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으로 이루어진 세계
- 이재훈
심장이 망가진 생쥐가 수리점에 간다. 이 심장은 고칠 수 없군. 수명이다 됐
으니 새 심장으로 교체하세요. 이번에 새로 나온 베타 모델이 있어요. 생쥐는
아버지 집을 찾아 간다. 아들아. 너는 집을 나갔잖니. 왜 이제왔니. 나는 돈이
없단다. 생쥐는 사과나무를 심는 친구를 찾아간다. 친구는 사과를 따며 깜짝 놀
라 묻는다. 네가 훔쳐 먹은 사과가 몇 개인 줄 알고 여길 왔니. 무슨 낯짝으로.
생쥐는 초췌한 몰골로 술집을 간다. 주정꾼들이 반겨준다. 술을 마시다 잠이 든
다. 일어나보니 길거리다. 환한 아침이다. 몸에는 주사 바늘이 여러 개 꽂혀 있다.
장미가 피어나고 호랑나비가 날고 달콤한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 동산에서 알몸
으로 춤을 춘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생쥐를 위해 노래하고 축배를 든다. 다시 눈
을 뜨니 거리에 거품을 물고 누워있다. 지나가는 신사가 빵을 던져주고 간다. 소
녀들은 불쌍하다며 손수건을 던져주고 간다. 헤어졌던 애인이 찾아온다. 괜찮냐
며 배를 만지고 가슴을 만진다. 다시 눈을 뜨니 간도 쓸개도 신장도 사라지고 없
다. 배와 가슴엔 꿰맨 자국이 뱀처럼 새겨져 있다. 생쥐는 터덜터덜 시궁창으로 간
다. 전도자가 생쥐를 데리고 성전으로 간다. 생쥐는 울며불며 간증을 한다. 사람들
은 신실하게 믿는 자라며 생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한다. 생쥐는 웃으며 눕
는다. 고통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잠이 든다. 아름다운 인생이다
- 계간『 시산맥 』(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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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의 굴곡진 인생길을 잘 헤쳐가는 삶을 보여주던 이들도 언젠가는 끝에 도달합니다
대부분 심장이 망가진 채로 새삶을 얻고자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가당키나 합니까?
이런저런 과거지사가 선명하게 재생되고 언행이 재방송되거든요
마지막 가는 길에서는 동지도 친구도 없고 온통 헐뜯는 적들 뿐입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구원을 얻고자 해도 간증만 요구할 뿐 면죄부를 주지 않습니다
이승에서는 고통 없는 삶이 있을 수 없다는 진리만 남긴 채로 망각의 숲에 들어가야 합니다
'모두가, 그래도 내가 왕년에는 한가락 했지' 라고 중얼거리며 깊은 잠에 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