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자의 서러움
필자의 지인이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사격선수단의 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다른 나라 선수들은 동메달을 따면 선수는 기뻐 펄펄 뛰고 응원단은 자국 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함성을 지르고 자축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도 죄인이 된 듯, 패잔병이 된 듯이 풀이 죽고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응원단의 반응은 이구동성으로 “에~이!”이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 기자들의 눈에는 신기한 모양이다. 1996년 애트란타 하계올림픽이 끝난 직후 필자는 에모리 대학에 교환교수로 갔었다. 당시 언론이 오늘날 인천에서 벌어지는 한국선수들의 메달결정 순간의 풍경과 흡사한 장면을 소상이 취재해서 보도한 바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Coubertin)이 인용한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올림픽 정신을 배워야 한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희생, 협동, 인내 3대 가치”를 솔선하면서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의 기록에 도전한다. 선수들은 ‘규칙 준수하기, 동료 선수와 신뢰 유지하기, 몸의 건강 유지하기, 화를 참기, 잔인한 플레이 하지 않기, 승리에 겸손하기, 패배에 당당하기,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영혼과 깨끗한 마음이 깃들게 하기’ 등 키팅(Keating, J. W.)이 제시한 "도덕적 범주로서의 스포츠맨십"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경기를 참관하고 응원하는 국민들은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배우는 국민교육의 학습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스포츠 문화는 상업주의와 결과주의에 물들어 올림픽과 스포츠의 정신에서 크게 벗어나 ‘1등만이 대접받는 슈퍼 갑’의 문화가 되었다. 은메달을 따고도 죄인처럼 행세하는 선수를 비난해서는 아니 된다. 그를 죄인으로 만드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문제 삼아야 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는 올림픽 포상금과 연금을 지급한다. 올림픽 포상금은 종목별로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대체로 금 6,000만원, 은 3,000만원, 동 1,800만원이며, 연금은 평생토록 월 100만이다. 올림픽 메달 연금 포인트는 금 90점, 은 30점, 동 20점이며, 아시안게임은 금 10점, 은 2점, 동 1점이다. 연금 100만원을 받으려면 연금 포인트 110점을 얻어야 한다. 금메달 2개, 금1과 은1, 금1과 동1, 은 4개, 혹은 동 6개 등 다양한 방법 중에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 110개를 따는 방법도 있다. 이 연금 포인트 110점 이상의 메달획득에 대한 연금지급은 일시불이나 정해진 방식으로 분할 지급한다고 한다.
선수들에게는 올림픽정신과 스포츠맨십과는 상관없이 금메달만이 지상목표요 최고 가치이다. 금메달을 따야만 폐회식까지 여가를 즐기며 호텔생활을 할 수 있다. 귀국 시 공항에서의 환영행사나 인터뷰, 카퍼레이드도 금메달 수상자의 특권이다.
상업주의와 경영주의는 이 땅의 체육인들에게 소유지향의 삶에서 생존하도록 강요한다. 강자독식의 지배구조를 조장한다. 우리는 동계올림픽의 숨은 영웅 이규혁 선수의 노메달, 무연금의 불운을 기억해야 한다. 각종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서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배우는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과 건전한 단체정신을 배우고 익히는 축제와 학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하고 ‘희생, 협동, 인내’의 정신으로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높이 평가받아야 하고, 은메달리스트나 동메달리스트뿐만 아니라 참가선수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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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Go-Stop'을 많이 하는 한국인들에게 '2등은 말짱 헛일'이라는 GS2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슈퍼 甲'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 결과주의의 한 단면이라 본다.
메 하나 따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동메 하나라도 값지고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지금 우린 너무 커졌나봐. 그럴수록 겸손해져야 하는데... 당장 우리 자식들에 대한 우리의 관점부터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있는그대로 존중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