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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숭산(崇山) 소실봉(少室峰).
지금은 비록 무적세가에 무림의 하늘이란 자리를 내주었지만 중원에 무학의
꽃을 피운 천년 소림이 자리한 무림의 성지였다.
소실봉 북쪽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소림사는 천여 명의 승려를 기거하는 대
찰(大刹)답게 수많은 크고 작은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나한전(羅漢殿) 앞의 넒은 마당.
오늘도 소림의 절예를 익히는 무승들의 우렁찬 기합성과 땀방울이 하늘을 울
리고 땅을 적셨다.
딱!
석대 위에 선 위맹한 인상의 중년 승이 작은 막대기를 마주쳐 신호하자 마당
을 가득 메운 백여 명의 승려들이 한 목소리로 나한권(羅漢拳)의 초식을 복창
하고 일제히 몸을 움직였다.
"복호항룡(伏虎降龍)!"
휘익, 파팟!
굳건히 땅을 딛고 서서 주먹을 내지르면 호랑이를 일격에 무릎 꿇릴만한 강한
기세가 쏟아졌고, 땅을 박차고 오르면 승천하는 용이라도 잡아맬 듯 엄밀한
권풍(拳風)이 하늘을 메웠다.
가히 소림의 저력을 엿보게 하는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이었으나 나한전주 혜
명(慧明)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었다.
"석당(石撞), 앞으로!"
동작을 멈추고 숨을 고르던 장내의 승려들은 혜명이 한 승려를 불러내자 모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제자 대령했습니다."
"나한권이 술 취한 건달들의 주먹질이더냐?"
"……."
평소 엄하기로 소문난 혜명의 사정없는 질책에 석당이라는 젊은 승려는 고개
를 들지 못했다.
"정신이 흔들리고 마음이 불안한데 어찌 팔다리인들 주인의 뜻에 따를까!"
"제자가 불민(不敏)하여 나한권의 오의(奧義)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설익은 무공으로 사문의 명예를 더럽히려면 아예 무공을 익히지 말거라!"
무정하게 외치고 돌아보지도 않는 혜명을 향해 석당이 합장했다.
"제자 삼천 배로 마음을 닦겠습니다!"
석당은 연무장 옆 마당에 서 있는 석불 앞으로 가더니 맨 바닥에서 오체투지(
五體投地)를 시작했다.
숨소리를 죽이고 형형한 눈길로 단상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모습을 훑으며 혜
명이 사자후를 내질렀다.
"무공을 익힌다는 것이 어지러운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부처의 자비를 실천하
기 위한 방도임을 잊지 말아라. 속세의 무인들처럼 무명을 떨치려는 미망(迷
妄)에 사로잡혀 재주만 익히려는 것은 불제자의 자세가 아니다. 일수일퇴에
중생제도(衆生濟度)의 원력(願力)을 담고 탕마척사(蕩魔斥邪)의 뜻이 서리지
않으면 헛된 춤에 지나지 않으니 모두 명심해라!"
"……!"
당대 소림 최고의 고수요 엄격한 불제자인 혜명의 말은 단순히 무공의 요체를
일깨우는 훈도가 아니오, 설법(說法)이었다.
"십이금룡수(十二擒龍手)를 펼친다!"
탁!
헤명이 다시 신호를 울리자 나한전 앞 연무장을 가득 메운 소림승들은 수백
수천 번을 익혀 몸에 동작 하나하나를 다시금 신중히 펼치기 시작했다.
"타핫!"
"천수나한(千手羅漢)!"
그날 저녁.
저녁예불을 마친 소림의 장로들은 장문인 혜각의 거처인 방장실(方長室)에 모
여 차를 나누었다.
일신의 안락을 모두 끊고 끊임없이 용맹정진(勇猛精進)하는 불제자들이 유일
하게 즐기는 기호품(嗜好品)이 차였으나 이 또한 어찌 보면 수도의 연장이었
다.
정성껏 재배한 차를 말리고 다듬는 과정은 물론이요, 잘 말린 차를 다리고 마
시는 동작 하나하나가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인 것이다.
아직도 끊지 못한 육신의 오욕칠정(五欲七情)을 함께 날려 버리는 그윽한 차
향이 감도는 방장실.
