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스를 이끌고 있는 LS네트웍스의 구자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해외 글로벌 브랜드와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틈새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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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함께하는 기업.’
1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14층 LS네트웍스 구자용 대표이사 부회장의 집무실 한쪽 벽면에는 이런 문구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LS네트웍스는 토종 스포츠 브랜드인 프로스펙스를 보유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듯한 문구지만 인터뷰 내내 구 부회장이 강조한 프로스펙스의 핵심전략은 모두 이것과 맞닿아 있었다. ○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기능성 실용 브랜드”
토종 브랜드인 프로스펙스를 앞세운 LS네트웍스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구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을 지원하고 패리스 힐턴 같은 유명 인사들을 모델로 내세운 거대 글로벌 브랜드와 똑같은 방법으로 경쟁할 수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거침없는 설명이 이어졌다.“프로스펙스를 맡은 뒤 조카 녀석에게 앞으로 우리 제품을 많이 사달라고 했더니 단번에 싫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고급스럽고 디자인이 맘에 드는 다른 해외 유명 브랜드가 더 좋다면서요.(웃음) 하지만 그게 냉혹한 현실입니다. 결국은 우리가 나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거지요.”
관건은 차별화였다.
구 부회장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이 패션과 기능성을 접목시키고 유명 스포츠 스타와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선망’과 ‘대리만족’을 노린다면 우리는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일종의 ‘생활 속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사용하면서 만족하는 ‘기능성 히트상품(많이 팔리는 상품)’과 ‘스타 상품(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상품)’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것.
9월 출시된 스포츠워킹 전문화 ‘W’는 국내 워킹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수요가 생겼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체육과학연구원에 의뢰해 인간이 걸을 때 다리에 가해지는 충격과 발의 압력 분포, 동작 현상 등에 대한 테스트를 1년여 진행한 끝에 나온 제품이다. 사람마다 걷는 습관이 다른 점을 감안해 7개 라인에서 48종의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구 부회장은 “한국인의 발 모양과 체형은 물론이고 초보자에서 ‘헤비 워커(주 3회 이상의 워킹을 하는 마니아층)’까지 서로 다른 운동 습관에 맞춰진 스포츠워킹 전문화는 국내에서 처음 나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0월 프로스펙스의 신발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0% 이상 늘었다. 구 부회장은 또 다른 성공사례로 지난해 9월 출시된 기능성 운동화 ‘GH+’를 꼽았다. GH는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을 뜻한다. 이 제품은 적당한 수준의 충격은 뼈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개발됐다. 성장에 필요한 정도의 충격만을 전달하는 ‘GH+칩’을 만들어 신발에 넣었다. ‘GH+’는 ‘키 크는 신발’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1년여 만에 26만여 켤레나 팔렸다.○ 향후 계획은 공격적 확장
구 부회장은 “‘W’나 ‘GH+’처럼 틈새시장을 공략한 기능성 제품이 프로스펙스의 전략”이라며 “앞으로 신발과 매치할 수 있는 옷이나 모자, 기능성 남녀 샌들 등으로 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인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을 묻자 그는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며 침묵했다. 그리고 LG전자 미국법인에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구 부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1979년부터 22년간 LG전자에서 근무한 바 있다.“1990년대 후반 당시 도산 위기 소문이 돌던 ‘위즈’라는 미국 동북부의 한 전자제품 판매업체가 있었습니다. 그쪽에 LG제품을 계속 납품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심해야 했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업체 사장을 만나봤지요. 그는 영업 기밀문서까지 보여주며 ‘회생 가능하니(너와 나 사이의) 다리를 불태우지 말아 달라(Don’t burn your bridges)’고 통사정을 하더군요. LG전자가 제품을 안 주면 소니 등 다른 업체들도 뒤를 따를 것이라면서요. 고심 끝에 납품을 계속했는데 결국 그 업체는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내가 당시 그들에게 속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자리가 얼마나 큰 책임과 분별력이 필요한 자리인지를 실감했지요.”
그러면서 그는 “(신중한 경영을 위해) 항상 책임감은 갖되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프로스펙스를 3년 내 연간 매출 3000억 원대 이상의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