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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01
S#1. 터널 길 + 터널 안 (꿈/D)
달려오는 자전거.
선, 무표정한 얼굴로 자전거 폐달을 밟고 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위로 끊임없이 줄줄 흐르고 있는 눈물.
닦아낼 생각 않고, 무언가를 쏘아보듯 살아있는 눈빛...
어느순간 분노를 담은 눈빛으로 터널을 향해 속도를 내어 달려간다.
터널의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선이의 자전거.
순간 참고있던 분노를 터뜨리듯 절규하는 비명소리.
선 : 아악아아아아악-----!
어둠 속. 터널 안의 공명으로 인해 과장되게 들리는 선이의 비명소리,
저만치 터널 출구에서 쏟아지고 있는 햇살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지는데서.
S#2. 선이네 집 (현재/D)
침대 위에서 반짝 눈을 뜨는 선.
방안으로 스며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가, 누운 채로 눈동자만 굴려 주위를 살펴보는 선.
아침 햇살... 맑은 새소리... 모든 것이 또렷이 보이는 낯익은 방의 풍경...
선, 안심한 듯 가볍게 한숨 쉬고는 다시 눈을 감고 평온한 잠에 빠지려는데....
순간 스피커에서 쾅쾅! 터져 나오는 생일축하음악!
선,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 앉아보면,
방안에 가득 차 있는 색색가지의 풍선들!
벽에 색색가지 색지로 붙여놓은 글씨 '써.니.야. 싸.랑.해!'
선 : ! (놀랍고, 벙찌고, 기뻐서 입 조금씩 벌어지는데)
시봉 : (쨔잔! 등장하며) 해피버스데이 투 써니!
시봉, 쪼르르 달려와 뒤에 감추고 있던,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쨘~ 내밀고,
선, 웃으며 풀어보면 'YOU SUN'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예쁜 에이프런!
마침, 음악 '유아 마이 선샤인(You are my sunshine)'으로 바뀌면,
시봉, 립싱크로 노래 따라부르며 선이를 침대에서 끌어내리고,
에이프런 직접 입혀주며 장난스러운 동작과 함께 계속 노래 불러준다.
재밌어서 낄낄 웃는 선.
그런 두 아이의 모습 뒤로 파랗게 펼쳐진 하늘이 보여지고,
(이하S#10 까지 음악과 함께 몽타쥬로 이어지는)
S#3. 주유소 + 차 안 (D)
푸른 하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자동 고속세차장, 물분수 속에서 말끔이 씻겨지고 있는 차.
차 안에서 키스하고 있는 두 남녀. 태빈이다.
핸드폰이 울리면 키스하는 채로 손만 움직여 핸드폰 꺼버리는 태빈.
S#4. 선이네 주방 (D)
-선물 받은 에이프런을 두르고 밝고 즐거운 표정으로 요리하고 있는 선.
-물이 담긴 투명한 유리볼에 치자를 넣는 손. 이어 노랗게 치잣물이 우려져 나오고.
-표고,느타리 버섯, 양파 등을 능숙한 솜씨로 칼질하는 선.
-후라이팬에 올리브오일 두르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넣고 볶는 선.
S#5. 편의점 앞 (D)
세차가 완성되어 반짝이는 차 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손가락 까딱거리며 혼자 기다리고 있는 태빈인데,
빵빵빵. 클랙숀 울리는 소리.
태빈 ??? 돌아보면,
막 주유소로 들어서던 차 안의 여자2, 몸을 창밖으로 반쯤이나 빼고
'태빈씨!!' 놀라움과 반가운 표정으로 부르고,
순간 '어?!' 놀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는 태빈.
중간에서 만나는 두 사람. '언제 귀국했냐'는 여자, '너 무지 예뻐졌다'는 태빈, 등등... 반가워하고.
양 손에 캔커피 하나씩 들고 얼굴 한가득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오다가,
그런 두 사람을 발견하고 우뚝 멈춰서서 싸늘하게 굳는 여자1.
S#6. 선이네 주방 (D)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쌀을 볶다가 화이트 와인과, 치자 우린 물을 넣어 주걱으로 계속 젓는 선.
