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친구 한명이 별이 되었답니다.
아래편지는 친구 처가 동창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많은 친구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사랑하는 남편 태호씨를 보내며...
어깨를 움츠리던 겨울이 이젠 갔나봅니다. 오늘 낮에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햇살과 바람이 느껴지더군요. 유난히 따뜻한 2월이라고들 하는데 전 왜 이리 춥고 아픈 것 일까요?
어느새 자라서 서러움에 들썩이는 어깨를 감싸주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를 뺀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잘 돌아가고 있건만... 2주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저 사나운 악몽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밝은 얼굴로 현관을 나서던 그가 25년여를 함께 울고 웃었던 내게 작별의 인사도 한마디 없이 떠나버렸어요.
믿을 수가 없어요. 그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데, 2주 넘게 아무 소식이 없네요. 아직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요.
평소에도 잦은 출장과 지방 근무로 집을 많이 비웠으니 출장 갔다 생각하며 지내려 합니다. 이제 그만 울어야지 정신 차리고... 이제 흐릴 눈물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든 상황들이 눈물나게 하는군요.
큰 아이 호영이는 유난히 아빠를 닮아 벌써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듯 씩씩하게 엄마의 보호자로 나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아빠의 때 아닌 사고를 치루고, 학원 강의에 교원 연수에 한시도 틈이 없지만 일일이 집안을 챙기는 마음 씀씀이가 눈물나게 합니다.
둘째 빈이는 엄마의 마음 쓰지 않게 집안에서 알뜰살뜰 챙기고 아빠 친구 분들이 올려둔 추모 글을 읽으며,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둔 아빠의 사진과 글을 보며 엄마 몰래 눈물짓는 속 깊은 아이로 자랐습니다.
셋째 율삼이는 어린 나이에 상주 노릇하느라 부쩍 커버린 것 같습니다.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는데 다른 때 같으면 옷을 사야한다 뭐가 필요하다 요구도 많을 텐데, 그저 엄마의 마음만을 헤아리는 어른스러움이 저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합니다.
이 세 아이는 남편이 내게 남겨준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이 아이들을 멋지게 길러서 태호씨 앞에 가서 당당히 말할 겁니다. 당신이 끝내지 못한 일, 내가 멋지게 마무리 짓고 왔노라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우리 유가족에겐 권태호씨 친구 분들의 위로가 참으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도 부족하겠지만 이렇게 짧은 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됨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고 평소에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해서 뿌려달라고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자기를 기억해달라던 그의 말대로 바람 부는 날에는 그를 기억해 주세요. 친구들과 스쳐가는 바람결에 미소를 짓고 있을 그를 유쾌하게 기억 하세요. 그는 나쁜 말도 부정적인 생각도 늘 거부하고, 긍정적이고 즐겁게 모든 일을 바라보던 사람이니 좋은 것만 기억해 주세요.
다시 한번 맘 써주시고 같이 슬퍼해 주시고 동문회에서 많은 도움주심을 깊은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열심히 살아가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남편 없이 살아갈 세상이 너무 두렵고 겁도 나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 당당하게 살아 보렵니다.
남편은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들이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고 나중에 같이 여행 다니며 재미있게 살자고 했는데... 갑자기 훌쩍 천국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전 아직도 해야 할 말도 같이 해야 할 일도 너무 많고, 같이 갈 곳도 너무 많이 남아 있는데 내 사랑 그대는 한마디 말도 없이 내 곁을 떠나 버리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야속한 사람입니다.
평생을 살아도 질리지 않고 함께 있으면 기쁨을 주고 사랑스럽고 매력 있는 멋진 사람!
회사 일에만 지나치게 신경 쓰니까 나를 봐 달라고 투정하며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결혼 생활을 하며 함께 살면서도 내 가슴을 뛰게 했고 때로는 설레이게도 했던 사랑하는 그 이를 천국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힘을 내 봅니다.
그 동안 위로와 사랑으로 함께 해 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보답으로라도 씩씩하게 살 것을 약속드리면서 이만 줄입니다.
권 태호의 처 김 연숙 올림
첫댓글 그저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때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이라는 단어가 왜그리 슬픈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