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처럼 늘어져 있을 때

[카타리나]

 파김치처럼 늘어져 있을 때

야고보 아저씨추천 0조회 1225.02.03 21:3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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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본문내용

2025년 2월 4일 연중 제4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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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21-43
그때에 21 예수님께서 배를 타시고 건너편으로 가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께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 호숫가에 계시는데,
22 야이로라는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님을 뵙고 그분 발 앞에 엎드려,
23 “제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 아이가 병이 나아 다시 살게 해 주십시오.” 하고 간곡히 청하였다.
24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와 함께 나서시었다.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르며 밀쳐 댔다.
25 그 가운데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다.
26 그 여자는 숱한 고생을 하며 많은 의사의 손에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아무 효험도 없이 상태만 더 나빠졌다.
27 그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군중에 섞여 예수님 뒤로 가서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다.
28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29 과연 곧 출혈이 멈추고 병이 나은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30 예수님께서는 곧 당신에게서 힘이 나간 것을 아시고 군중에게 돌아서시어,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31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반문하였다. “보시다시피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 대는데,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십니까?”
32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누가 그렇게 하였는지 보시려고 사방을 살피셨다.
33 그 부인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나와서 예수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다 아뢰었다.
3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35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와서는,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스승님을 수고롭게 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36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곁에서 들으시고 회당장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37 그리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 외에는 아무도 당신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셨다.
38 그들이 회당장의 집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소란한 광경과 사람들이 큰 소리로 울며 탄식하는 것을 보시고,
39 안으로 들어가셔서 그들에게, “어찌하여 소란을 피우며 울고 있느냐?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40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다 내쫓으신 다음,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와 당신의 일행만 데리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셨다.
41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탈리타 쿰!”
이는 번역하면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는 뜻이다.
42 그러자 소녀가 곧바로 일어서서 걸어 다녔다. 소녀의 나이는 열두 살이었다. 사람들은 몹시 놀라 넋을 잃었다.
43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말라고 그들에게 거듭 분부하시고 나서,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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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처럼 늘어져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가난하고 버림받고 보잘것없는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십니다. 그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살려주시고, 병을 고쳐 주시거나, 괴로움을 없애 주시고, 마귀를 떼어 주십니다. 그 당시에 나병환자, 하혈하는 여자, 마귀 들린 자들은 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하였기 때문에 주님께서 늘 함께 계신 것입니다. 불쌍한 그들에게 도와 줄 사람이 많이 있었고, 고쳐 줄 사람이나 명의가 있었다면 그들이 주님을 찾아올 리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의술이 발달하고 병원에 가기가 쉽기 때문에 온전히 주님께 의지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지만 병원에서도 어쩌지 못하면 우리도 다급하거나 벼랑 끝에서는 주님께 기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야이로라는 회당장도 어제 우리가 묵상한 백인대장처럼 상당히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찾아가서 하소연 할 사람은 주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체면과 위신을 다 집어 던지고 예수님을 찾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마지막 희망을 두고 예수님을 찾은 것이지요. 아마 하혈하는 여인도 똑 같은 심정으로 예수님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님께 어린 딸이 죽게 되었으니 주님께서 손을 얹어 낫게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러나 하혈하는 여인은 감히 주님께 말씀드릴 수도 없고, 부끄럽고, 황송하기도 해서 염원을 두고 예수님의 옷에 손만 대어도 나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하혈하는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모르실 리가 없지요. 당신께서 성령의 힘이 빠져 나간 것을 알고 계시지만 시치미를 떼십니다. 여기서 ‘시치미를 뗀다.’는 말은 '매 사냥'에서 나온 말로 사냥매의 주인을 ‘수알치’라고 하는데 ‘수알치’는 사냥매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자기 매의 꼬리 쪽에다 쇠뿔을 얇게 깎아 만든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그 이름표를 평안북도 말로 ‘시치미’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주인을 잃은 매를 잡으면 이 시치미를 떼어 버리고 슬쩍 가로채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처럼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다고 하여 ‘시치미를 뗀다.’라는 말이 유래가 되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믿음을 다시 강조하기 위해서 ‘시치미를 떼시고 그 여인으로부터 고백을 받은 사람들에게 믿음이 그 여인을 구하였음을 선포하십니다. 당시에 하혈하는 여인은 부정한 여인이었기 때문에 몰래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면 예수님이 부정해진다고 금하였기 때문에 옷에 손도 못 대게 하던 때였기 때문에 더욱 숨기려고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순간에 놀라운 일이 발생합니다. 하혈하는 여인이 슬쩍 예수님의 옷을 만진 사건으로 지체되어 야이로 회당장의 딸이 그만 죽고 만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화살은 당연히 보잘것없는 하혈하는 여인에게 꽂히고 맙니다. ‘너 때문에 저 회당당의 딸이 죽게 되었다.’는 식으로 몰아붙였을 것이고, 예수님께서 보잘것없는 하혈하는 여자를 두고 누가 만졌느냐? 찾아라, 그래서 확인하고, 병을 고쳐주고 주님은 많이 힘이 소진되고 시간이 지체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사회에서 최고의 유지인 회당장의 딸이 죽었으니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의견이 분분하였을 것이고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예수님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궁금하였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축시키고, 소녀는 죽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반신반의하거나 비웃기도하고 예수님께서 어떻게 일처리를 할 것인지 추이를 지켜보기로 작정합니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정말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예수님께서는 무엇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죽음을, 하느님의 권능을, 마귀를 쫓아내고 하혈하는 여자를 고쳐주신 주님의 능력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을까요? 하느님을 믿는 확고한 신앙의 망설임을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주저하고 망설이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소심증의 사람들에게 죽음도, 마귀도, 나병도, 중풍도 어떤 병도 모두 고쳐 주심을 의심치 말고 믿으라는 말씀입니다.

“탈리타 쿰”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용기가 생깁니다. “야고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망설이지 말고 일어나라!”라고 주님은 매일 우뢰와 같이 강조하시는 말씀을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나도 되는 것 없고, 항상 돈에 쪼들리고, 일에 쪼들리고, 일을 해도 하나도 성과가 없어 실의에 빠져 죽게 생겼을 때, 암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아니 세상에서 완전히 기가 죽어 파김치처럼 축 늘어졌을 때 주님은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얘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용기를 내어 일어나라! 그리고 한 번 나와 같이 부딪쳐보자! 세상은 별것 아니란다. 모두 내 손 안에 있단다. 무얼 그리 걱정하느냐?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