-소금과 후추통을 장난스레 공중에 빙그르 던졌다가 멋지게 챡! 받아서, 볶고 있던 버섯 위에 챡챡 뿌린다.
S#7. 주유소 (D)
태빈을 중간에 세워두고, 동시에 태빈을 싸늘하게 노려보더니 각자의 차로 확 가버리는 두여자.
태빈, 여자1 차의 보조석 문을 열려는 순간, 거칠게 출발 해버리는 차.
태빈 기가막혀서 '야야!!' 소리치는 순간, 다시 끼익 멈춰서는 여자1의 차.
그럼 그렇지... 피식 웃으며 차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
우당탕탕! 클레임 텍(claim tag)이 붙은 태빈의 여행가방 차 밖으로 내팽겨쳐지고,
태빈 기막혀서 보는데 그 앞으로 확! 스쳐 출발하는 여자2의 차!
여행가방 위에 앉아 피식 웃어버리는 태빈.
S#8. 선이네 주방 (D)
완성된 요리를 예쁜 그릇에 담아내고 있는 선.
채썬 오이와 주사위 모양으로 썬 토마토를 올려 장식하고.
S#9. 편의점 안 (D)
테이블 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라면 용기.
클레임택이 붙은 여행가방 위에 앉아 아뜨뜨뜨! 조심스럽게 컵라면의 종이 뚜껑을 벗겨내는 태빈.
뚜껑을 깔데기처럼 말아쥐더니, 거기 안에 면을 담아 핫소스(또는 튜브 고추장) 뿌려 비벼서는 후루룩 먹기 시작하고.
S#10. 선이의 주방 (D)
입 떡 벌리고 서있는 시봉의 모습에서 (음악 끝)
미역국과 함께 완성된 선이의 요리가 예쁜 그릇에 담겨 셋팅 되어 있는 식탁.
(시봉은 씻고 나온 뒤라 목에는 아직 수건 걸려있고, 두 손은 뒤로 해서 뭔가를 감추고 있는)
시봉 : (감탄스러워서) 우와 죽인다. 이 요리 제목이 뭐냐?
선 : 치자향 리조또.
시봉 : 또 니가 개발해낸거야?
선 : (귀엽게 잘난체) 뭐... 약간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지. 앉아. 먹자. (앉는데)
시봉 : (뒤에 감추고 있던 장미 꽃다발 선이 앞에 내밀며) 쨘~
선 : ! (감동해서) 윤시봉... 너 오늘 나 여러 가지로 감동시킨다 응?
시봉 : 감동스럽냐?
선 : 어.
시봉 : 가슴 속에서 뭔가 뭉클한게 치솟으면서 코끝이 찌릿찌릿하지?
선 : 어.
시봉 : 그런 감정을 가게 식구들과 함께 나누구 싶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샘솟지 않냐?
선 : ...? (수상하고)
시봉 : 이거 가게에 꽂아노면 가게 분위기 죽일꺼 같지? 그치?
선 : (얼굴 확 구겨지며) 뭐야 그럼. 이게 내께 아니라 가게꺼야?
시봉 : (씨익 웃으며) 내가 가게 꽃담당이잖냐. 가게 꽃값으루 아침엔 너한테 기분내구 오후엔 걸루 가게 장식하구, 일석이조잖아.
뭣하러 끓여먹지두 못할 꽃 따위에 생활빌 쓰냐. 안그래?
선 : (기막혀 챠! 웃고) 암튼 생활력 하나 끝내준다.
시봉 : 머리가 끝내주는거지. (하며 리조또 먹음직스럽게 한입 가득 떠 넣고는) 으음~ 죽이게 맛있다 진짜.
사람은 역시 이 밥심(밥힘)으로 사는거라니까.
선 : (웃어버리는데서)
S#11. 태빈의 오피스텔 (D)
열쇠로 문 따는 소리 들리고, 편의점 커피잔 하나 들고, 여행가방 끌고 들어오는 태빈.
짐 내려놓고, 커피 마시며 반가운 듯 방을 한 번 쭈욱 둘러보는 태빈.
그 시선에 여기저기 널려있는 현상된 사진들과 사진도구들...
