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말의 성찬의 시대를 맞고 있다. 어떤 좋은 말을 해도 듣고자하는 사람들이 적으니, 그 말은 시대정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중앙SUNDAY 김석근 아산정책연구원 인문연구센터장은 〈선비정신 연구 학자 10인의 진단-'지도층, 수양 부족하고 사욕 추구...지금 필요한 건 선비정신'〉이라고 했다. 그 해답을 절제의 미학으로,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전해준다.
동 기사는 선비정신이 필요한 이유로 "△사회지도층과 지식인들의 부족한 인격수양(9) △엘리트의 사리사욕 추구(6)를 꼽았다. '정치권의 잦은 분열과 갈등(3)은 일부 있었으나 '정치권이나 지식인의 소통과 대화 부족'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소통과 대화 결핍'이 화두처럼 돼 있지만 이것이 실제론 문제가 아니라 의미로 해석된다."라고 헀다.
소통의 부족이 아니라, 소통의 과다이다. 자유는 있고, 책임의식은 전혀 이뤄지는 않는 사회이다. 말이 많고, 실행력이 없다는 소리이다. 이는 우리의 돈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매일경제신문 박원구 고려대 교수는 2월 24일 〈'부채 팽창트랩' 해결책은 예산절감 뿐〉이라고 했다.
동 기사는 "부채란 규모에 비례하여 이자부담액도 증가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부채액을 줄이는 것이 매우 힘들어진다. 그리하여 부채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부채팽창트랩'에 빠지게 된다.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도 마찬가지인데, 알다시피 미국, 유럽 국가들은 이미 부채팽창트랩에 빠져 있다."라고 했다.
'과시적 소비'가 우리 사회를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과시적 말'이 문제가 되고, 과도한 행동이 문제가 되고, 과도한 씀씀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건 우리의 삶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사회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조선시대만 그런게 아니고, 현대 과학의 세계에도 마찬가지이다.
중앙SUNDAY 유재연 기자는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교수가 "과학의 방법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며 '과학자에게도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과학을 삶의 현실과 자연현상에 비춰 가치중립을 이야기했다.
동 기사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과학과 민주주의, 윤리의 관계는 밀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보편주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조직화된 회의주의는 모든 아이디어가 과학자 사회의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말했다. 오 교수는 '과학자들이 사회적으로 타협해 과학이론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에는 항상 자연이라는 심판자가 있다."라고 헀다.
우리의 삶은 과학과 윤리, 화폐의 사용이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운용원리는 절제에서 시작한다. 감각적인 사회를 갖고 열정만을 강조하면 '과시적 소비'와 '과시적 행위'만 늘어난다. 은행통장은 항상 마이너스로 유지하게 마련이다. 우리의 삶이 항상 감정과 정감에 휘둘릴 수 있다. 항심(恒心)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항심이 없는 곳에서 행복이 있응까? 행복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김행 전 대변인이 언론에 다시 나왔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행동과는 전혀 다른 행보이다. 조선일보 곽창렬 기자는 〈'청와대 나운 뒤 한동안은 드라마 폐인으로 살았죠'〉라고 했다. 동 기사는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돌연 사퇴했다. 무슨 이유였나?- '밝힌 대로다. 재충전이 필요했다.'...대변인으로 경험한 청와대 1년을 돌아본다면-'대변인 시절 일을 구구절절 말하는 것은 절절치 못하다.' 말 못할 이유가 있나-'대통령에 대한 예의이자 공직자로서 자세다. 나는 박근혜 정부 초대 대변인이다. 1호 인사다. 다른 자리와는 달리 무게감이 있다. 무게감에 맞게 처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동 기사는 "그는 말했다. '나는 회고록도 안 쓸 거다. 나는 대변인 할 때도 그렇게 말했다. 기록은 대통령 사초에 다 기록된다. 대변인은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다. 나는 직원들에게 모든 메모를 다 파쇄하라고 헀다. 모두다. 그래서 지금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헀다.
공직자들의 천직 정신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래서 선비정신이란 말을 한다. 조선시대는 5백년을 지탱해온 왕조이다. 지금 민주화 27년 만에 부채로 나라가 흔들흔들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직자는 연일 할 말, 하지 않을말을 늘어놓는다.
이제는 말수를 줄이는 일부터 해야할 필요가 있다. 김행 대변인이 절제의 미학을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