한없이 느린 듯 하지만 결코 답답하지 않은 동작으로 다탁에 놓인 소박한 찻
잔에 정성껏 차를 따른 혜각은 일일히 사형제들에게 차를 권하며 천천히 말문
을 열었다.
"백송 사제가 서찰을 보냈더이다."
"흐음……."
여덟 명에 달하는 장로들은 가타부타 말없이 낮은 소리를 발했다.
심신을 맑게 하는 차 향에 감탄하는 소리인지 석백송이 사람을 보낸 까닭을
짐작해서인지 알 수 없는 낮은 숨소리.
"악불당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장문인이 말머리를 풀자 그제야 장로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미 악불당이
재등장했고 그들의 첫 제물이 된 게 하필이면 석백송의 수하들이라는 소식을
듣고 있던 터였다.
"응당 제자들을 내보내야지요."
"그렇소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백송 사제가 도움을 청했다면……."
법랍(法臘)으로나 세수(世壽)로나 가장 젊은 혜명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누가 도움을 청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악불을 자칭하는 악적들이 무고
한 인명을 살상한다면 마땅히 나서야 하는 것이 불제자 된 도리입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수 없었다.
하나 장문인은 신중하기만 했다.
"한데, 백송 사제의 표국에서 운송하던 표물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무슨 말씀이신 지……?"
장로원을 이루는 혜자배(慧字輩)의 고승 중에 대사형인 혜진(慧眞)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표물이 봉래도에서 무적세가로 보내는 예물이라는 것입니다."
"허어, 선재(善哉)로다! 마침내 천하의 큰 근심이 없어지는구나! 아미타불…
…."
불심이 깊은 혜진은 나직이 불호를 외며 기뻐했다.
"무림을 위한 더 없는 불은(佛恩)이지요."
좌중의 누구라도 다른 의견이 있을수 없었다.
무적세가에서 천하제일가의 지위를 누린 이후 평화롭기만 한 천하에 유일한
근심거리가 있다면 봉래도와의 갈등이었다. 더욱이 근래 들어 마도를 결집시
키며 더욱 세력을 떨치고 있는 흑마방의 존재가 새로운 위협이 되는 터에 봉
래도와의 화친은 다시 바랄 수 없는 낭보였다.
"이미 뿌리를 잘라 버린 악불당이 삼 년이 지난 지금에 그렇듯 막강한 힘을
지니고 다시 나타났다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들이 첫
제물로 삼은 것이 하필이면 봉래도의 예물을 운송하는 표행이라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혜각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하나 그렇다고 대세를 바꿀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장문인께서는 백송 사제가 감추고 있는 내용이 있다는 말씀이시오?"
"반드시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아니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것
도 사실입니다."
일파를 책임진 사람은 그만큼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하는 법.
하물며 무림의 태산북두(泰山北斗)라는 소림을 이끌고 있는 장문인 이었다.
혜각은 의문을 거두지 않았다.
"설령 이번 사건의 배후가 석연치 않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만일 실
제로 우리가 모르는 사연이 있다 해도 백송 사형이 밝히지 않았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악불당을 그대로 두는 것은 부처님의 뜻이 아
닐 것입니다."
동자승 시절부터 석백송을 따르던 혜명이지만 그가 사적인 친분으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이 자리의 장로들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혜명 사제의 말이 옳습니다. 백송사제는 지혜롭고 밝은 사람. 사문을 기만할
리가 없고 설혹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다해도 그것이 옳기 때문이리라 믿습
니다."
"……."
장경각(藏經閣)을 맡고 있는 혜성(慧性)이 혜명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서자 모
두들 침묵으로 동의를 표했다.
사내의 문제라면 장문인이 독단으로 처리할 권한을 갖지만 산문 밖으로 제자
들을 내보내는 것은 장로들의 의견이 일치되어야 가능한 중대사안이었다.
장로들이 모두 석백송의 요청에 따르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자 혜각은 더 이상
말을 끌지 않았다.
그 역시, 석백송을 신뢰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으되 의문은 집고 넘어가는
것이 장문인의 도리요 의무라는 생각일 뿐인 것이다.
"좋습니다. 악불당을 치는 것으로 결정하겠습니다."
혜각의 눈길이 혜명에게 향했다.
