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19편 - 일본 정원의 종합백화점
12번째 세계유산 - 인화사(닌나지 仁和寺)
우리의 마지막 답사처로 선택한 인화사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일본 정원의 다양한 스타일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종합백화점 같은 느낌을 주는 사찰입니다.
일본 황실의 원찰이라는 위상에서 알 수 있듯 품격이 남다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교토의 3대 삼문의 하나라는 인화사 삼문을 제대로 촬영해보려고 앞서 걸었는데,
택시들 때문에 측면만 찍고 말았네요.
인화사엣도 인왕역사들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붙은 잡귀를 떨어내 줍니다.
인화사에는 문적사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즉, 황실이나 귀족의 자손이 대대로 주지를 맡아오는 절이라는 뜻이지요.
인화사는 888년 우다 천황이 최초 건립한 이레 19세기 막부 말기까지 1천년 넘게 왕손이 주지를 맡아온 문적사원입니다.
입구에서 들어가는 길부터가 널찍한게 참으로 특별합니다.
물론 이곳 역시 16세기 중반에 일어난 '오닌의 난'을 피해가지 못하고 당시에 전소되었다고 합니다.
오닌의 난 당시 동군과 서군이 나뉘어 싸울 때 서군의 본부를 바로 인화사에 둔 바람에 동군이 쳐들어와
완전히 불태웠다고 하네요.
그랬던 곳을 재건한 것은 동사와 청수사 등을 재건한 에도시대 도쿠가와 막부 3대 쇼군인 이에미쓰가
도쿄 전체의 사찰을 대대적으로 복원할 때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지어졌다고 합니다.
당시에 천황이 머물던 교토 어소도 함께 개축공사를 했는데, 당시 어소의 건물 세 채를 인화사에 하사했답니다.
지금 인화사 금당이 옛 어소의 자신전을 옮겨 놓은 곳이고, 인화사 어소라고 하는 곳에도 어소 건물이 옮겨져 있습니다.
인화사에서는 입장료를 모두 세 번 내어야 합니다.
기본 입장료, 어전 정원 입장료, 보물관(영보관) 입장료이죠.
그래서 우리는 아예 3종 세트권으로 끊어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어소 건물이 이축된 덕에 인화사에서는 헤이안시대의 고풍스런 멋과 함께 다양한 스타일의 정원양식을
함께 볼 수 있고, 에도시대의 화려함과 더불어 왕실 건축물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먼저 인화사의 꽃이라는 어전 정원을 보기로 합니다.
우리를 먼저 맡는 것은 굉장히 너른 마른산수식 정원입니다.
뒤로 보이는 건물 안의 후스마에도 참으로 기품이 넘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회랑을 따라 이리 돌고, 저리 돌면서 정원을 관람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분위기가 살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벽장화입니다.
마치 일필휘지로 그려낸 듯한 작품이 대단합니다.
인화사 어전 정원의 핵심 공간입니다.
우리 일행도 마루에 앉아 감상해보기로 합니다.
지천회유식 정원과 마른산수 정원이 만난 이곳을 파노라마로 촬영하면 이렇게 보입니다.
카메라로 보여드릴 수 있는 한계가 있음이 아쉽습니다.
(이번 후기 맨 마지막에 이 사진을 크게 올려두었으니 클릭해서 크게 보심 느낌이 좀더 나실 것 같네요.)
아름다운 정원 뒤에 선 오중탑도 그림입니다.
물론 탑을 차경하기 위해 그에 맞게 정리를 했겠지만 참 좋아보입니다.
물 위에 사다리를 놓고 가지치기를 하는 정원사도 한폭의 그림처럼 녹아들어 갑니다.
하루종일 이렇게 앉아서 보고 가기만해도 좋겠어요.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본 정원입니다.
이곳은 연못을 따라 도는 지천회유를 회랑으로 돌 수 있도록
그것도 지형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 놓았더군요.
황손의 주지가 머물렀을 것 같은 기품이 느껴지지요?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인데, 우리가 걸었던 구마노고도를 걸어서 신사참배 가는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젖은 돌길을 따라 어소를 나와 금당으로 향합니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없이 단풍 사진에 심취한 어느 일본분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안나님도 한컷 남기셨네요.
교토 어소에서 옮겨온 헤이안시대 건축물인 인화사 금당입니다.
안에서 예불이 진행중이어서 밖에서 이 건물의 품격을 느껴봅니다.
금당에서 멀지 않은 옆에 지어진 이런 전각은 어진을 모셔서 명복을 비는 공간으로 활용하지요.
인화사 곳곳을 누빕니다.
어전 정원에서 멀리 원경으로 바라보던 인화사 오중탑이네요.
인화사 오중탑은 에도시대 때 재건된 것이지만 고풍스런 헤이안시대의 양식으로 지어져서
문적사원의 품격을 드높인다고 합니다.
오중탑과 함께 보면 좋은 벚나무 200주가 맞은편에 심어져서 벚꽃 필 때는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낸다고 합니다. 다른 곳과 다르게 벚꽃이 늦게 펴서 4월20일 경이 만개시기라고 하네요.
10만점의 보물을 갖고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갖고 들어간 보물관.
좀 실망스러웠어요. 봄 가을 특별전 때 비로소 제대로 전시를 하는 듯 하네요.
인화사 어전 정원 파노라마 큰 사진입니다. PC에서(모바일은 안됨) 클릭하시면 큰 사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후기는 귀국편으로 마무리가 되겠습니다. ^^
첫댓글 이 날 부슬부슬 비가 와서 더욱 좋았지요.
비오는 정원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었던 그 마음을 그 자리에 있었던 우리 모두는 공감할겁니다.
해가 좋은 날부터 비가 오는 날까지 나름대로 다 여행지와 어우러져 의미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함게 한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저곳이 인화사였네요..
장소도 이름도 가물가물 ㅎ
비가 와서 더 좋을 때가 있쟎아요.
저곳에서도 그랬던듯~
인화사 마루에 앉아있는 주인공이 저였으면 ~~~다음에 기회되면 주인공이 되어 한참을 머무르고 싶은곳입니다...
아아 .. 인화사 회랑에서서 툇마루에 앉아서
정말로 일어나고 싶지 않았던 그 날이 생각납니다
비가와서 더욱 운치있었겠지만
우리나라라면 하루종일 가있고 싶을만큼 너무 너무 아름다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