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묵호항은 한때 동해를 대표하던 항구였습니다. 불꽃처럼 호황을 누렸던 묵호항은 1980년대 동해항이 개항하면서 쇠퇴했지만 이제는 도째비골스카이밸리, 해랑전망대, 묵호등·대해양문화공간, 논골담길까지 동해를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린 동해시 묵호항으로 정책주간지 'K- 공감'과 함께 떠나볼까요?
도깨비의 장난?
푸른 바다 위를 자전거로 달리다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하늘 위를 달리는 자전거. 사진 한국관광공사
손에 닿을 듯한 하늘, 시리도록 푸른 바다. 동해의 그림 같은 풍경 모두를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강원 동해시 ‘도째비골스카이밸리’입니다. 2021년 6월 개장한 도째비골스카이밸리는 묵호등대와 월소택지지구 사이에 있는 도째비골에서 동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조성한 체험형 관광지입니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으로 마을 이름에 맞춰 도깨비를 테마로 한 조형물과 전망대가 조성돼 있습니다. 이곳의 백미는 약 59m 높이에서 푸른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스카이워크’입니다.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하늘 위를 달리는 자전거와 바다를 배경으로 30m 높이에서 내려오는 원통형의 자이언트 슬라이드 등 ‘스릴 만점’ 체험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직접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해랑전망대까지 동해를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강원 동해 묵호등대와 월소택지지구 사이 도째비골에 조성된 도째비골스카이밸리에는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해랑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59m 높이 투명유리 아래 바다가
도째비골은 예전부터 어두운 밤에 비가 내리면 푸른 빛이 어른거려 도깨비가 출몰하는 골짜기라고 불렸습니다. 사실 이곳은 6·25전쟁 이후 가난한 이들이 몰려 살던 달동네였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제비집처럼 작은 집들이 위태로운 경사로에 다닥다닥 생겨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걸 보며 ‘또 제비’라고 불렀는데 자연스럽게 발음이 비슷한 도째비가 골짜기 이름이 됐다고도 전합니다.
이름처럼 입구에서부터 도깨비방망이와 도깨비를 테마로 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올라가야 하지만 무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도깨비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매표소 입구에 닿습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과 체험시설 이용료를 결제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카이밸리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스카이워크로 먼저 가보세요. 아래에서 볼 때도 아찔하던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는 실제로 걸어보면 더욱 짜릿합니다. 바닥 일부분이 투명 유리와 메시(Mesh) 철망으로 돼 있어 아래를 볼 때마다 허공을 걷는 듯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길이가 160m로 다리가 후들거려 끝까지 가는 데 한참 걸립다. 중도 포기하고 돌아가는 관광객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찔함을 감수한 만큼 스카이워크 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일품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를 눈앞에 두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길 수 있습니다. 푸른 바다와 맞닿은 하늘은 마치 손에 잡힐 듯합니다. 관광객들은 이 풍경을 놓치지 않고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바쁩니다. 멀리 보이는 묵호항과 도째비골 일대의 풍경도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스릴을 더 즐기고 싶다면 스카이 사이클이나 자이언트 슬라이드를 타는 것도 방법입니다. 스카이 사이클은 59m 높이에 설치된 와이어를 따라 상공을 달리는 자전거입니다.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다보면 비명이 절로 나옵니다. 자이언트 슬라이드는 원통 미끄럼틀을 타고 27m 아래로 빠르게 내려갈 수 있습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매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스릴 대신 주변 관광지와 풍경을 즐겨도 좋습니다. 스카이밸리 주변에는 해랑전망대와 묵호항, 논골담길, 묵호등대 등 동해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풍부합니다. 해랑전망대는 도째비골스카이밸리와 연계해 조성한 길이 85m의 해상 보도 교량으로 도깨비방망이를 형상화했습니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면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해랑전망대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해랑전망대는 직접 바다 위를 걸으며 동해를 더욱 가까이 즐길 수 있어 스카이밸리와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야간에는 경관 조명이 불을 밝혀 낮과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매주 금~일요일에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해랑전망대와 묵호항수변공원 사이에 ‘도째비 야시장’이 열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동해시 묵호동 논골담길은 묵호항의 역사와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묵호항은 한때 동해를 대표하던 항구입니다. 1941년 개항 이후 무연탄과 시멘트 운송으로 호황을 이뤘고 오징어와 명태잡이로 이름났던 곳입니다. 묵호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항구 주변 언덕에는 판잣집이 늘어갔습니다. 오징어·명태잡이를 생업으로 했던 마을 사람들은 언덕 꼭대기 생선을 말리는 덕장으로 오징어, 명태를 지게나 대야로 날랐습니다.
