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사막
정다혜
삼산동
경남은행 사거리 돌아서면
그곳에
최신식 24시 사막 있다
사막
입장료도 만 원이고 사막도 만 원이다
모래시계
가는 허리 닮고 싶은 여자들
허리마다
두툼한 모래주머니 달고
눕거나
앉아서 사막 건너가고 있다
낙타가
바늘귀 빠져나갈 수 없듯
여자들의
출렁거리는 모래주머니 속에서
모래는
사막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이를
대머리 아라비안 상인들
냉 오아시스를
지고 와 팔기도 하고
소금가마를
지고 와 팔기도 한다.
사막의
밤은 불타오르는 불야성을 이루고
사막의
새벽은 유목민의 폐허가 된다.
사막, 어디선가 삼겹살 굽는 냄새가 나고
타닥,탁,탁 생 소금이 튀는 소리가 난다
몇은
입맛 다시는 돼지꿈에 빠지고
또 몇은
일어나 자신의 모래시계 바라본다.
허리에
찬 모래시계는 여전히 두툼하고
사막
여전히 지글지글 타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른
사막이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정다혜 / 1955년 대전에서 태어났으며 2005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 길 위에 네가 있었다』, 『스피노자의 안경』이 있음.
■추/천/이/유
시가
읽히지 않는 아이러니 시대
강동수
여기
「24시 사막」은 시인이 늘 다니는 울산 어디쯤에 있는 찜질방에서의 일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뜨거운 찜질방을 사막으로 표현하는 것은 시인만의 발상이요,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을 시적비유로 표현하는 것 또한 시인의 고민이자 기쁨이다. 시인이 머물며 바라본
그곳은 밤마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불야성을 이루고 새벽에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유목민의 폐허가 된다. 다이어트를
위해 허리에 두르고 있는 모래주머니들. 주머니에 갇혀 사막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모래는 어릴 적 꿈꾸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 자신이 아닐까? 사막을 나서면 또 다른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이 세상이 내가 건너야 할 사막이다. 이
사막을 헤치며 걸어왔고 오늘도 나는 사막을 걸어간다. 오아시스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시가
독자들에게서 멀어지고 서점 진열장 맨 뒤로 밀려나서 보이지 않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 난해한 시들이
새로운 시대적 작품인양 머리를 어지럽히며 날마다 쏟아진다. 시의 위기를 말하지만 시인은 끓임 없이 배출되고
시 잡지도 창간과 폐간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웃나라 일본보다도 등록된 시인이 인구비례해서
거의 두 배에 가깝다고 한다. 시인은 많은데 시가 읽히지 않는 아이러니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정다혜
시인의 시는 잘 읽혀진다. 그러면서 시적인 비유나 구성이 잘 버무러져 있다 「24시 사막」에서 보듯이 어렵지 않은 시의 행렬이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 세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인 그녀의 시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