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美_STORY 어둠을 밝혀온 우리 조명의 역사
청동 사리탑 등, 높이 14.5cm, 고려 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우리의 전통 조명 발달사
50만 년 전 장작에 불을 붙여 추위를 피하고 동물로부터 몸을 지킨 장작불이 인류 최초의 인공 조명이었는데, 이후 동식물의 기름을 이용하는 등잔이나 호롱 형태로 진화했다. 등잔은 뚜껑이 없는 잔 모양 그릇에 기름을 붓고 심지를 담가 불을 켜는 형태이고, 호롱은 뚜껑 있는 항아리에 심지를 끼워 불을 붙이는 좀 더 편리한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등잔이나 호롱은 예부터 소·돼지·아주까리 기름을 주로 사용하고, 어촌에서는 고래·정어리 기름을 연료로도 썼다. 뚜껑에 심지꽂이가 따로 붙어 있는 석유 등잔은 1880년대 석유를 수입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석유 등잔은 그전에 사용하던 항아리형 등잔과 달리 몸통이 높고 심지꽂이가 긴 편이다. 석유가 보급되기 전에는 화력이 약한 동식물성 기름으로 불을 밝혔지만, 석유는 인화성이 강해 심지가 길어도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했다.
그중 흥미로운 것은 서등과 조족등이다. 서등은 특히 기름을 많이 써서 ‘부자 등잔’ 이라고도 했는데, 밝기를 조절하기 위해 심지를 2개(쌍심지) 또는 4개(사심지)까지 만들어 주로 손님을 대접하는 방이나 자녀 교육을 하는 사랑방에 설치했다. 조족등은 순라군이 밤에 순찰할 때 발쪽만 비춘다고 해서 조족등, 도적을 잡을 때 쓴다고 해서 도적등 또는 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박등이라고도 했다. 나무나 쇠로된 틀에 기름종이를 두껍고 단단하게 발라 어둡게 하고 아래쪽은 터진 형태로 등 안에는 철제 회전용 돌쩌귀가 있어 어느 쪽으로 등을 돌려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 이동용 조명 기구인 제등은 밤길을 갈 때나 중요한 의식에 사용하는 휴대용 조명으로 등 안에 초를 넣으면 초롱, 등잔을 넣으면 등롱, 청사를 두르면 청사초롱, 붉은 천으로 겉을 씌우면 홍사초롱이 된다. 청사는 음의 기운을, 홍사는 양의 기운을 상징하며 혼례를 치를 때 청사초롱을 걸어 음양의 조화를 기원하고 부부의 새 출발을 축하하기도 했다.
실용과 예술 사이, 등잔대
오늘날 우리 전통 등기구에서 미학적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등잔이나 초를 걸거나 고정하려고 장만한 받침이나 걸이다. 온돌 생활을 해온 우리나라는 입식보다 좌식 문화가 발달했고, 자연스레 바닥에 앉은 채 실생활이 가능하도록 눈높이에 맞춰 등잔을 걸 수 있는 등잔대를 함께 사용했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가미한 등잔대는 등잔받침, 등잔걸이, 호롱받침, 호롱걸이, 등경, 등가, 유경, 촛대로 불리며 등 기구 문화를 이끌었다. 등잔대는 시대와 호흡하며 점점 발전했는데 고려 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염주 모양의 종교적인 등잔대가 등장했고, 조선 시대에는 하단을 꽃잎 모양으로 꾸미고 등잔 옆에 큰 나비 형태 장식을 달아 바람으로부터 불을 보호하며 예술적 감각을 살린 등잔대도 사용했다.
소원을 담아 등을 밝힌 축제, 종가관등 마치 항성이 만집에 떨어진 듯
조선의 연등제는 불교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고려 시대부터 이어온 민족의 세시 풍습으로 종교와 무관하게 집안의 안정과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는 모두의 흥겨운 축제였다. 종가의 상인들이 주도한 종가관등(鍾街觀燈)은 한양의 볼거리 10가지 중 하나로 꼽혔는데, 초파일이 되면 지금의 종로인 종가 거리를 온갖 모양의 등이 장식하며 일대 절경을 이루었다고 한다. 종가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인다고 해서 운종가(雲從街)라고도 했으며, 조선 최대의 상권 지대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관등일 저녁 종가는 전국에서 놀이를 즐기러 몰려온 사람들과 소원을 담아 밝힌 등불로 휘황찬란한 빛이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글 홍순채(자유기고가) 에디터 방은주 포토그래퍼 김재이 자료 협조 국립중앙박물관 참고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속예술사전’(국립민속박물관), 한국등잔박물관(www.deungjan.or.kr)
GOLD&WISE KB Premium Membership Magazine ============================================== 사가(四佳 사가의 운(韻)으로 씀[用四佳韻])의 한도십영(漢都十詠) 병풍에 씀[題四佳漢都十詠屛風] 마치 항성이 만집에 떨어진 듯 / 恒星髣髴隨千家 항성방불수천가 황혼에 곳곳이 붉은 노을 뭉쳤네 / 黃昏處處籠紅霞 황혼처처롱홍하 긴 장대에 하늘하늘 날리는 채색 / 長竿裊裊綵索飛 장간뇨뇨채색비 구슬 낙에 금속화가 주렁주렁 피었구나 / 珠樹繁開金粟花 주수번개금속화 산하 대지가 대낮으로 변하니 / 山河大地變白晝 산하대지변백주 들끓는 노래와 북에 사람들이 잔나비처럼 뛰노네 / 歌鼓競沸人如狖 가고경비인여유 소리를 맞추어 다투어 노래부르는 불탄 저녁에 / 齊聲爭唱佛誕夕 제성쟁창불탄석 휩쓸려 다니노라니 어느덧 새벽 종이 울어오네 / 奔波不覺已殘漏 분파불각이잔루 |
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