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금하빌딩 좁다란 길섶에
이렇게 진달래가 피었다.
바야흐로 서울에 봄이 온 것이다.
이 봄이 시작하는 날 그의 시가 문득 생각난다.
무슨 시 나부랭이를 쓴다고 중앙정보부에 잡혀가서 죽도록 얻어 맞고
행방불명되었다가 행려병자들 사이에서 그가 발견되었다.
동가식서가숙하며 아는 사람에게 독한 소주 한 잔 얻어먹고
쓰러져 잠이 들면 그것이 행복한 날이었다.
그에게 무슨 이 세상의 삶이 소풍처럼 아름다웠을까?
그래도 그는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이른 새벽의 영롱한 이슬과 저녁의 찬란한 노을을
볼 줄 아는 시인의 마음을 가졌기에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묘사하였다.
그 엄혹했던 시대가 남긴 부채 때문에
아직까지도 우리는 불어난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요즘 선거철이라고 날선 언어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폄하하고
상대를 죽이는 것이 내가 사는 길이라는 듯이 미쳐 날뛰고 있다.
권력을 향한 의지가 너무도 강하여
양심 따위는 거들떠볼 사이도 없다.
이런 지옥도가 펼쳐지는 이 땅에
거룩하게 살다간 한 의로운 이가
간절히 생각나서 이 시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