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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 인사까지…극우로 치닫는 윤 대통령
성한용입력 2023. 7. 2. 07:35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87
문 전 대통령 등 “반국가 세력” 지목
김영호·김광동 등 문제 인물 발탁
정치 입문 뒤 빈곤한 철학 메우려
유튜브로 ‘편향된 사실 습득’ 분석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 기념행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유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6월2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도착해 장관 후보자가 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청중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특이한 대통령입니다. 지난주에도 가장 뜨거운 정치 뉴스를 생산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부를 ‘반국가 세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인 29일 개각에서 ‘김정은 정권 타도’를 공공연하게 주장해온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두 사건은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가치관과 정책 노선이 극우로 선회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윤 대통령을 ‘일베 대통령’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심한 것일까요?
전임 정부 검찰총장과 반국가 세력
윤 대통령이 자유총연맹 행사에서 정확히 뭐라고 말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전문을 한번 찾아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는 내용이 심각한 두 대목만 소개하겠습니다.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또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습니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 평화 주장이었습니다.”
이번 발언이 ‘대형 사고’인 이유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를 통째로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색깔론으로 민주당을 공격했지만,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전체를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29일 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좌익 혁명 이념 그리고 북한 주사 이론, 이런 거 배워서 민주화운동 대열에 ‘낑겨서’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지금까지 끼리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온 집단들이 이번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전에는 그래도 ‘민주화운동 대열에 낑겨서 살아온 좌익 세력’을 분리해서 비난했지만, 이번에는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전체를 반국가 세력이라고 공격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가 반국가 세력이라면 윤 대통령 자신도 그 당시 반국가 세력의 주요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일단 주워 담으려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29일 아침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 센 발언은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이지, 지난 정부를 간첩 세력이라고 보는 건 아니라는 걸 명확히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도 기자들과 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어제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은 자유총연맹이란 단체가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고 만든 단체니까, 청중을 고려한 발언이었다고 본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가한 뒤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 관해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 발언은 정확히 팩트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 종잇조각에 불과한 종전선언 하나로 대한민국의 평화가 온다고 외치면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기자들이 ‘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한 것은 협치와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적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하는 그런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기자들이 다시 ‘반국가 세력이 제1야당이냐’고 묻자, 그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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