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있고, 예술적인 멋이 있고 거기에 황량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라만차 지방이다.
마드리드와 안달루시아 사이의 지방을 지칭한다.
라 만차 하면
세르반테스가 쓴『돈키호테』가 먼저 떠오른다.
1985년 프랑스와 스페인의 북쪽 국경인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에 입국했다.
마드리드는 스페인 수도답게 면적은 531평방킬로미터이며,
전체 인구는 상업, 문화, 교육 활동 등
근대적 도시 생활을 찾아 각 지방으로부터 유입된 인구와 합쳐 400만 명을 넘어섰다.
현대적으로 정연하게 건축된 건물과 공원, 광장, 가로수, 기념물, 동상이 많고,
도심은 복잡했지만 어딘가 여유가 있어 보였다.
공해를 뿜어올리는 공장이 없어
하늘은 높고 여름의 태양은 그대로 진공을 통과해서 떨어지는 것처럼 강렬하게 느껴졌다.
스페인의 전통적 풍속과 유럽적 근대성,
방금 시골 구석에서 올라온 듯한 촌스러움과
코스모폴리탄이 가져온 새로운 유행,
카페테리아나 바에서 들리는 끝없는 지껄임,
시에스타(낮잠)의 노곤함,
걸음걸이는 연령과 관계없이 산책하는 듯 느릿느릿하고,
길목에서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한데 어울어져 꽉 들어찬 느낌을 주었다.
이베리아 반도의 중앙 고원지대(메세타)의 중심지인 카스틸야는
마드리드를 경계로
북쪽이 카스티야 이 레온,
남쪽이 카스티야 라 만차 두 자치주로 나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스페인어는
이 지방에서 사용되는 카스티야어로,
오랫동안 표준 스페인어로 정착했고
해외에도 이 언어가 스페인어로 정착했다.
이 지방은 여름에는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지만
겨울에는 반대로 혹독한 추위가 몰아쳐,
이것이 ‘양지와 음지’의 절묘한 콘트라스트를 연출한다.
마드리드는 오래된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호흡을 하는 매력적인 대도시이다.
주민들은 쾌활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며 순수하다.
마드리드 교외에는
톨레도, 아랑후에스, 엘 에스코리알, 세고비아 등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관광명소가 있고,
소박한 여행을 원한다면
고성이나 풍차가 있는 라 만차 지방으로의 여행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라 만차’란
아랍어로, ‘마른 대지, 건조한 땅’이란 뜻이기도 하다.
평야에는 건조되고 있는 것들,
바람에 날리는 곡물,
보라색으로 뒤덮은 사프란 꽃,
올리브, 그리고 일직선으로 늘어선 포도밭이 시선을 끈다.
이러한 단조로운 경치는
투명한 하늘에 치솟은 하얀 풍차 때문에 달라진다.
이 정적을 깨고 나타나는,
목에 걸린 방울을 울리는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과
개의 모습은 마음의 넉넉함을 가져다 준다.
1. 캄포 테 크립타나
톨레도에서 남쪽 85킬로미터, 국도변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세르반테스가 몇 차례 숙박했었다는
라 벤타데 돈키호테 여관이 있다.
안 마당이 있고 사면을 둘러싼 건물 2층에는
안마당을 향한 목조 발코니가 있다.
작품 속에서는
돈키호테가 중세 성이라고 믿고 찾아간 곳이고,
돈키호테는 다음날 아침의 기사 서임식을 기다리며
밤새도록 마당에 서서 갑옷을 지켰다는 곳으로 돈키호테의 석상이 있다.
현재는 레스토랑인데, 박물관도 겸하고 있다.
마드리드 에서 남쪽 약 150킬로미터 떨어진 이 마을은
다른 지방에서 들어오는 길이 여섯 개이고,
열차도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로서,
1~2세기의 로마 모자이크가 남아 있다.
이곳은 만차 지방의 한 곳으로 궁전이 있었으나
현재는 거의 자취조차 찾아보기 힘들고
약간 남은 한 모서리를 이용하여
피카소를 비롯한 몇 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현대회화관이 있다.
동남토메요소나 서북 퀸타나르 방향으로 가는 길에
주택을 겸한 풍차집이 몇개 있어 산책하기 적당하다.
라 만차 지방에서 돈키호테 발자취 중 한 곳밖에 방문할 시간이 없다면
이 캄포 데 크립타나가 적당하다.
알카사르 데 산 후안에서 동쪽으로 7킬로미터로,
하얀 집들이 있는 언덕 위에는 몇 기의 풍차들이 있다.
돈키호테가 이 풍차들을,
거인 ‘부리아레오’로 착각하고
창을 겨드랑이에 끼고
애마 로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하여 돌진했다는 풍차이다.
또 이 마을은 소위 ‘98년 세대’의 한 사람으로 유명한 아소린이 쓴
『돈키호테의 길』에 나온다.
풍차 중 하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소린이 묘사한 것처럼 작동하지는 않지만
곡식을 가루로 만드는 과정이 흥미 있다.
풍차의 그늘에서는
마을 노인들이 포도주를 마시면서 유유자적 지껄이고 있다.
이 모습을 조금 가감하면 혹시 돈키호테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캄포 데 크립타나에서 동북으로 18킬로미터,
하얀 벽의 집들이 이어지는 이 마을은
돈키호테가 사모했던 아가씨 둘시네아의 고향이다.
마을 중앙에는 돈키호테와 둘시네아가 마주보고 있는 동상이 있다.
돈키호테의 구원의 연인 둘시네아는
귀족 출신으로 예쁘기도 했지만,
산쵸 판자는 그녀가 섹시해서 돈키호테의 마음을 빼앗았다고 보았다.
