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 개드립 같은 커뮤니티에서 가끔 다이쇼 로망에 대한 논의글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었다.
국내 대중들은 어디까지 그 의상을 허용하는가? 예컨데 다이쇼 시대의 화려한 기모노 양식은 별말 없는데 군복을 연상하는게 눈에 띄이면 알기 어려운 불편함이 들고 그 부분은 나 또한 느끼는 바였다.
학술적으로 바라보는 논문은 어떤게 있을까 싶어서 KCI 논문 검색으로 찾아보았다.
2021, 일본문화연구, 박이진, 김병진 교수 「≪귀멸의 칼날≫ 속 ‘경계’ 이야기 - 다이쇼 모노가타리의 탄생 -」에서 해당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제4장 ‘다이쇼 로망’의 양가성 다이쇼의 문화를 대표하는 대중문화의 특징은 미국의 대중문화와 ‘이에(家)’와 국가에 대한 순응을 기조로 하는 전통 사회 모럴의 접목이다. 특히 다이쇼 문화의 절정으로 평가받는 시라카바파(白樺派)와 다이쇼 교양주의의 특징은 유럽문화와 ‘이에’로 상징되는 가부장제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에 있다. 다이쇼기 당시 신사조로 수용된 유럽문화는 1920년대 유럽문화-재래문화의 거부로서의 니힐리즘이나 실존주의처럼 동시대적인 경향을 직수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주로 수용한 유럽문화는 플로베르, 모파상, 입센, 톨스토이, 인상파 예술로 대표되는 과거 19세기 로망주의, 리버럴리즘, 휴머니즘이라 불리는 문화 경향이다. 시라카바파의 대표인 무샤노코지 사네아쓰(者小路実篤)가 『お目出たき人』에서 묘사한 것처럼 다이쇼기는 유토피아적 낙천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당시 일본의 인텔리 문화적 감각이 19세기 유럽문화와 같은 것이었음을 반영한다. 다이쇼 문학자나 예술가는 만인이 시민권을 갖고 자유를 향유하는 유럽 사회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부권으로 상징되는 가부장제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있는 일본 ‘이에’의 현실을 개탄하였다. 다이쇼 문학자, 예술가에게 ‘이에’에 대한 순응을 기조로 하는 대중문화는 흡사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들의 세계와 같았다(竹村民郎 2010:127). 또 그들은 대중문화에 정복되어서 그 속국이 된 듯이 보이던 미국문화 역시 경시하였다. 그러나 대중문학이나 시라카바파, 다이쇼교양주의도 모두 질적인 수용의 차이는 있다고 해도 서양문화의 수용을 우선시했음은 공통적이다. 이는 반대로 중국이나 한국과 같은 동양 문화를 감상의 대상으로 보면서 수용할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차별적 시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이쇼 로망’은 이른바 이러한 다이쇼기의 분위기를 담은 문화 현상을 이르는 말로 한국에서는 주로 다이쇼기 복장(하이칼라의 여성복, 군복 혹은 군복 형태의 학생복)과 그 시절에 대한 미화가 문제시된다. ........(생략) 이렇게 다이쇼기는 정치, 경제, 문화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른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시기로 다이쇼 로망은 이러한 시대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표현일지 모른다. 그러나 관동대지진과 조선인대학살과 같은 사회문화적 위기를 포함해 치안유지법 발포 등 이후 쇼와기(昭和期) ‘국방국가’의 토대를 제공한 국가총동원 체제의 루트라는 시점에서 보면 다이쇼기를 마냥 ‘낭만’의 시대로만 볼 수는 없다 |
참고로 논문 저자는 해당 논란 예시로
[밀리마스(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의 캐릭터들이 순사복장을 하고 심지어 전쟁에 나가는 것을 미화하는 대사가 나오면서 한국과 중국의 플레이어들이 항의를 하였다. 이외에도 오소마츠군이나 러브라이브 등의 일러스트가 문제로 지적된다. 다이쇼기를 낭만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일본인들의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의 왜곡을 문제시하는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시각적 사례를 보여주자면 아래와 같다.
