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듯한 날씨지만 새벽 공기는 좋다.
싸늘 하면서도 콧 끝을 간지르는 봄 날의 아침은 뭔가 희망을 갖게 하고 무언가 이루어질것만
같은 메세지를 준다.
고물이 다된 자동차이지만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도반으로 전 날 짐을 가득 실었건만 오늘은
왠지 배기통을 때리는 음이 경쾌하다.
비록 나는 굶고 있지만 도반의 배는 채워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인가 언제나 헐떡이던 것이 오늘은 모든게 다 좋다.
도로 위의 신호등 조차도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교차로에 도착 할 때 쯤이면 푸른 신호등으로
바뀐다.
그것 참! 조금 빨리 달려도 느릿느릿 달려도 신호등은 여지 없이 푸른색이다.
경찰청에서 사전에 알고,아니면 청와대에서라도 지시가 있었는지....
하기사 두곳 이외 어느곳의 관청에도 빽 쓸 능력이라고는 참새 새끼 눈물 만큼도 없는 존재가 나나.
그러면 부처님이 보우하사?
그것 또한 천부당 만부당이다.
세상 살면서 뭐 하나 남을 위해 산 일이 있어야지!
그냥 무엇이 그리 바쁜 것이었는지 순경 앞에서 달아나는 도둑놈 마냥 그렇게 쫒기듯 살아왔다.
그러니 복 받을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은 철면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간 고속도로에 진입 해서도 올림픽 대로에 들어 서서도 막힘은 없고 오히려 과속으로
사진 박힐까봐 겉눈질로 계기판을 들여다 본다.
기라성 같은 건물들이 나를 위하여 열병식이라도 하듯 부동자세를 취하고 서있는것 같다.
그렇게 대충 여덞시쯤 도착을 하니 굼벵이 영감 들풍님은 벌써 부터 바삐 움직이며 쳐다 보길
날 정신 나간 놈으로 보는 눈초리다.
하긴 좀 얼빠진 면은 없지 않아 있고보니 이 눈빛이면 어떻고 저 눈빛이면 어떠랴.
그런데 조금 있으니 정말 얼빠진 분들이 입성을 한다.
자동차 문이 열리니 그 안에서 얼마나 답답 했을까 짐작 할 만큼 꽃들이 아우성 치며 나온다.
하나 둘,셋,넷....오늘 전시를 위하여 도착 하는 화분을 세는 놈이 정말 미친 놈이지...
하나하나 면면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주인들 생김생김 대로 빼어닮았다.
일도 알아서들 착착....전생에 우리가 만남이 있었나 보다 할 정도로 있을 자리에 차지 할
공간 만큼 알아서 정리가 된다.
전시공간과 전시물의 내용도 파악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갖다 놓으면 제자리다.
기가 막혀 말이 않나올 지경인 것이다.
전시장이라야 사실 전시장이 아닌 도자기 교실 즉 작업장으로 쓸 공간이고 아직 완공이 된것이
아니니 참으로 어설픈 공간이다.
여기저기엔 전선등 배관을 빼놔 삐죽삐죽 튀어 나와 있고...
조명도 없이 침침하고 싸늘한 바람 조차 막을 수 없으니 모처럼 밖으로 나온 녀석들은 감기 기운
까지 도는듯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2층 전시관을 빼앗었야 하는데....
그래도 풀내음님,괭이밥님은 싱글벙글이고 가뜩이나 미인이 웃기까지 하니 스물아홉 마음은
싱숭생숭 하기만 한데 전시 하는 일 도와 주려고 일찍 오신 참이슬님은 킹카다.
우야꼬 절로 오금이 저려옴을....
파아란님의 테라코타에 훌러덩 벗고 부끄러워 온 몸을 감싸고 있는 개구장이 녀석들이 꼭
나 인 마냥 얼굴이 붉어진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워낙 타다만 연탄 인지라 붉어져도 검다.
아줌마면 어때?
