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꿈새야! 외롭다는 말보다 허전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 쯤 슬프다는 표현보다 쓸쓸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나이 쯤 한 달이 다 가도 오라는데 없고 한 달이 가고 또 한 달이 가도 갈곳도 없고 하루가 사흘인가, 보름인가, 한 달인가 하루하루가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그 때 말일세... 여보시게나! 자네 나하고 사찰여행 한 번 떠나보지 않으시겠나. 자네나, 나나 지난 세월 모든시름 접어서 내려놓고 서산에 해걸릴까 걱정하며 채촉말고 꼬부랑 길, 비탈 길, 험한 길 힘들면 밀어주고, 아프면 끌어주고 쉬험쉬험 쉬어가면서... 여보시게나! 자네 나하고 함께 사찰여행 떠나보지 않으시겠나. 큰 무덤보이면 저승에서도 대접받고 권세누리며 사는 지 물어보고 초라한 무덤 보이면 저승에서는 걱정없이 잘 살고 있는 지 물어보고 사찰 가는 길도 물어보면서 그렇게 말일세... 여보시게나! 자네 나 하고 같이 사찰 여행 떠나보지 않으시겠나. 그러다 정들면 서로 등도 긁어주고 그러다 또 정들면 밤사이 죽었나 죽지 않았나 옆구리 찔러봐주고 그러다 더 정들면 먼저 저승 가는 사람 뒤치닥거리 해주는 그 날까지... 여보시게나! 자네 남은 인생 내 손 잡고 인생여행 떠나보지 않으시겠나.
출처: 바람 부는 날에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