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종신고
4월 말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 며칠 전만 해도 긴팔 티셔츠를 입고 다녔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환기 시키려 창문을 열었는데. 공기의 느낌이 오늘 부터는 반팔 옷을 입어야 될 것 같았다. 옷장에서 남색 반팔 폴로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작년 여름에 자주 입었던 옷이다. 아내가 해주는 아침밥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같이 먹고 차를 운전해서 출근길에 올랐다. 직장까지는 차로 30분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 였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각종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 였다. 복싱과 유도를 특히 좋아했고, 대학도 체육학과로 진학했다. 어릴 적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해서 어른이 되면 경찰이 되고 싶었었다. 그래서 군대도 의무경찰로 지원해서 갔다. 의무경찰 복무 경험이 있으면 순경 채용때 가산점이 주어지고, 경찰의 경험을 미리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키는 175센티에 어깨가 딱 벌어지고 몸무게는 75킬로,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 힘이 있고 탄력이 있어 보인다. 현재 나이는 45세 경찰에 입문한지도 17년차가 됐다. 대전중부경찰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경찰서 건물의 2층에 위치한 형사2계에 들어와서 책상에 앉았다. 컴퓨터를 키고 책상을 보니 프린트된 실종신고서 하나가 책상에 놓여있었다. 어제 퇴근하고 밤사이에 접수된 신고 같았다. 신고서를 봤다. 실종자 나이는 30세 이름은 김규빈, 거주지는 대전 중구 용두동. 신고자는 실종자의 어머니로 보였다. 이놈은 왜 또 없어져서 부모 속을 썩히나 누가 납치한 건지 아니면 지가 집을 나가서 연락을 끊은 건지, 실종신고서에 적힌 실종자의 인적사항을 자세히 보고 있었다. 실종된 지 일주일이 넘었다. 일단 컴퓨터로 실종자의 범죄 이력을 조회해봤다. 깨끗했다. 일주일이 넘었다면 어디서 납치되거나 죽었을 수 도 있고 아니면 해외밀항 도피는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 주변인과 혹시 원한 관계가 없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잠적 해버린 건 아닌지, 강유오 형사는 실종자의 어머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대전중부 경찰서 형사2계 강유오 경사 입니다. 아드님 실종신고를 받고 전화 드렸습니다.”
“아이고 어제 실종신고 했는데 바로 전화주시고 고맙습니다. 제 아들이 가끔씩 연락 안하고 친구 집에서 며칠 자고 올 때도 있어서 별일 아니다 생각했는데, 통 연락도 없고, 어릴 적부터 알고 있던 아들놈 친구 몇몇한테 전화를 해도 다들 모른다고 하고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경찰서에 실종 신고서를 냈죠.”
“제가 방문해서 말씀을 좀 나눠야할 것 같은데요.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예, 오늘 아무 때나 오세요”
“그럼 지금 준비하고 바로 갈게요, 40분 내로 갈게요”
“예”
대전 중구 용두동에 있는 동네였다. 서대전 사거리와 가까운 동네 였는데, 구도시 지역이라 재개발이 이루어져 주변에는 제법 신축 아파트 들이 건설돼 있었지만 실종자의 집은 재개발이 미처 이루어지지 못한 권역이고 용두시장의 시장 통에 있는 오래된 건물의 2층에 있었다. 말만 시장이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고, 상가도 거의 없었고 빈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의 외벽에는 거무스름한 곰팡이 같은 것이 벽면을 따라 지저분하게 퍼져있었다. 마치 대전시의 도시계획부에서 일부러 용두시장 골목만 죽여 버린 것 같았다. 이 지역만 빼고 주변은 신축아파트, 신축상가, 대형마트도 있고 교통량도 많았다. 주소지 근처는 좁은 골목에 차를 주차하고 동네의 작은 슈퍼에서 비타500 한통을 사갔다. 주소지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갔다. 초인종을 누르고 실종자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줬다. 문을 열자 습기 있는 집에서 많이 나는 곰팜이 냄새 같은 것이 풍겼다.
