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해역으로 연산호군락지가 자리잡고 있던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가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이 진행되면서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동안 해군이 시행해 왔던 환경영향조사는 해군기지 공사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이 아닌 엉뚱한 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추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은 18일 '제주해군기지 연산호 모니터링 TF팀'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적인 해양전문가와 전문 다이버 등으로 구성된 TF팀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강정등대와 서건도, 범섬 등의 지역에서 연산호 서식환경을 모니터링 했다. 조사 시간은 조류가 빨라 연산호의 먹이활동이 가장 활발할 때인 사리물 때로 설정했다.
조사 결과, 해군기지의 직접 영향권 지역의 해양환경은 연산호의 서식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상공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2년에 비해 현재 연산호의 서식실태는 매우 심각했다는게 TF팀의 설명이다.
지난 2012년 조사됐던 제주해군기지 해역 연산호 군락지(사진 왼쪽)와 이달 진행된 연산호 군락지(오른쪽). 육안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헤드라인제주> |
지난 2012년 조사됐던 제주해군기지 해역 연산호 군락지(사진 왼쪽)와 이달 진행된 연산호 군락지(오른쪽). 육안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헤드라인제주> |
첫날 조사된 강정등대와 해군기지 서방파제 사이 지역에서는 연산호 서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조류가 매우 약해지고 부유물질의 유입이 심각하게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TF팀은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블록과 훼손된 오탁방지막이 바다 속에 방치돼 있는 등, 해군이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같은 해역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했던 사이먼 엘리스씨(해양보호단체 씨콜로지 마이크로네시아 대표)는 "침전물의 확산과 증가는 연산호 위로 퇴적돼 산호초의 먹이활동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독성으로 인한 위협요인이 크다"며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F팀은 서건도, 강정등대 인근의 연산호 군락지도 조류의 약화와 침전물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조사시기가 조류의 흐름이 가장 빠른 시기였음에도 두 조사 지점 모두 조류의 흐름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는 것이다. 조사 참가자들은 "바닷속임에도 불구하고 조류가 없어서 마치 호수와도 같았다"고 진술했다.
그동안 해군이 진행해 왔던 환경영향조사는 해군기지 공사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지 않았던 것도 확인됐다.
TF팀은 해군이 지난 2009년부터 실시한 환경영향평가가 해군기지 방파제와 이격거리 400~500m 내외의 지역을 대상으로는 진행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환경영향조사를 해군기지 직접 영향지역을 제외한 엉뚱한 곳으로 설정해 놓고 결과는 '해군기지로 인한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TF팀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에 대해 "멸종위기종 관리를 하는 주무부처이자 제주해군기지 사업의 협의이행 점검 기관이니만큼, 연산호와 관련된 사후관리를 해군기지 사업단 측에서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재청에 대해서는 "해군기지사업단에서 계절별 연산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현행 범섬, 문섬, 기차바위 일대로 지정돼 있는 대상지역을 강정등대 주변과 서건도 주변해역까지로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제주도에는 "제주해군기지사업의 환경대책을 논의하는 협의기관임에도 불구, 제대로 된 협의의견 조차 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사후관리 목록만 관성적으로 점검하는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오염상황에 방치된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시정요구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에 모니터링을 진행했던 TF팀은 서건도와 강정등대 일대에 대한 모니터링을 향후 3년간 진행해 연산호 군락의 서식현황을 변화키로 논의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연산호 서식지 모니터링 조사 지점. <헤드라인제주> |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