태빈 : (챠, 웃으며) 차식... 나 없는 동안 아주 살림을 차렸구만. (웃으며 핸드폰 꺼내 번호 누르는. 잠시후 착신음 들리고)
여보세...? (하는데)
인하 : (E) 월간 '요리세상'에 서인합니다. 멧세지를 남겨주시면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태빈 : (벙찐) ? 요리세상? 요리세상은 또 뭐야? (하는데 삐---음성녹음 신호음 들리면 녹음하는)
야, 서인하. 월간 요리세상은 또 뭐냐?
S#12. 레스토랑 (D)
요리 사진 촬영이 한창인 실내. 그 속에 카메라 렌즈 바꾸고 있는 인하의 모습.
갑자기 우루루 들이닥치는 쌀벌한 인상의 어깨들.
분주히 일하던 스텝들, 놀라서 손 놓고 어깨들 본다.
어깨1, 험악한 인상으로 스탭들과 셋팅된 요리를 한번 쭈욱 훑어보더니 한쪽 테이블에 털썩 앉고,
뒤 따라 테이블에 앉는 어깨들.
어깨1, 땅이 꺼져라 어휴우--한숨 쉬고, 스탭들 소리는 못내고 입모양으로만 '뭐야' 하면서 잔뜩 긴장하는데,
주방쪽에서 다음 촬영할 새 요리를 들고 나오는 주방장(광도).
순간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깨들.
광도 : (눈길 한 번 안주고 어깨들 지나치는데)
어깨1 : (광도 앞에 무릎 꿇으며) 형님! (다른 어깨들 우루루 같이 무릎 꿇고) 애들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돌아오십시오 형님.
(말 끝나기가 무섭게 일제히 '형님'을 외치는 어깨들)
광도 : (귓등으로도 안듣고 테이블 위에 요리 놓는데)
어깨1 : (광도의 확 잡아 당기며) 기집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지리산에서 우리 맹세는 뭡니까. 혈서 쓰면서 했던 맹세는,
광도 : (O.L)(불 같은 고함, 노기띤 눈빛) 가라!
어깨1, 찔끔해서 고개 숙이고, 광도 다시 한 번 불같이 노려보자, 다른 어깨들과 함께 비적비적 일어나서 간다.
스탭들은 살벌한 분위기에 팍 쫄아서 광도를 보고, 광도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요리 셋팅하는데,
그런 광도를 흥미로운 미소로 보는 인하...
S#13. 어느 식당 (D)
테이블 위에서 보골보골 끓고 있는 꽃게탕. 동시에 찌개 속 꽃게에 동시에 꽂히는 숟가락 두 개!
찬과 효태. 잠시 찌개냄비 속에서 보이지 않는 혈투.
효태 : (다른 손으로 젓가락 들어 찬의 숟가락 쳐내며) 사소한데 목숨 걸래?
찬 : (찔끔 포기하고, 불쌍한 표정으로 게다리 쪽쪽 빤다)
효태 쪽에는 빈 게 몸톰 껍질이 수북하고, 찬 쪽에는 게다리만 수북.
효태 : (꽃게 잡고 뜯으며 혼잣말) 얼말 잃은거야. 초반 끗발로 착 밀어붙였어야 되는데....
찬 : (게다리 빨며) 그러게 그 놈들 순 사기도박단이라 그랬잖아요. 이제 형님, 완전 봉 된거예요.
(말 끝나기도 전에 찬 머리에 맞고 떨어지는 게껍질)
효태 : (험악하게 노려보고)
찬 : (찔끔하는데)
효태 : 애들은 모아놨냐?
찬 : (걱정 마십시오) 걱정마십시오. 확 뒤집어 놓고 오겠습니다.
효태 : 뒤집을꺼 까지 뭐 있어. 그냥 좀 쑤셔놔. (국물 한수저 떠 먹는데)
덩치1 : (E) 내가 좀 쑤셔줄까?
효태 ?해서 보는 순간 덩치들과 눈 딱 마주치고,
그대로 입가로 국물 주루룩 흘려버리는 효태, 용수철 처럼 튕겨져서 후다닥, 밖으로 튀어나가고,
순간 잡아!!! 무섭게 소리치며 효태를 쫒아나가는 덩치들!!
