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해인사 “골프장건립 공식 입장 없다” / 불교포커스

[정주]

해인사 “골프장건립 공식 입장 없다”

주민ㆍ환경단체 입장표명 요청에 “찬성 여론 많아”

2010년 11월 26일 (금) 10:49:10

여수령 기자 webmaster@budgate.net

20년 만에 재추진되는 가야산 골프장 건립 사업에 대해 해인사(주지 선각)가 찬성 여론을 이유로 미온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는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조성사업 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창기)’는 25일 오전 8시30분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을 면담하고 “해인사가 골프장 건설 사업 반대운동에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선각스님은 “찬성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해인사가 먼저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면담에는 경북 고령군 덕곡면 주민들과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단체 실무자 10여 명과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 총무 심우스님 등이 참석했다.

선각스님은 “골프장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고 이들은 해인사에 ‘반대운동에 나서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주민들이 여론을 모아 반대 운동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해 해인사는 골프장 반대운동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덕곡면주민대책위원회에게 “골프장 건설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마을이 덕곡면인데, 실제 어떤 피해를 받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했고, 환경단체에는 “인근 고령 성주 합천 주민들을 상대로 반대 여론을 먼저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각스님은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민들의 찬성 여론도 높고 골프장이 건설되면 오히려 해인사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덕곡면 주민들은 지난 3월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혜경스님을 예방하고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골프장 건설에 조계종이 나서 달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이들은 “마을에서 불과 4km 떨어진 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연간 1000톤 이상의 지하수를 사용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 참가했던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골프장 건설지역 주민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찬성할 수 있겠지만, 덕곡면 주민들에게 골프장 건설은 생사가 걸린 일이다”며 “환경파괴와 주민생계가 걸린 일에 해인사가 찬성 여론을 이유로 나서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골프장반대대책위원회는 이날 해인사에 전달한 ‘요청서’를 통해 “해인사 사찰환경과 가야산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골프장 사업 재추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요청서는 불교환경연대와 조계종환경위원회, 덕곡면주민대책위원회 등 19개 단체 명의로 작성됐다.

요 청 서

민족 불교의 수도도량 해인사 사찰환경과 가야산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가야산 골프장 사업 재추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반대 운동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가야산 골프장이 재추진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야산 해인골프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2003년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해인골프장을 막기 위해 참으로 긴 시간 동안 해인사 스님들과 수많은 국민들이 동참하고 노력하여 무산시킨 가야산 골프장 건설 사업이 재추진된다는 소식을 접한 지역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주지 스님께서 잘 알고 계시다시피 가야산 해인골프장 반대투쟁은 참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90년대 초 가야산 국립공원 집단시설 지구의 하나인 성주군 백운동 일대를 지방세수 확대 등을 명분으로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의 일환으로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산 65번지 일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골프장 사업부지 하류의 고령군 덕곡면 주민들은 즉각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골프장 반대 운동에 들어갔습니다. 지역주민들은 각계에 대한 진정서 제출, 집회, 시위, 항의방문 등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사업주는 91년 6월 공원사업의 시행허가를 받고 사업을 착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반대운동은 가야산 국립공원 생태계 와 사찰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시민환경단체, 불교단체, 특히 해인사에서 적극 나섬으로서 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러한 운동의 결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는 두 차례나 공사연장허가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사업주는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대법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사연장 불허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10여 년 동안 해인골프장 사업에 대해 일관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헌신적으로 반대 운동을 이끌어 주신 해인사 스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스님들의 노력으로 사찰환경 보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켰고 대한불교조계종은 사찰환경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찰환경 보존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계기로 삼았으며, 정부는 자연공원법을 개정하여 국립공원 보존 의지를 만천하에 공표하였습니다. 해인사 또한 자체 환경위원회를 구성하고, 홍류동의 수질 대책에 적극 나서고, 사찰환경 보존 차원에서 국가지원지방도 59호선을 무산시켰을 뿐 아니라 사찰 내 오수 시설을 개선하는 등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이 나고 7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사업주가 다시 골프장을 짓겠다고 시행허가 요청을 하였습니다. 현행 자연공원법에는 국립공원 내에 골프장과 스키장을 설치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이 건은 그 전의 허가사항이라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사업주와 환경당국의 답변입니다.

가야산골프장 문제를 도식적인 행적절차 행위의 하나로 바라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십 수 년의 세월동안 대규모의 개발로부터 가야산을 지켜내고 청정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삶터를 유지하기 위해 피눈물 흘린 주민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가야산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장경각을 봉안하고 있는 우리민족의 성지입니다. 이러한 곳에 과거 체육시설 허가권이 살아있다는 이유로 승인허가가 난다면 이것은 국가의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야산국립공원의 환경영향평가에 관해서는 1997년과 1998년에 협의된 ‘국가지원지방도 59호선 가야-봉산(가야-가조간)도로 2차로 축조공사’의 좋은 선례가 있습니다. 그 당시 낙동강환경관리청과 한국환경정책평가원의 협의결과에서는 우선 기본적으로 ‘국립공원지역을 대상으로 한 개발 사업은 그 어떤 명분과 타당성도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지역은 보존위주로 지켜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재천명하였던 것입니다. 낙동강환경관리청과 환경정책평가원의 본 평가서의 협의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 또한, 사업의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는 것으로서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였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자연환경 적 측면에서 도로건설로 인한 절토로 지형변화와 생태계의 훼손이 과다하다는 점과 생활환경적 측면에서 국립공원지역과 세계적인 문화유산지역 및 다수의 문화재가 산재하고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이므로 특별한 보전대책이 필요한 지역이나, 동지역의 훼손이 불가피하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의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 그리고, 사회경제 환경적 측면에서 국립공원이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지역이므로 주변지역만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본 평가서의 협의 후 사업의 전면 재검토 통보에 따른 경남도와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의 이의신청과 그에 대한 낙동강 환경관리청의 재협의 검토결과는 1차 협의와 마찬가지로 사업계획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것으로 회신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동일한 국립공원지역에서의 도로 건설 사업과 비교해 본다면, 과연 골프장건설이 도로건설보다 더 필요한 사업일까요? 그리고, 골프장 건설 사업이 도로건설보다 더 공익적인 사업일까요? 그에 대한 해답은 명백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가야산 국립공원의 도로 건설 사업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의 임도를 일부 확장하는 사업도 불가능한 것을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환경부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 20여 년 간 생태적 천이가 진행되어 생태적으로 더 양호해진 상황에서 하물며 공익적 사업도 아니고, 국립공원지역 내 일부 이용자들을 위한 골프장 건설을 허가해 준다는 것은 국민적 위화감을 초래하고, 명백히 불교의 성지 해인사의 수도도량을 훼손하게 될 것입니다.

가야산 국립공원 내에 골프장이 승인된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 시절 100만 명 서명운동을 통한 국민들의 염원을 한 순간 휴지조각으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민족의 성지 해인사의 수도도량을 보존하는 것은 불교계뿐 아니라 전 국민의 염원입니다. 해인사가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골프장 반대 운동에 나섬으로써 가야산을 보존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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