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익힘달 초엿새, 해날, 흐린 뒤 비.
한 열흘 됐을까, 좀 더 됐을까
아무튼 그 무렵부터 오른손 가운데손가락 손톱 밑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말겠지 하고 그냥 넘기려 했는데
조금 붓기도 하고, 손톱 밑에 가시라도 박힌 것처럼
까만 것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한 사나흘 전부터는 젓가락질이 불편했습니다.
마침 시름마운 곳이 딱 젓가락 잡을 때 힘을 받는 데였던 겁니다.
어제는 공을 치는 데 채 잡는 데와 직접 닿지는 않았어도
그 불편함으로 공을 제대로 칠 수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곪는 일이 별로 없는 게 내 살갗이었는데
가만히 보니 고름이 조금 잡힌 것도 엊그제부터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살갗이 곪았던 적이 별로 없어
이런 문제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
지금의 문제 역시 심각할 일은 없지만
이래저래 불편하기는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보다가
고름 잡힌 곳을 뚫으니 고름이 비어져 나왔고
이어 미처 고름이 안 된 피도 조금 나왔습니다.
거기 생긴 문제로 백혈구가 싸움을 벌였고
그렇게 들어온 것을 죽이고 자기도 죽은 것이 고름이고
붉은 빛을 띠고 있는 피처럼 보이는 것은
한참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백혈구와 뭔지 모를 세균들,
그렇게 구멍 뚫어 빼내고 나니 조금은 시원해진 것도 같습니다.
낮에는 일요일이면 늘 그렇듯이
몇몇 모이는 식구들과 자리를 같이 했고,
마친 뒤 가랑비가 조금씩 내렸는데
태풍 언저리의 비 치고는 얌전히, 그러나 꾸준하게 내렸습니다.
오늘은 책도 거의 못 보고 그럭저럭 지냈는데
비가 내려 대기가 눅눅해졌으니
내일은 썰다가 다 못 썰고 묶어 둔
잎담배를 썰면 되겠다 하며 오늘을 마무리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