일단 아들의 원한 관계나 치정 관련한 사항이 없는지 물어봤다. 성격상의 특징도 파악해야 했으므로 학창시절의 교우관계와 사회생활에 대해 물어봤다. 어머니 말로는 어릴 적부터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고 친한 친구 몇 명하고만 어울리는 사교성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한테 카카오톡으로 규빈이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을 보니 키는 170이 좀 안돼 보이고 체격도 왜소했다. 결혼했을 때부터 넉넉지는 않았지만 규빈이가 초등 학교때 애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후 가정 형편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가정 형편상 주위 친구들에 비해 사고싶은 것, 하고싶은 것을 못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겉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속으로 쌓인 것도 있고 열등감도 있을 거라는 얘기도 했다. 여자관계에 대해 물었더니, 그동안 여자 친구가 있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밖에서 여자들하고 어울려 놀 수는 있었겠지만, 진지하게 사귀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규빈이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가정 형편상 대학에는 진학을 하지 못했고 군복무후에 규빈 어머님이 일하는 식당의 사장님의 소개로 대전 유성구에 있는 목공소에 취직해서 그곳에서 계속 일했다고 했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친하게 지내던 고등학교 친구 2명과 자주 어울렸고 그래서 주말이면 그 2명과 대전 둔산 지역에 있는 번화가에 술을 마시러 자주 갔었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외박을 했다. 군대도 다녀온 다 큰 아들이기 때문에 연락 없이 밖에서 자고 들어와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규빈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실종의 단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자주 어울리던 규빈이의 친구 두 명을 만나면 뭔가 집히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친구들의 연락처를 물어봤다. 친구 두 명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시키고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는 규빈군 어머니의 말을 만류하고 밖으로 나왔다. 차를 주차해둔 큰길에 감자탕 식당이 있어서, 뼈다귀 탕을 먹고 집으로 갔다. 집에서 지금까지 알았던 사항들은 수첩에 메모를 해뒀다. 다음날 경찰서에 출근해서 핸드폰으로 두 명의 규빈이 친구중 하나인 전병민 이라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을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신분을 밝히고 규빈군의 실종 관련해서 얘기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니 10분후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문자보고 전화했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규빈군 실종사건을 맞고 있는 강형사라고 합니다.”
“아니 규빈이가 실종됐다고요?”
병민은 규빈이 어머님의 전화를 받고, 규빈이 연락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규빈이 어머님이 실종신고까지 한 것은 모르고 있었다.
“예, 실종된 지 일주일이 넘어서 규빈이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규빈군 관련해서 조사할 내용도 있고, 규빈군 하고 같이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 윤유재씨라고. 규빈군 어머니한테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예, 유재랑 같이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그럼, 부탁하나 드릴게요. 윤유재씨와 통화를 해서 저랑 같이 만날 수 있도록 약속을 잡아주시면, 저한테 연락 주시겠어요? 저는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두 분이 편한 시간을 정해서 저한테 연락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유재랑 시간 약속 잡아서 형사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친구가 실종되어서 걱정이 됐는지 병민군한테 금방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때 바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서에서 업무를 마무리 짓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경찰서 근처인 은행동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커피숍 2층의 구석진 자리에 둘은 벌써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강형사는 자리에 앉고 명함을 건넸다. 규빈의 친구 둘은 얼굴이 자못 긴장한 모습이었다. 형사와 마주 앉아서 얘기를 한다는 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니었고 친했던 친구가 실종됐다는 사실이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규빈의 두 친구중 한명은 전병민, 직업은 제약회사 영업사원 이고 평일 저녁시간대여서 영업사원들이 많이 입는 다리통이 좁은 스타일의 진한 남색 정장을 입었고, 머리는 스포츠 스타일의 짧은 머리였다. 알이 굵은 해밀턴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다른 한명인 윤유재는 직업은 없고 공무원 시험을 3년째 준비 중이라고 했다. 캐주얼의 편한 옷차림에 안경을 끼고 머리는 약간 길고 덥수룩했다. 규빈이의 실종으로 두 친구는 걱정을 많이 했다. 친한 친구들 셋이면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방)같은걸 만들었을 텐데, 규빈군의 채팅이 일주일 정도 올라오지 않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는데, 그들은 단톡방 같은 건 만들지 않고, 필요할 때는 1대1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그들끼리의 평소 연락 빈도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였고 둔산동이나 은행동에서 주로 만난다고 했다. 가끔은 아는 여자들을 불러서 같이 어울리곤 하는데, 규빈이한테 관심을 표하는 여자들은 딱히 없었다고 말했다. 활발하지도 않고 키도 작고 왜소해서 그러리라 예상했다. 규빈이와 달리 친구 둘은 지방대학을 졸업했고 가정형편도 규빈군보다는 좋아보였다. 병민이는 제약영업 사원이라서 그런지 서글서글한 인상에 성격이 활달해보였다. 영업직에 잘 어울려 보였다. 유재는 30세의 나이인데도 직장을 다니지 않고 벌써 3년째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면, 집안이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형편이라면 그렇게 3년이나 시험 준비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는 교재비, 학원비, 인터넷 강의비 외에 생활비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1시간쯤 규빈이의 학창시절부터의 생활이라든지 주변의 관계에 대해 얘기 했지만, 특별히 규빈이가 사라져버릴 이유는 없어보였다.
규빈이의 친구들과 얘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시며 생각해 봤다. 치정이 얽힌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아보였고, 다만 가까운 친구들만큼 가정환경이 좋지는 못하고 대학진학도 못해서 평소 열등감은 가졌을 것이라 여겨졌다. 지금까지의 정황만으로 보면 규빈이가 누군가의 원한을 사서 실종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어디부터 다시 수사를 시작해야 될지 고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