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讀>서재

노부부인
우리는 32평형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금기준으로는
넓게살고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집에는 소파가 놓여있는 거실이 없다.
방 세 개중
채광이좋은 큰방은
내가 내 서재로 차지했고,
그보다
넓은 거실은
화가인 아내가 자기의 화실로 꾸몄기 때문이다.
나머지
작은두개의 방은
부부가 각자 하나씩
자기방으로 쓰고있으며
식탁이 있는
부엌부분이 공유공간이다.
따라서
손님이오면
식탁에 앉아 차를마시며 담소한다.
아내의 화실에는
종이, 물감들, 붓등
수많은 그림도구들로 가득차 있으며
한쪽벽은
천정까지 책들로 차 있다.

내 서재도
1.500여권의 책들로 가득차 있으며
서가가 넘쳐
나머지 책들은
방바닥에 쌓아놓고 있다.
그리고
내 책상과함께,
인체공학으로 설계된,
가죽으로 만든 필란드산
안락의자를 20여년 쓰고 있다.
밝고 따뜻한
조명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우리집은
꼭대기층에 끝집이기 때문에
절간처럼 조용하다.
그림을 그리고,
책읽기에는 최고의환경이다.
그게누구든
현역에서 은퇴, 노년이되면
밖에있는 시간보다
집안에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어진다.
이때,
즉 노년기를 통틀어
어떤공간에
어떤형식으로 있는가 하는 것은
‘삶의질’을 결정하는 일차적 조건이 된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하는게 이런경우다.
같은 젊은이인데,
양복정장을 하면 회사원이지만,
군복을 입으면 군인이다.
같은 사람인데 신분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똑같이,
노년의 시간들을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는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노인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은 그렇게 중요하다.
때문에
은퇴후의 자기공간에 대한
상당한 준비가 있어야한다.
준비가 있어야
긍정적인 결과도 따라온다.
바쁘다고 지나가지말고
찬찬히
잘 준비해야 당황하지않고
노년기에
안착할 수 있다.
이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내의 경우
화가이기 때문에
화실은 연속성을 가지게되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그리는
창작의 작업이 연속되는 것이다.
내 경우,
서재(書齋)는
글자그대로 책들을 갖추어놓고
그것을 읽으며 공부하고
글을쓰고 연구하는 공부방인 셈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은퇴한 노인들의 약70%가
안락한 소파에 깊숙이 앉아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소일한다고 한다.

편안한 소파에 깊숙이 앉는 것은
움직임이
정지된 상태로 지낸다는 뜻이고
TV를 시청하는 것은
삶의자세가 수동적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나이와 관계없이
그 심,신이 능동적이지 않으면
빨리늙고,
쉽게병들고, 일찍죽는다.
소파에 깊숙이 앉아
TV시청으로 시간을 소모한다면
이 모든 부정적일 것들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셈이다.
정말 깊이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지금나는
내 서재에 익숙해졌고,
아주 편하게 지낸다.
85세 이전까지는 월평균,
신간기준 10여권의 책을 읽었다.
그러나
89세인 지금은
시력이 전같지않고 체력도 달려
평균 다섯권정도 읽고 있다.

한편
은퇴후에 시작한
블로그에 올리는 글쓰기는 계속하고 있다.
주 1회 글을써서 올리고있는데
20여년동안 써서
올린글들이 1.000편이 넘는다.
글을쓴다는 것은
책읽기와 연결된 창작작업이며
일주일에
글 한편씩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정신작업이기도 하다.
대신 공부는 끊임없이 하게된다.
아내의 그림이 창작이듯이
내 글도 창작이다.
엄청난 정신작업인 셈이다.
초고는 여러번 수정하고,
자판을 두드려 입력한 후에도
한두번 교정을 봐야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르크시즘, 사회주의(공산주의)에 대해
꾸준히 공부했으며
1991년 여름,
사회주의의 끝장을 보기위해
붕괴직전의 소련을(모스크바와 레린그라드)
직접여행하기도 했다.
붕괴직전의 소련은
글자그대로 처참함 그대로였다.
그 시작은,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였다.

은퇴후 노년이 된 후로는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책을읽고 공부하고 있다.
고고학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척추동물이며
포유류에 영장류로서
유인원인 침팬지에서
인류종이 갈라져 나온게 약 700만년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호모하빌리스, 호모에렉투스,
그리고
약5만년전 크로마뇽인을 거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진화한 역사는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학문분야다.

서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하다.
지금 호모사피엔스에대한 책만도
70여권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그냥
여러 가지 책을 읽는것과,
주제를 정하고
공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서재는
지금의 나의 ‘삶의질’을 결정하는
소중한 공간임을 재삼 실감하고 있다.
서재가 있으면
정신적으로는 끝까지 젊게 살 수 있다.

그게누구든,
그래서
반드시 서재를 준비해야한다.
노년의 삶은
바로거기에서 결정된다.
늙은 것을 걱정하지말고
녹쓰는것을 걱정하라.ㅡ서양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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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게 서재를 갖이고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좋은 글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