벙쪄서 보고 있던 찬, 어느순간 씨익 웃더니 얼른 효태 그릇에 놓여있던 꽃게 갖다가 먹고.
S#14. 시장통 뒷골목 (D)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는 효태, 그 뒤를 쫒는 덩치들!!
쌓아둔 쓰레기더미 같은 것들 박살나고.
S#15. 시장거리 (D)
모퉁이를 돌아 헉헉대며 뛰어오는 효태. 거의 탈진 상태인데 저만치 모습을 드러내는 덩치들.
순간, 에라 모르겠다, 분식집 밖에 차려진 좌판밑으로 숨는 효태.
덩치들, 효태를 지나쳐 뛰어가면,
효태 : (전후좌우 치밀하게 살피고는 나와서 먼지 묻은 옷을 털고는, 좌판 위에 놓인 김밥 한줄 들고 우적우적 씹으며) 아씨, 배고파.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김밥 가득한 입으로 버럭) 누구야! (했다가) 누나...? (얼른 불쌍한 척 앓는 소리로) 누나아!!
S#16. 태빈의 오피스텔 (D)
태빈, 콧노래 흥얼거리며 짐 풀고 있다. 두세권의 책 꺼내 들고 책장 쪽으로 가서 꽂아놓는데,
태빈 : ....? (책장 위에 놓인 액자 발견)
태빈, 액자 들어서 자세히 보면,
태빈의 목을 거의 강압적으로 끌어안고 활짝 웃고 있는 지호와,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지호를 쳐다보고 있는 태빈의 모습.
태빈 피식 입가에 미소가 생기는데... 울리는 전화벨.
태빈 : ? (봤다가, 씩 웃으며) 차식, 웬일루 바루 답장을 다 치냐.
(받으며 다짜고짜) 야 임마, 서인하. 너 그 핸드폰 꺼놓는 버릇 좀 못 고치냐? (하는데)
민여사 : (F) 그러는 넌 핸드폰을 왜 꺼놓니.
태빈 : ...! (순간 얼굴에 웃음기 사라지고)
S#17. 청담동 거실 (D)
전화 중인 민여사.
민여사 : (점잖게) 왔으면 전활 하든가, 얼굴 부터 뵈주는게 예의 아니니? 내가 전화 안하면 영 인연 끊을 생각인거 같구나.
태빈 : (F)... 안그래두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민여사 : 그래? 그럼 있다가 집에서 보자. (전화 끊는)
S#18. 태빈의 오피스텔 (D)
태빈 : ... (끊긴 전화 보며 가볍게 한숨)
S#19. 자전거 길 (D)
출근길.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선이와 시봉.
선이의 자전거 앞 바구니에 담긴 장미꽃다발. 시봉의 자전거 앞 바구니에는 샴페인.
웃으며 신나게 달리는 두아이.
S#20. 달리는 태빈의 차 + 차안 (D)
운전석의 태빈, 생각이 많은 얼굴로 운전하고 있다.
S#21. 굴다리 위 + 굴다리 아래 (D)
여전히 웃으며 자전거 달리고 있는 시봉과 선.
시봉, 웃다가 문득 선을 돌아보면,
파랗게 펼쳐진 하늘을 쳐다보고 기분 좋아져 깊게 심호흡하며 눈을 감는 선. 행복한 느낌...
시봉 : (미소로 보다가, 문득 장난기 발동, 일부러 크게 에휴우--- 한숨 쉬는)
선 : ? (돌아보며) 왜 그래?
시봉 : 아니야.... (다시 깊게 한숨쉬며 우울한 표정)
선 : (걱정스러운) 왜 그러냐니까.
시봉 : ...(심각하게) 사실 니 생일이라 말 안하려구 했는데... (힐끔 한 번 살피고) 실은 나...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야.
선 : (깜짝 놀라 자전거 멈추고) 뭐? 왜?
시봉 : (조금 앞에서 자전거 멈추며, 고개 돌리지는 않고) 사장놈이 그랬대.
웨이트리스는 나긋나긋하고 예쁜 맛이 있어야 하는데 무슨 저런 선머스마를 데려다 놨냐구.