또한 둘시네아는 멋없는 시골 처녀로
그녀의 목소리는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마을에는 당시의 모습을 전해주는 ‘둘시네아의 집’이 있다.
어느 정도규모가 있는 집으로,
관리소에서 열쇠를 받아 들어가면
마치 둘시네아가 실존했던 인물인 것처럼
사용한 물건이 그 당시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둘시네아 미녀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이 이 마을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또한 마을에는 세르반테스 도서관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발행된 세르반테스의 작품,
특히 『돈키호테』를 진열하고 있는데,
신상철 주 스페인 한국대사가 서명하고 기증한『돈키호테』도 있다.
이곳에서 다음 목적지인 알가마실랴 데 알바 까지는 남쪽으로 거의 60킬로미터이다.
첫구간인 페드로 무노스까지 22킬로미터,
다음 토메요소까지 28킬로미터,
다시 서남으로 8킬로미터 가면 알가마실랴 데 알바이다.
2. 알가마실랴 데 알바
돈키호테 동상 세비야 스페인광장의 돈키호테 동상
알카사르 데 산 후안에서 31킬로미터 떨어진 알가마실랴 데 알바는
돈키호테가 태어나 꿈을 꾸고, 세계 개혁을 위해 일어설 것을 결심했다는 곳이다.
이 시적 암시 때문에
주민들은 돈키호테나 산쵸 판자가 자신이거나 대변자처럼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먼저 마을의 교회 앞에 있는 스페인 광장으로 가서,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의 상을 본 후,
돈키호테가 투옥되었다고 전해지는 메드라노의 동굴에 들어가 보자.
입장료는 없지만 관리인에게 줄 팁을 고려해야 한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안마당이고, 주위는 예외 없이 하얀 벽의 건물이다.
왼쪽 지하로 가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투구와 창, 나무침대와 책상이 진열되어 있고
더 안으로 들어가면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흉상이 진열되어 있다.
세르반테스는
이 지하 감옥에서 『돈키호테』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 교회에는 『돈키호테』의 모델이라고 하는
로드리고 데 파체코의 초상화가 있다.
로드리고는 이 지방의 제후이고 교회는
그 가문의 교회인데, 로드리고는 세르반테스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다음은 작가 세르반테스가 숨어 있었다는 땅속 동굴이 있는 비야헬모사이다.
가는 길은 남쪽 루이데라를 향해 냇물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눈앞에는 시원스러운 남색 호수가 나타난다.
시간만 있으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받는 호수이다.
계속 상류로 올라가면
계단식의 작은 호수가 7~8개나 있는데 아름다운 남빛이다.
이 호수 동쪽에 돈키호테가 광야를 향해 외친 몬티엘 들판과 언덕이있다.
이곳에서 길은 좁아져 산길이 되고 고개를 넘으면 비야헬모사이다.
마을을 벗어나 곳에, 『돈키호테』2편에 나오는
돈키호테가 숨어 있었다는 몬테시노 동굴이 있다.
붉은 진흙과 돌로 쌓아올린 낮은 담 사이에 있는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지름 5미터 정도의 살벌한 지하 수직 동굴이 있다.
이 굴 속에서 길을 잃은 돈키호테는
자기만의 환상속에 빠졌다.
동굴 안은 맑은 지하수가 고여 있었다.
비야헬모사에서 동쪽으로 14킬로미터,
알카사르 데 산 후안에서 92킬로미터에 있는 이 마을은
아름다운 파테오, 낡은 문, 볼 만한 철 창틀등이 잡다한 종류의 문장으로 장식되어
스페인의 아름다움이 머물러 있는 곳이다.
로마인이 만들었고 펠리페 2세 때 번영을 누렸으나 지금은 시골 마을로 전락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광장이 있고,
산 안드레아스 교회가 있다. 라 만차 지방을 순회하려면
교통과 숙박시설도 고려해야 하는데
교통의 요지 만사나레스에는 그런대로 숙박할 만한 간소한 호텔이 있다.
라 만차의 옛 수도였고,
회교도들의 공방의 기지였던 곳이기 때문에 지금도 일부 모습이 남아 있다.
귀족들의 집과 수도원도 있는데,
그중에서 마요르 광장이 가장 볼 만하다.
녹색 창가는 붉은 벽돌과 대조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1층은 아케이드로, 광장을 향해 개방되어 있다.
이 아케이드 중앙에는 코랄 데 코메디아스라고 하는
14세기의 극장이 있어
현재에도 8월 말 산바돌로메오 축제기간 중에,
고전극이 된 로페 데 베가의 작품을 상연한다.
3. 돈키호테를 묘사한 음악
세르반테스의 불후의 명작 『돈키호테』를 주제로 한 명곡은 많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돈키호테의 이야기 중 몇 개를 삽화로 하여 표제음악을 썼다.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데 팔랴(Manuel de Falla, 1876~1946)는
〈두목 페드로의인형극〉을 작곡했다.
이 작품은 작곡가 자신이 돈키호테를 주축으로 한 대본을 쓰고,
음악을 붙인 것으로 돈키호테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인형극에 의한 중세 기사도 이야기이다.
전체를 인형극으로 공연하고, 극중의 극도 인형극이다.
스페인 지중해 연안의 민요를 수집하여,
그것을 소재로 근대적 민족음악을 작곡한
오스카 에스플라(Oscar Espla, 1886~1976)의 교향적 에피소드
〈무기를감시하는 돈키호테〉는
라 만차 대지를 모험하는 돈키호테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는 곡이다.
로드리고가 만든 합창곡 〈둘시네아의 부재〉는
세르반테스 탄생 400주년 기념곡으로
세르반테스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서정적이지만 유머가 풍성하게 들어간 작품이다.
- 황영관, '유럽 음악도시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