머언 남쪽 바닷가

반짝이는 물결 아득히 수평에 조을고

창파에 씻긴 조약돌 같은 색시의 마음은

갈매기 울음에 수심져 있나니

 

희망은 떨어진 포켓트로 흘러가고

내 흑노같이 병들어

이향의 치운 가로수 밑에 죽지 않으려나니

오오 저녁 산새처럼 찾아갈 고향길은 어디메뇨

 

 

 

  나무의 노래



외로움, 그것이 외로운 것 아니란다
그것을 끝내 견뎌남이 진실로 외로운 것
세월이여, 얼마나 부질없이 너는
내게 청춘을 두고 가고 또 앗아가고
그리하여 이렇게 여기에 무료히 세워 두었는가

무심히 내게 와 깃들이는 바람결이여, 새들이여
너희 마음껏 내게서 즐검을 누리고 가라
그러나 마침내 너희는 나의 깊은 안에는 닿지 않는것

별이여, 오직 나의 별이여
밤이며는 너를 우러러 드리는 간곡한 애도에
나의 어둔 키는 일곱 곱이나 자라 크나니
허구한 낮을 허전히
이렇게 오만 바람에 불리우고 섰으매
이 애절한 나의 별을 지니지 않은 줄로 아느냐

아아 이대로 나는 외로우리라, 끝내 정정하리라

 

 

 

 春信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저녁놀

 

 

굶주리는 마을 위에 놀이 떴다.

화안히 곱기만 한 저녁놀이 떴다.

 

 

가신 듯이 집집이 연기도 안 오르고

어린 것들 늙은이는 먼저 풀어져 그대로 밤자리에 들고,

 

 

끼니를 놓으니 할 일이 없어

쉰네도 나와 참 고운 놀을 본다.

 

 

원도 사또도 대감도 옛같이 없잖아 있어

거들어져 있어 ―

 

 

하늘의 선물처럼

소리 없는 백성 위에 저녁놀이 떴다.

 

 

 

 

 깃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어느날 거리엘 나갔다 비를 만나 지나치던

 한 처마 아래 들어섰으려니

 내 곁에도 역시 나와 한 가지로 멀구러미

하늘을 쳐다보고 비를 긋고 섰는

사나이가 있어,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문득

그 별이 생각났다.

 밤마다 뜨락에 내려 우러러 보노라면

만천의 별들 가운데서도 가장 나의

별 가차이 나도 모를,

항상 그늘 많은 별 하나-.

 

 영원히 건널 수 없는 심연에 나누어져

말없이 서로 바라보고 지낼 수 밖에 없는

 먼 먼 그 별, 그리고 나의 별!

 

 

 

 광야에 와서

 

 

흥안령(興安嶺) 가까운 북변(北邊)의

이 광막(曠漠)한 벌판 끝에 와서

죽어도 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 위에

오늘은 이레째 암수(暗愁)의 비 내리고

내 망나니의 본받아

화툿장을 뒤치고

담배를 눌러 꺼도

마음은 속으로 끝없이 울리노니

아아 이는 다시 나를 과실(過失)함이러뇨

이미 온갖 것을 저버리고

사람도 나도 접어 주지 않으려는 이 자학(自虐)의 길에

내 열 번 패망(敗亡)의 인생을 버려도 좋으련만

아아 이 회오(悔悟)의 앓음을 어디메

호읍(號泣)할 곳 없어

말없이 자리를 일어나와 문을 열고 서면

나의 탈주(脫走)할 사념(思念)의 하늘도 보이지 않고

정거장(停車場)도 이백 리(二百里) 밖

암담한 진창에 갇힌 철벽(鐵壁) 같은

절망(絶望)의 광야(曠野)!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帽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엔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

 

들어 보라.


이 거짓의 거리에서 숨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수선화

 

 

몇 떨기 수선화―

가난한 내 방 한편에 그윽히 피어

그 청초한 자태는 한없는 정적을 서리우고

숙취의 아침 거칠은 내 심사를 아프게도 어루만지나니

오오 수선화여

어디까지 은근히 은근히 피었으련가

지금 거리에는

하늘은 음산히 흐리고

땅은 돌같이 얼어붙고

한풍은 살을 베고

파리한 사람들은 말없이 웅크리고 오가거늘

이 치웁고 낡은 현실의 어디에서

수선화여 나는

그 맑고도 고요한 너의 탄생을 믿었으료

 

그러나 확실히 있었으리니

그 순결하고 우아한 기백은

이 울울한 대기 속에 봄안개처럼 엉기어 있었으리니

그 인고하고 엄숙한 뿌리는

지핵의 깊은 동통을 가만히 견디고 호을로 묻히어 있었으리니

수선화여 나는 너 위에 허리 굽혀

사람이 모조리 잊어버린

어린 인자의 철없는 미소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나니

하여 지금 있는 이 초췌한 인생을 믿지 않나니

또한 이것을 기어코 슬퍼하지도 않나니

오오 수선화여 나는

반드시 돌아올 본연한 인자의 예지와 순진을 너게서

믿노라

수선화여

몇 떨기 가난한 꽃이여

뉘 몰래 쓸쓸한 내 방 한편에 피었으되

그 한없이 청초한 자태의 차거운 영상을

가만히 온 누리에 투영하고

이 엄한의 절후에

멀쟎은 봄 우주의 큰 뜻을 예약하는

너는 고요히 치어든 경건한 경건한 손일레라.

 

 

 

생명의 서 일장 ( 一章 )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봄소식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어디로 갔느냐 사랑하는 것들이여

 



어디를 갔느냐 사랑하는 것들이여
나도 모를 어느 사이 어디로 다 가 버리고 말았느냐
그 빛나는 세월과 더불어 그지없이 즐거웁던 나의 노래여
높다란 가지 서느런 매미울음이여
가벼운 잠자리여. 제비떼여. 명멸한던 나비의 책색이며
그 벅찬 남풍의 가슴이여
어디로 죄다 자취없이 사라지고 말았느냐
어느 아침 내 문득 나의 둘레를 살펴보고
나를 에워 있던 이 모든 것들 기억처럼 사라지곤
아무리 내저어도 닿을 곳 없는
크낙한 크낙한 공허 속에 내 홀로 남았음을 보았으니
이제는 발 아래 낙엽만 쌓여 짙어오고
긴긴 밤을 다시 은총같은 고독에 우러러 섰다..

 

 

 

그리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건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냐

 


 

 세월



끝내 올 리 없는 올 이를 기다려
여기 외따로이 열려 있는 하늘이 있어

하냥 외로운 세월이기에
나무그늘 아롱대는 뜨락에
내려앉는 참새 조찰히 그림자 빛나고

자고 일고
이렇게 아쉬이 삶을 이어감은
목숨의 보람 여기 있지 아니함이거니

먼 산에 雨氣 짙은 양이면
자욱 기어드는 안개 되창을 넘어
나의 글줄 행결 고독에 근심 배이고

끝내 올 리 없는 올 이를 기다려
외따로이 열고 사는 세월이 있어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아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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