선 : (기막혀서) 그래서? 널 짤랐단 말이야?
시봉 : (입술 다물어 웃음 참고, 얼굴 돌리지 않고 고개만 끄덕끄덕)
선 : 말도 안돼! (점점 더 흥분해서) 잊을만 하면 삐끔 얼굴 내밀구, 가게는 관심두 없는 사람이, 뭐? 누가 누굴 짤러?
시봉 : (흥분하는 선의 모습에 푸하하하-- 웃음 터뜨리며) 암튼 저 단세포, 또 흥분하는거 봐.
야, (자전거 핸들을 손가락으로 쓱 닦으며) 여기 까지 튀었어.
선 : (그제서야 장난임을 알고 약올라서) 너어... (뭐, 던질꺼 없나 주위 두리번 거리다가, ! 꽃다발 집어들고는)
너, 이걸루 한 번 맞아볼래?!!
시봉 : 내가 미쳤냐? (얼른 자전거 타고 도망가고)
선 : (한손에 무기 처럼 장미다발 들고 쫒아가며) 너 일루 안와? 안와?
다리 난간 쪽에서 살짝 핸들을 비틀어 피하는 시봉.
미처 핸들을 돌리지 못한 선, 그대로 난간에 자전거 부딪히고.
그 바람에 '엄마야' 휘두르고 있던 꽃다발을 난간 밑으로 떨어뜨리고,
선 : (아플 새도 없이) 엄마! 내 꽃! (얼른 난간에 붙어 다리 밑을 보면)
마침 지나가던 차(태빈의 차다!)의 스키태리어 위에 떨어진 장미다발!
차와 함께 멀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입 떡 벌리고 보는 시봉과 선.
S#22. 칠리칠리 앞 거리 (D)
자전거 끌고 걸어오고 있는 두 아이.
선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약간 앞서 걷고 있고, 시봉 그 뒤를 따르면서 계속 잔소리하고 있다.
시봉 : 덜렁이.
선 : (큰소리는 못내고 약간 기죽어서) ...고만해.
시봉 : 칠칠이.
선 : 고만하라니까아.
시봉 : 초랭이 방정으루 까불더니 꼴 좋다.
선 : (멈춰선 채 으... 화 삭이고)
시봉 : 생일날 꽃다발 챙겨주는 남자친구 하나 없는게 가엽구 딱해서 기껏 배려를 해줬더니 말야, 그냐앙-- 오도 방정을 떨면서,
선 : (더는 못참겠다. 홱 돌아서서 쫙, 노려본다)
시봉 : 뭐. (니가 째려보면 어쩔건데?)
선 : (뭐라 한마디 해주려다가 에이 씨, 홱 돌아서 가게 쪽으로 가버리고)
시봉 : (그제서야 몰래 씨익 웃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위해 일부러 부아를 돋군 것.
재밌다는 듯 웃으며 살금살금 선이의 뒤 쫒아간다)
S#23. 칠리칠리 안 (D)
작은 스파게티 전문 레스토랑.
벌컥 문 열리고 씩씩대며 들어서는 선. 순간, 선이 얼굴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시퍼런 칼!
선 : (허걱! 기겁해서 보면)
동만 : (칼 옆으로 얼굴 불쑥 나타나고, 찌익 웃으며) 써니. 생일축하해.
시봉과 주방 식구들(아르바이트 포함) 선이를 향해 폭죽 터뜨리며, '생일 축하합니다' 외치고,
한여사, 스물세개의 초가 꽃힌 예쁜 케잌을 들고 나온다.
선 : (순간 환해지면서) 뭐야아.... 놀랬잖아요.
동만 : (손잡이에 빨간 리본을 묶어 포장한 예의 그 칼을 주며) 자, 생일선물. 이 칼 갖고싶댔지?
선 : (감동해서) 주방장님... (칼 보며) 이거 굉장히 비쌀텐데...
시봉 : 가게 식구들이 돈 모아서 산거야. 칼자루에 니 이름도 새겼다? (선이가 들고 있는 칼 뒤집어서 보여주며)
YOU SUN! 니가 태양이다! 어때? 듁(죽)이지 않냐? 완전 몰아쳐라 감동이지?
