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폭설 뚫고 100㎞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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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닷바람과 어둠. 오로지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의 두 다리와 눈을 통해 들어오는 방향감각, 그리고 앞뒤에서 드문 드문 달려가는 동료 마라토너들 뿐이다. 제1회 부산비치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야광등이 부착된 방한복과 모자, 안면가리개 등으로 중무장한 채 고독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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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상보
▲ 인간 반딧불이에서 설인(雪人)으로.
칠흑같은 어둠이 짙게 깔린 지난 15일 밤 9시 부산 을숙도 체육공원 광장.
그곳에 전국에서 모인 400여명의 울트라 마라토너들이 출발선에 섰다. 곳곳에서 '안전 완주'를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윽고 함께 카운터 다운을 시작했다. "10, 9, 8, …, 2, 1, 출발." 을숙도에서 진해 안민고개까지 왕복 100㎞를 정복하기 위한 '철인'들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제한시간은 다음날인 16일 낮 12시까지 15시간. 이렇게 출발한 마라토너들의 행렬은 헤드 램프와 배낭에 부착한 야광등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바람에 마치 '인간 반딧불이'의 행렬을 이루는 듯 했다.
부산 서부 해안도로와 진해만 해안도로를 뚫고 나간 행렬은 서서히 간격이 벌어지며 고독한 주자의 연결 고리로 변했다. 다음날 오전 8시께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설은 이들을 '달리는 설인(雪人)'으로 바꿔 놓았다.
▲ 계속된 돌발상황-찾아라, 수송하라, 살려라.
1, 부친위독 급전, 김무조씨를 찾아라.
출발 25분만에 첫번째 포기자가 발생했다. 전남 광양에서 먼길을 달려왔던 이 선수는 어둠과 추위, 그리고 거리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준비가 부족했다. 다음에 다시 도전하겠다"며 레이스를 멈췄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라며 긴장하던 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또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올해 67세로 대회 최고령 출전자인 서울출신 김무조씨의 집에서 김씨의 부친이 노환으로 위독하니 급거 상경바란다는 전갈이 온 것.
이때부터 조직위 관계자들이 주로를 달리며 김씨를 찾기위해 비상이 걸렸다. 어둠속에서 김씨를 찾지 못한 조직위는 15㎞ 지점인 진해 안청초등학교 앞 곡각지점에서 주자가 지나갈때마다 김씨를 목놓아 불렀다.
그러나 김씨는 레이스 도중 휴대폰을 받고 급히 역주행, 돌아간 것으로 확인돼 한숨을 놓았다.
2, 눈이 온다-포기자들을 본부로 수송하라.
16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미 상위권 선수들은 골인했다. 그런데 왠 눈? 갑자기 폭설로 변한 눈송이가 부산앞바다를 적시자 포기자들이 속출한다는 소식이 대회 본부에 전해졌다.
대회 운영위원들이 폭설로 인해 차량통행마저 뜸해진 진해 용원에서 신호공단 르노삼성차 방향으로 훑으며 포기자들을 챙겼다. 눈은 이번대회 최고의 난관이자 하이라이트 소품이었다.
3, 힘내세요, 강영희씨.
제한시간인 16일 낮 12시가 지났다. 눈보라는 더욱 거세졌다. 이제는 골인해도 공식 완주패를 받을 수 없다. 그래도 주로에는 10명 정도가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30여분이 지났을까. 부산지방국세청 클럽 소속의 강영희(여·49)씨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곧바로 저체온증과 탈진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마침 참가자들 가운데 의사가 있어서 강씨의 증세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맥박과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을숙도물문화관 강당에 누운채 마사지와 안정조치를 받은 강씨는 조금씩 의식과 정상 맥박을 회복한 뒤 긴급 출동한 119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 인간승리의 표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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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라톤은 장거리를 달리는 대회 특성상 중간 중간 쉬어가며 달릴 수 있다. 제1회 부산비치울트라마라톤대회 참가한 선수들이 출발지인 을숙도에서 15.6㎞ 떨어진 진해시 용원동 안청초등학교 앞 공터에 설치된 부산 효원마라톤클럽 텐트 앞에서 따뜻한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 이번 대회에는 서울에서 온 시각장애우 2명이 도전,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으며 제한시간내에 완주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용술씨와 차승우씨가 주인공들. 이씨는 부산 경남의 유명 울트라마라토너인 공동식-공천식씨 형제의 도움을 받았고 최씨는 김형규씨의 도움을 받았다.
이날 13시간여 만에 골인에 성공한 이씨는 한방병원의 물리치료사로 지난해 사하라사막 횡단마라톤과 아마존 정글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지만 야간 울트라대회 참가는 처음이다.
평소 친분이 많다는 이씨와 차씨는 "장애우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위해 달린다"며 주먹을 쥐었다.
이들은 오는 4월 몽골 고비사막 횡단 울트라마라톤 250㎞코스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또 공식 제한시간을 1시간 40여분 초과한, 실질적인 '꼴찌' 곽영호(45)씨의 불굴의 의지도 화제였다.
다대마라톤클럽 회원으로 교사이기도 한 곽씨는 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의 수차례에 걸친 포기 권유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달리겠다'는 의지를 피력, 16일 오후 1시46분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대회 1위 김광복씨에 비해 7시간40분 늦은 시간이었다. 곽씨는 "제자들과 꼭 완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 넉넉한 인심.
이번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선물꾸러미가 한아름 안겨졌다. 이 선물봉지 속에는 시가 10만원을 상회하는 운동용 자켓과 목욕권과 식사권, 동계스포츠용품 등이 담겼다. "부산의 풍광 못지 않게 넉넉한 부산의 인심을 전국의 마라토너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 조직위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 15㎞ 및 85㎞ 지점인 진해 용원의 안청초등학교앞에 텐트를 친 효원마라톤클럽 회원 20여명을 비록해 부산의 10여개 아마추어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주로 곳곳에서 쉼터를 만들고 음식과 따뜻한 물 등을 제공했다. 이승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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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이 느껴집니다. 아~ 이래서 울트라는 언제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군요.
그래요. 이번 대회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세계 10대 특수부대도 하기 힘든레이스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고문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정말 고생했습니다. 필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