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게이트볼 주차장에서 예배당으로 들어오는 길을 좋아합니다. 늘 아쉬운 것은 생각에서 멈춘 것이 하나 있었는데 들어오는 양 옆을 예쁘게 꾸미는 것입니다. 여전히 아쉽습니다. 어쩌면 그 때를 놓쳤기에 풀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고 무성하지 싶습니다. 전에는 그 길을 그나마 지키려고 용감하게 낫을 들고 나갔지만 오래 전에 포기하고 최근에는 지권사님이나 주변분들에게 부탁해서 해결했습니다. 올해도 첫 스타트를 지권사님이 해 주셨고 한 번 더 깎아야 하는데 지권사님이 허리 수술을 하셔서 고민만 했습니다. 올해는 풀도 풀이지만 어느 한 부분에 나무들이 자라 길 위로 침범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지나다 차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사람을 사서 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고 옆에서 농사짓는 분에게 부탁했더니 9월에 마을에서 추석을 앞두고 작업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제 새벽기도대신 간만에 낫을 들고 나갔습니다. 막대기와 홈키파를 들고서요. 좀 길게 길 위를 위에서 덮고 있는 나무들만 제거할 계획이었습니다. 먼저 일정부분에 홈키파를 뿌리고 막대기로 툭툭 쳐 혹시 벌이 있나 살폈습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낫으로 쳐서 나뭇가지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홈키파를 뿌리고 막대기로 쳐보고 낫을 베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했습니다. 앞을 가려 답답하게 했던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시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부분만 남았습니다. 다른 곳은 담에 하기로 하고 빨리 마무리하고 들어가려고 서둘렀습니다. 다 끝나갈 무렵, 나무 한 개를 남겨놓고 밑동을 잡았는데 왼손 등이 따끔했습니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 도망쳤는데 벌 몇 마리가 주변에 있었습니다. 홈키파를 가지고 가서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장갑을 벗어 보니 물린 자국이 있었습니다. 좀 부었지만 마무리 해야지 하며 좀 쉬면서 벌집이 어디 있나 살펴봤더니 풀 위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부분은 제가 깜빡했습니다. 홈키파를 뿌리고 막대기로 치는 것을. 그저 빨리 끝낼 생각에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 정리하고 그 부분을 보면서 벌집이 없는 곳에는 정성스럽게 약을 뿌리고 막대기로 점검했으면서 진짜 있는 곳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홈키파 뿌리는 것도 아직 힘든데 아무 의미 없이 허공에 뿌렸지 싶었습니다. 아니 사실 엄한 곤충들 죽였지 싶었습니다. 약간은 황당했지만 그래도 훤해진 길을 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