관례로 보아 사내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무림에 관여하는
것은 나한당의 임무인 때문이었다.
"유일한 생존자의 보고로는 악불당의 흉적들이 무려 백여 명을 헤아린다고 했
네. 나한전에서 감당할 수 있겠는가?"
혜명은 신중했다.
석자배(石字輩)와 그 윗대 배분인 운자배(雲字輩)를 합해 삼 백여 명의 제자
들이 있었으나 나한당의 주력인 운자배의 제자들 중에도 믿을 만한 제자는 그
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근거지도 모른다는 악불당을 치려면 그들보다 최소한 두 배는 더
있어야 했다. 일단 하산하는 이상 적을 소탕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달마원의 제자들도 함께 하산해야 할 듯 싶습니다."
장문인의 눈길을 받은 달마원주 혜운(慧韻)이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제자들에게 운수행각(雲水行脚)을 내보낼 참이었는데. 좋은 기회가 되
겠습니다."
같은 크기의 돌멩이라도 작은 연못에 떨어지면 온통 파문을 일으키고 흙탕물
을 만들지만 큰물에서는 흔적도 없이 가라앉고 만다.
석백송에 대한 사소한 의혹쯤은 깊은 신뢰의 바다에 던져지는 돌멩이 한 개에
불과했다.
격론도 의심도 없이 기꺼이 석백송의 요청을 받아들인 소림의 밤은 그윽한 차
향과 함께 깊어만 갔다.
"아니, 그건 왜 묻는 건가?"
항주 관아의 포교는 어디로 보나 시골 농군인 사내를 곱지 않은 눈초리로 바
라보았다.
골치 아픈 흑마방의 일이라 상부에서도 처치곤란인 시체들의 행방을 묻는 사
내가 의심스러운 눈치였다.
"소인의 아비가 장을 보겠다고 나간 날이 그 날인데 며칠이 지나도록 아직 돌
아오지 않아서 그럽니다."
사내의 표정은 간절했다.
"자네 아비가 그때 죽었는지 어찌 아는가? 무림인들의 다툼에 시골농부가 끼
여들었을 리도 없을 텐데……."
"그날, 제수를 장만한 소인의 아비가 그 근처에서 싸움구경 하는걸 보았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썩기 시작한 시체더미를 뒤져야겠다?"
이미 의심을 거둔 포교는 관아 뒤뜰에 거적으로 덮어놓은 시신을 생각하며 몸
서리를 쳤다.
무림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나 백주대낮에 성 한복판에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마당에 모른 척 할 수 없었고 시신을 수습해갈 나운
마저 죽었으니 흑마방에 새로운 분타주가 올 때까지 뒤뜰에 보관하라는 상부
의 명이 내린 것이다.
사내의 순박한 얼굴이 온통 울상이 되며 청승맞은 하소연이 이어졌다.
"그럼 어쩝니까요? 아비의 생사도 모르고 헤매는 이놈의 처지를 생각하셔서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순간, 포교의 뇌리에 일찍이 부친을 여의고 온갖 고생을 겪으며 살아온 지난
날이 떠올랐다. 얼굴도 가물가물한 아버지를 그리며 눈물을 삼킨 날이 그 얼
마였던가.
포교의 마음이 움직였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는 명을 어기고 농부를 안내하기로 마음먹은 것
이다. 모처럼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호의로…….
"좋으이. 조용히 날 따라오게. 대신 시신들을 살핀 후에는 원래대로 잘 쌓아
두게. 괜히 좋은 마음먹은 사람 골치 아프게 하지 말고!"
"그러문입쇼.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상 장례 모시듯 조심스럽게 다루고 원래
대로 해 놓겠습니다."
멀찍이 떨어져서 코를 틀어쥐고 있는 포교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
다.
목격자들을 찾아 은밀히 정보를 캤지만 이미 소문으로 돌고 있는 사실 외에는
알아낸 것이 없었다.
―야리야리한 청년이 시비 끝에 먼저 싸움을 시작했는데 어디서 당당한 체구
에 잘 생긴 청년이 나타나 함께 거들었는데 조용해져서 가보니 두 사람 다 어
디론가 가고 없고 시체만 가득하더라…….