아니 요즘은 아줌마라고 하면 무식한 놈이라 한다하니 아주머니..아니지 요럴 때는 좀 고상 하고
유식하게 미시!
하여간 아름다운 모습에 상큼한 향기나는 여인들과의 아침 데이트는 황홀할 따름이다.
들바람인지 들풍인지 영감님은 아마 요런 기분 모를꺼다.
눈만 게슴츠레 뜰 뿐이지...뭐!
좀 천천히 ...느릿느릿....
즐거운 마음으로 일좀 하는데 스물아홉의 마음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눈치코치도 없이 후다닥
끝을 내고 만다.
스물아홉의 표정이 좀 느끼 했었나 보다.
이 번의 들꽃전시의 주제는 쭈그려 앉아 바라보기였다.
뻣뻣하게 서서 바라 보기 보다는 재래식 그러니까 푸세식 뒷간에 앉아 있는 자세로 꽃 들과 눈
마춤 하고 대화 하기였다.
속삭여라!
이쁘다고만 하지말며 나도 이렇게 키우고 싶다고만 할게 아니라 들꽃과 속삭여라!
그냥 요식행위로 훑어 보기 보다는 찬찬히 앉아 뒷간에서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며 신문을 보고
책을 읽듯이 대화하라!
사실 진열대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비용과 시간이 들고 또 남들 하는대로 따라 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정한 주제이다.
주제 넘는 짓인 줄 알면서도....
스스로 들꽃 한 포기를 땅에 심거나 화분에 담지 않으려면 키울 생각도 말아라!
손톱 사이에 때 끼는게 두려우면 들꽃 키울 자격도 없다.
자식 놈 똥 기저귀 갈아주는게 싫다면 자식을 나은들 뭣 하겠는가 말이다.
귀염떨고 예쁘게 커가는 자식 바라 볼 자격 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자식 나을 생각
조차 버려야 하는게 당연지사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은 더럽고 아름답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상반된것을 비교 하기에 아름다운것도 깨끗한것도 존재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넘치는게 있는가 하면 부족 한 것이 있으며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모든것은 우리가 경계를 만들고 나누기 때문이다.
화분의 흙이 내겐 더러울지 몰라도 꽃에게는 더 없이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을 판단 함에 있어서 나의 주관만을 가지고 바라보고 생각 할 것이 아니라
때론 상대의 관점에서 보는것이 중요하다.
꽃을 봄에 있어서 꽃 만을 볼게 아니라 꽃이 있는 곳의 토양,화분등 주변을 바라 볼 수 있어야
진정 아름다움을 발견 할 수 있다.
그래서 정해진 것이 개인적 논리였지만 쭈그려 앉아 들꽃 감상 하기였다.
이제 전시회도 정모도 끝났다.
그 성과나 가치평가는 참여 하신 모든 분들의 몫이다
몇 날 며칠을 정모를 위하여 전시를 위하여 행사를 위하여 내일 처럼 아낌 없이 성원 하여
주신분들은 무엇을 바라고 한 일이 없으며 그런 마음조차 없었다고 생각한다.
들꽃을 가지고 오고 전시하고 또 다시 가지고 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손상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름대로들 성심성의를 다 했다고 생각 한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하며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하신분들도 없지 않아 있고 공짜 구경이라서 그런지
전시물에 별 관심이 없는듯한 분들도 없지 않아있었다.
황사의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입구에서 손님(? 글쎄,정모 참여 회원이 손님일까?) 맞이를 하며
식사 조차 늦은 분들을 비롯하여 화전,파전을 준비 하신 분들 특히 제주도에서 행사만을 위하여
오셔서 맛난 쑥차의 제다까지 시연 해 주신 효월님을 비롯하여 멀리서 와 주신 님들.
어쨌든 모두가 더불어 베푼 정모 였기에 평가 보다는 모두 박수로서 마무리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다음 정모에는 이 번과 또다른 아름답고 황홀한 모임을 꿈 꿔본다.