동만 : 니가 내 밑에 들어와 칼쓰는 법을 사사 받은지 어언 일년, 이제 제대루 된 칼두 갖게 됐으니 앞으로 인류의 건강과 영양을
위해서만 칼을 쓰도록 해라. 단! 진정한 요리를 만드는건 칼이 아니라 그 칼을 휘두르는 인간이란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
한여사 : 최고의 요리사가 되라는 뜻에서 주는거니까 열심히 해.
선 : ... (감동으로 할 말을 잃고 서있는데)
시봉 : (툭 치며) 야, 감사하단 말은 이럴 때 쓰라구 있는거 아니냐?
선 : (그제서야) 아, 감사합니다. (꾸벅) 감사합니다.
시봉 : 에이, 까짓 기분이다. (샴페인 마구 흔들며) 분위기 달아오른 김에 팡, 터뜨린다!!
순간, 팡!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터지는 샴페인! 우우우!! 샴페인 선이에게 뿌리는 시봉.
하지마. 하지마, 웃으며 피해 다니다가 문쪽으로 도망가는 순간, 막 들어서던 두명의 남자와 쾅! 부닥치는 선.
선 : (아픈 이마 만지면서) 쓰으...! (손님인줄 알고 꾸벅) 어서 오세,
찬 : (O.L) (똘마니 한명과, 어줍잖은 불량기로) 어랍쇼? 출근들 하셨네?
식구들 : ?
찬 : 어라? 이건 웬 케잌? (손가락으로 찌익 눌러서 쪼옥 빨아 먹는)
선 : ! (얼굴 굳고)
찬 : 야 세월 좋다, 세월 좋아. 날마다 파티구만. 이러니까 가게 매상이 맨날 그 꼬라지지. 셔터 내릴만 하네.
(똘마니 한명은 아예 빵칼로 케잌 먹고)
일동 : ??? (셔터를 내려?)
찬 : (똘마니에게) 작작 좀 먹어라, 작작 좀. (어슬렁 어슬렁 둘러보며) 어떠냐? 여기쯤에 악단 한팀 폼나게 갖다 앉혀 놓고,
여기다가 스테이지 깔아노면 그대로 죽음 아니겠냐? 낄낄낄.
동만 : 자,잠깐, 잠깐만. 이게 무슨 소린야 지금? 셔터를 내리다니? (어리 벙벙 해서) 스, 스테이지는 또 뭐야...?
찬 : (상관않고 껄렁하게 선이 앞에 와서 감상하듯 보는) 으흠... 아가씨 정도면 홀에서 손님 받아도 되겠네.
선 : (굳고)
찬 : (시봉 보며) 아가씬 몸매가 쫌 딸리니까... (생각난 듯) 어. 삐끼! 삐끼하면 되겠다.
(시봉 어깨 툭툭 치며) 두당 쳐줄테니까, 열심히 한 번 뛰어봐!
시봉 : 뭐? (사납게 덤비며) 야!! 너 뭐야? 너 어디서 굴러온 개뼉다구야!!!
찬 : 이게 진짜, 어디서 눈을 허옇게 뜨구, (당장이라도 칠 기센데)
한여사 : (O.L) (얼른 막아서며) 무슨 소린지 제대루 말을 해봐요. 출근을 하지 말라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금?
찬 : (버럭) 아, 귀 있으면 들었을꺼 아니야! 당신들 짤렸다고. 여기 셔터 내린다고!!
식구들 : ! (경악하는 위로)
효태 : (E) (기막힌) 아니, 잠깐만 누나. 이건 얘기가 틀리잖어.
S#24. 청담동 거실 (D)
태빈과 민여사, 거의 울상이 된 효태가 앉아있다.
효태 : (미칠 노릇이다) 얘기가 이렇게 돌아가면 재미없지. 그 레스토랑 엄연히 내꺼유.
누나가 매형 대신 회사 맡게 되면서 나한테 분명히,
민여사 : (O.L) 너 한테 준 적 없어. 사업 말아먹구 기회 한 번 달라 그래서 잠깐 맡긴 적은 있다. 맡기면서 내 뭐랬니.