그리고 다른 사례를 찾아보니 <극장판 하이카라씨가 간다: 전편 베니오, 꽃의 17세>라는 작품의 경우는 2017년에 개봉되었으나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은 이유를 포스터 이미지 하나에서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이미지는 몰라도 유독 군복 부분에서 민감하게 불편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다이쇼 로망의 다른 복장이 국내에 거부감이 덜한 부분을 꼽아보면
1. 하이칼라 기모노
여성 또는 남성의 화려한 무늬와 색상을 자랑하는 기모노의 경우 무늬가 욱일기 또는 일장기를 연상하는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일본의 전통 의상으로서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 거부감 없이 수용되는 편이다.(다만 국내 방송에서는 기모노 종류는 편집되어서 나오는 편)
2. '가쿠란' 교복 형태와 세일러복
위키백과에 따르면 [현재 가쿠란의 원형 은 1886년에 도쿄 대학의 학생들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대한민국과 1949년 이전 중국에서도 일제 강점기동안 학교로 가져왔다. 오늘날에도 한국의 일부 고등학교 에서는 가쿠란을 착용하고 있다.]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로 국내 드라마도 40년대 해방시기를 다루는 내용까지도 이 형태의 교복을 입는 모습이 나오고, 부모님 학창시절 체험하는 교복체험 대여의상 대부분이 이런 형태(여성의 경우는 세일러복 형태)를 입곤 한다.
3. 모던 복장
프록 코트,연미복, 모닝코트 등도 있고 페도라, 볼러, 실크햇, 중절모 등을 쓰거나 하는 우리나라 개화기~현대의 신사 복장 느낌의 복장이다.
애초에 이 복장은 입었다거나 해서 일본을 연상시기키 어려운게 유럽풍 또는 상류층을 묘사할 때 입는 느낌이라서 이런 정장류, 서구 패션을 일본과 엮을 일이 드문 편이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일본 군복은 나오는 순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드는 유형의 복장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
학술적인 분석 말고 개인적으로
밥 같이먹을 사람이 가쿠란이나 연미복을 입었다면
나는 피씩 웃겠지만
밥 같이먹을 사람이 일본군복을 입었다면
나는 정색하고 자리를 피할 것 같다.
한국인들이 이 장면 보면 로멘틱x 공포 ㄷㄷㄷㄷ
첫댓글 우리 기준에선 그런데 쟤네기준에선 근대화/서구화 상징물이라
걔네기준 따윈 알 바 아니고, 우리에게는 식민시대의 상징이니까요.
다른옷들이야 뭐 입을수도 있다지만.
군복을 평상복처럼 입는 민간인이 있을리가 없는데다 식민시대의 상징이니 군복에만 반응하는건 이상한일은 아닌것 같은데.
만약 나치 독일이 제복뿐만 아니라 전통 의상도 입고 다니고 그런 창작물이 나온다면 유럽인들 반응도 다른옷은 별말 안하고 나치 제복에 대해서만 뭐라 하는 가능성도 있지 않나 싶은.
그래서 다이쇼 로망 작품 몇가지는 소 덕후들도(예컨데 귀멸의 칼날) 일본 군복 안보이는 작품 위주로 소비하더라고요.
@삼한일통 저도 뭐 식민지배 미화로 보일 수준만 아님 상관 없지 않냐는 입장.
애초에 그런거에서 예민할게 없는 국가가 있습니까.
유럽도 제국주의다 나치다 뭐다 있고 미국도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대가 있고 우리도 군사정권시대가 있는등 했으니 말이죠.
어느시대에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대하냐의 문제일뿐이지.
@931117 그리고 그시대 일본 군복이 지금도 심리상 무서운게 사실입니다.
3.1절 행사 때 일본군 담당했던 알바는 죄다 물총 맞고, 어린이들은 가까이 다가오면 울고 불고 하는게 그 특유의 기분 나쁨인것이지요.
@삼한일통 당사자들은 잘 모를수야 있지만 그군복입은 사람들에 의해 고통받고 억압당하고 희생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 피해국가 사람들은 그럴수밖에 없죠
@931117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