행사가 무탈하게 아주 조용히 잘 마무리 되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여러님들 모두께 감사 드립니다.
들풍 빼고!! (치사하게 곡차도 한 잔 않 주더라. 인정머리 하고는.....^^)
첫댓글 대단하셨던 바위솔님.. 정말로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애 쓰셨습니다. 글구요,,마지막 구절의 말씀에 동감! (에구~~~~ 뒷감당은 아니의 몫임)// 정모 후기가 따로 필요가 없을듯,,,,
바위솔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시작을 같이 했으면 끝도 같이 내야 하는데... 먼저 빠져나와 정말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사진이나 작품연출 능력이나 부지런함이나,, 무엇하나 빠질게 없으니 저희같은 사람은 어찌 살라꼬...
바위솔님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멀리서 그모든 소품들을 챙겨오시고 자리맹글어 주시면 저희는 올려놓기만 했지요~~~덕분에 1층에서는 멋진 야생하전시회가 잘 마무리 되었구요~바위솔님의열정 능력 모두 존경스럽구 배우고 싶습니다~~수고 넘~~~많이 하셨구 ~~감사해요~~^^
바위솔님 목소리가 여기 까지 들리는듯 합니다. 인터넷상으로 접해본 전시 사진중 가장 멋진 광경입니다.진열의 독특함이 크게 한몫하였는듯 싶습니다.직접 볼수 없었음이 후회스러울 만큼 ..........!! 하여간 들풍님은 복도 많으시지~~~~~~
바위솔님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이사짐 마냥 꾸려 오시고 땀 뻘뻘 흘리며 꾸려 가시고 덕분에 행사가 빛이 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으로보니 더 아름답네요~ 많은도움 되어습니다.
바위솔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아름다운 들꽃들 덕분에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바위솔님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용장^^
바위솔님 ~어제 애~ 많이 쓰셨습니다 어제 함께 야생화 전시하면서 바위솔님이 넘 존경스러웠어요 야생화를 너무 사랑하시는 모습이 좋았구요 ~ 글도 좋았구요 ~넘멋찌세요 그많은 짐을 어찌 풀어쓸까 ~ 수고 많이 하셨구요 언제 한번 식사대접 하구싶네요 ~
많은 작픔을 전시하느라 애 쓰셨습니다/인사도 못드리고 왔네요..
바위솔님 짱입니다.. 서너시간 차에다 야생화를 옮기셨으니 동네에서 이사가는가 하는 의심이 들정도 였다는군요... 그정열은 스물아홉이라서 일까요? 정말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곡차 한 잔 대접없는 영감(?) 안되겠네~~~
들풍에는 맑은 수액이 흐르는 듯 싶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군요! 법정 스님께서 도반은 소리 없는 기쁨으로 교류된다. 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들풍님 과 바위솔님 께서는 영원한 도반 이신듯 합니다.
아 뭔 도반이 맨날 입에다 구루마 자갈길 가는 소리를 달고 다닌단 말인지 원~
하늘에 뿌옇게 덮인 황사때문이었는지........들꽃풏경의 꽃들은 더욱 화사했고, 꽃과같은 사람들덕에 호사를 누리고 왔습니다.참 좋은날이었네요.감사해요!
이렇게 좋은 모습을 직접 못 보다니 억울해라. 남편은 출장중이고 치매 앓는 친정어머니 모셔다 놓은 상태에서 저는 대상포진에 걸려 못 가는 심정, 사진으로나마 위로 받습니다. 아니, 가히 염장 수준입니다.
노란송편님 많이 편찮으시군요. 대상포진 요즘들어 심심찮게 들리는 병명이네요. 빨리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여러 회원님들의 투철한 봉사정신(^^*) 덕분에 행사가 더 빛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엔 더 발전된 모습 기대해 봅니다... ^^*
다래님도 연일 수고 많았어요. 피로는 좀 가셨나요?
바위솔님 진짜진짜로 짱입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