이리 붙이고 저리 보태진 과장을 거두고 그나마 파악한 사실은 너무 막연했다
하다못해 그들이 무슨 무기를 썼는지조차 설이 분분한 형편이니…….
결국, 무적비찰 칠십삼호(七十三號)는 시신을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죽은 자는 거짓말을 않는 법.
수십 구의 시신을 살피면 단서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 아비 잃은 농부
를 가장한 것이다.
칠십삼호는 이미 짓무르기 시작한 시체를 조심스레 살폈다. 시신에 남겨진 흔
적은 세 종류였으나 소문대로 이들이 두 사람에게 죽었음이 분명했다.
베어진 폭과 깊이가 다르긴 하나 두 부류는 분명 예리한 도에 당했고 다른 하
나는 그보다는 굵고 힘이 느껴지는 검상을 남긴 것이다.
'하나는 쌍도, 하나는 검이라…….'
썩은 살점이 손에 묻어나는 것을 개의치 않고 시신더미를 헤집던 칠십삼호는
크고 적은 두 자루의 도를 쓰는 자들이 누구인지 떠올리며 점차 긴장을 감추
지 못했다.
"뭐가 이리 오래 걸리나? 빨리 서두르게!"
시신을 헤집음에 따라 냄새가 더욱 고약해지자 포교가 짜증 섞인 재촉을 해댔
지만 칠십삼호는 못들은 척 자기 일에 열중했다.
곡예를 팔고 다니던 그가 자랑스런 무적세가의 제자로 발탁된 순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봉래도의 무공과 흡사한 흔적을 발견했는데 하찮은 포
교의 잔소리에 손을 멈출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만일 그의 일을 방해하면
위험을 감수하고 목을 베리라는 생각을 품을 정도였다.
하나 그를 정작 당혹하게 만들 일은 따로 있었다.
도상에 당한 자들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그의 눈이 자꾸만 다른 시신들에게 쏠
리기 시작한 것이다.
칠십삼호는 품속에서 비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검에 당한 시신에서 상처부위를 잘라내 뒤뜰에 내리쬐는 햇빛에 비
추어 보았다.
검붉게 썩어 내리는 살덩이.
그는 쇠의 기운이 스친 부위는 썩으면서 희미한 청록색을 띠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데, 더러 그렇지 않은 시신들이 있는 것이다.
언뜻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썩기 시작한 시신더미에서 분명히 골라 낼 수 있
었다.
직접적으로 도검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죽은 적지 않은 시신들을.
그와 동시에 머릿속을 울리는 금태후의 음성.
―너희들이 익히는 무공도 무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본가의 절예이나 본가의
천붕검법을 칠성 이상 익히면 검기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검은 살과 뼈를 벨 뿐이나, 검기는 상대의 기맥에 흐르는 기를 끊어 치명상을
입힌다. 기혈이 격탕되어 뭉치고 뒤엉키기 때문이지.
천붕검법에 당한 시신을 갈라보면 곳곳에 환처럼 뭉친 핏덩이를 발견할 수 있
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런 경지를 이룬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금태후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자신을 포함해 세가의 혈족 중에 칠성을 넘은 사람이 이미 십여 명이 넘으며
머지 않아 무적신군 금종휘 이후 아무도 이루지 못한 대성을 이룰 재목도 있
다고…….
그리고 너희들도 공을 세우면 천붕검법을 익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
칠십삼호는 서슴없이 시신을 갈라 혈관을 들어냈다.
그가 잘라낸 혈관을 손에 들고 막 구름 속에 숨어 버린 태양을 원망할 때, 포
교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아니, 이런 미친놈이 뭐하는 거야? 시신을 갈라야 네 아비를 찾을 수 있다는
거냐?"
하나 모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호의를 베풀었던 포교는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
를 톡톡히 치르고 말았다.
사람을 쉽게 판단한 잘못.
상관의 명을 어긴 잘못.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잘못과 막을 수 없는 자를 막으려 한 잘못.
그리고, 사람이 죽을 때가 가까우면 안 하던 짓을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자
기에게는 예외이리라 믿은 잘못.
결국, 확인할 일을 마친 칠십삼호는 썩기 시작한 시신 더미 속에 새로운 또
한사람의 시체를 파묻어 놓고 태연히 관영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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