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老姑壇 / 임보
예부터 태백太白·계룡鷄龍·토함吐含·팔공八公·지리智異를 남쪽의 오악五嶽으로 꼽는데 그 가운데도 지리를 으뜸으로 받들어 선신성모仙神聖母를 모시는 노고단老姑壇을 그곳에 세우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화랑花郞 우동출禹童出은 가난한 효자로 소문이 났다. 그의 적삼과 속곳을 헐어 저고리 잠방이로 기워 줬다. 헌데 동출童出은 그것을 등에 지고 다닐 뿐 몇 날 며칠 산을 오르면서도 갈아입질 않았다. 산과 산을 돌다 보름쯤 되던 날 어느 산의 봉우리에 올랐는데 갑자기 안개가 서리고 주위가 숙연해지더니 한 노고老姑의 음성이 온 산천을 울리는데 가진 자 없어 망연히들 서 있는데 동출이 이윽고 나아가 등에 진 것을 내놓으니 그 짐과 함께 동출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가더라. 벌어졌다. 동출의 노모老母가 세상을 떴는데 그 시신屍身은 없어지고 입었던 옷만 그대로 칠성판七星板에 남아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받들며 육신肉身에 날개를 키우는 아득한 도량道場으로 삼아오더라.
- 임보 시집 <장닭 설법>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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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를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