오징어 더미에서 떨어지는 바닷물로 늘 질었던 골목엔 ‘남편과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남았습니다. 불꽃처럼 호황을 누렸던 묵호항은 1980년대 동해항이 개항하면서 쇠퇴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새 일자리를 찾아 묵호를 떠났습니다. 묵호 인구가 절반 이상 줄었고 빈집도 늘었습니다. 현재 거주자들은 대부분 노인입니다.
(왼쪽)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논골담길, 벽화와 함께 골목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중앙) 도째비골스카이밸리에서 바라본 동해시 묵호동 논골담길. (오른쪽) 논골담길 입구에 있는 벽화. 사진 강정미 기자
논골담길, 묵호등대에서 만나는 추억과 낭만
쇠락한 동네에 2010년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동해문화원이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풍경을 벽화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감성마을’로 변신했습니다. 고된 뱃일을 마친 일꾼들이 매일 들러 막걸리와 노가리 안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던 대폿집, 오징어와 명태, 문어를 말리던 사람들, 아이들이 뛰놀던 풍경이 벽화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등대오름길 등 총 네 개 길에 116개 벽화가 있습니다. 그림이 낡으면 새 벽화를 그려 마을을 단장합니다.
가파른 언덕길 한두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서 벽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판잣집들과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항구와 어선들, 그 뒤로 펼쳐진 동해가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2013년 인기 드라마 ‘상속자들’의 촬영지나 골목 곳곳 숨어 있는 카페와 쉼터, 펜션 등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논골담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바람의 언덕’에는 포토존도 많아서 사진을 찍기에 좋습니다.
논골담길은 묵호등대로 이어집니다. 해발 고도 67m에 자리한 묵호등대는 1963년부터 묵호항을 지나는 어선들의 길을 밝혀주던 곳입니다. 지금은 묵호등대해양문화공간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등대 1층에 있는 디지털 방명록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내부 계단을 통해 등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동해와 일대 풍경도 시원합니다. 논골담길의 아기자기한 풍경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도째비골스카이밸리의 짜릿한 풍경을 한 발 떨어져 느긋하게 감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스릴은 없어도 낭만이 넘칩니다.
동해의 또다른 한국관광 100선
사진 한국관광공사
무릉계곡에서 피서와 절경을 한 번에 즐기세요
강원 동해시에는 도째비골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와 함께 한국관광 100선에 오른 ‘무릉계곡’이 있습니다.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를 흐르는 무릉계곡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일명 무릉도원이라 불리는 곳으로 수많은 기암괴석과 절경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전설과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명승지로 1977년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됐습니다.
무릉계곡에는 5000㎡에 달하는 너럭바위가 있습니다. 족히 수백 명이 앉아 쉴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무릉반석입니다. 너럭바위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더위가 금세 날아갑니다.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며 남겼던 석각도 바위 곳곳에 남아 있어 눈길을 끕니다.
무릉반석을 지나면 두타산과 청옥산을 병풍 삼아 아늑하게 들어앉은 삼화사를 만납니다. 신라 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사찰에는 철조노사나불좌상, 삼층석탑 등 문화유산이 남아 있습니다. 천혜의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템플스테이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삼화사 경내를 둘러보고 울창한 숲길을 10분쯤 걸으면 깎아지른 바위를 타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볼 수 있는 학소대가 나옵니다. 물빛이 옥처럼 맑은 옥류동,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선녀탕과 쌍폭, 용추폭포까지 감탄사를 멈출 수 없습니다. 용추폭포 아래에는 깊은 소가 있습니다. 누구나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더위를 날리고 쉬어가기 좋습니다.
■ 가볼만한 곳
사진 한국관광공사
도째비골스카이밸리
■ 주소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2-109
■ 이용시간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 입장료 성인 3000원, 어린이·청소년 2000원
■ 문의 (070)7799-6955
사진 한국관광공사
해랑전망대
■ 주소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13-48
■ 이용시간 연중 무휴, 오전 10시~오후 9시
■ 문의 (033)534-6955
사진 강정미 기자
묵호등·대해양문화공간
■ 주소 강원 동해시 해맞이길 289
■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 입장료 무료
■ 문의 (033)531-3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