은제든 제대루 맡을 사람 생기면 내놀 몫이랬지?
효태 : 하는거 봐서 제대루다 싶음 내 몫이란 말두 했었수.
민여사 : 하는거 봤어. 기두 안차. 가게에 니 이름 올려놓구 너 한 일이 뭐야 도대체.
명함 찍어 사장이다, 폼 내구 다닌거 말구 한거 뭐냐구.
효태 : 누나는 차암. 쫌만 기다리라니까. 길게도 안잡아. 일년. 일년이면 서울바닥 현금이 내 손아귀에서 왔다갔다 하게
되있다니까. 누나 나 몰라?
민여사 : (한심해서) 조카 앞이다. 길게 할래?
효태 : (매달리며 울상으로) 누나 왜 이러는거야 갑자기. 나두 사업계획이 있는데 갑자기 이게 웬 날벼락이냐구.
태빈인 공불 더 해야지. 아직 학생이 무슨 사업이야 사업은. (애원조) 그 레스토랑 뺏어가면 나 죽어. 죽는다구 누나.
태빈 : (E)(O.L) 저도 사양하겠습니다.
민,효태 : ? (본다)
태빈 : 유학을 전제루 기획실 전무 자리 준다구 하셨습니다. 구멍가게 만한 요릿집 맡자구 재미없는 유학 갔다온거 아닙니다.
효태 : (반가워서) 그렇지 그렇지. 유학 중간에 짤라먹구 온 녀석이 그 덩치 큰 레스토랑을 갑자기 어떻게 맡어.
너무 가혹하잖우? 응?
민여사 : (비웃듯 웃으며) 우리회사, 엘리트들만 모아놓은 회사다. 유학 포기할꺼면 실무라두 배워와.
지금 너 능력으룬 사탕 한 개두 못 팔어.
태빈 : (비죽) 어머니는 되십니까 능력이.
효태 : ?? 이자식이 근데, 너 지금 그게 어머니한테 할 소리야?
태빈 : 일년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 공석을 대신할 분은 박이사님 밖에 없다구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회사가 지금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에는 그분 노력이 있었구, 경영능력 또한 탁월하신 분이셨습니다.
민여사 : (비식 웃으며) 어른을 평가하다니 좀 건방지구나. 내가 무능하다는 소릴 하구 싶은 거냐?
태빈 : 아니요, 얼마전 그 분이 회사에서 나가셨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쫒겨나신거겠죠.
효태 : 당연하짐 마! 늙다리들 델구 경로잔치 할 일 있냐? 빨빨리 젊은 피를 수혈해야 회사가 원활히
(하다가 째려보고 있는 민여사에 찔끔하고)
민여사 : 함부루 지어내지 마라. 스스루 나간거지 쫒아낸 적 없다.
태빈 : 그분, (비죽 웃으며) 아버지와 나하군 꽤 가까운 촌수더군요. 내 친어머니의 오빠면, 나한텐 친외삼촌이 되나요?
민,효태 : !! (굳어서 보고)
태빈 : 아아. 어머니 한텐 이렇게 설명되는게 더 가슴에 와 닿겠군요. 아버지가 사랑해서 아이까지 낳았던 여자의 오빠...
효태 : (기막혀서) 야, 얌마! 김태빈!!
태빈 : (O.L) 레스토랑 하나 안겨주면서 자꾸 회사 밖으루 밀어내는 이유, 공식석상이나 친척들 앞에서 절 감추는 이유...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니까 쉽더군요.
민여사 : (싸늘하게 식은) 내 얘긴 끝났다. 잘 생각해 보구 결정해라. (일어서려는데)
태빈 : (O.L) 회사 주십시오.
민여사 : ! (보고)
효태 : (기막힌) 뭐? 뭘 줘? 하, 이 자식 봐라. 맹랑한 놈이네 요거.
태빈 : 더 이상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회사가 삐걱거리는거 볼 수 없습니다.
민여사 : ... (비죽 웃으며) 야망이 꽤 크구나. 노는 것만 좋은지 알았는데.
태빈 : (비식 웃으며) 많이 놀아보니 것두 싫증 나더군요. (일어서며) 회사에 제 자리 만들어 주십시오.
야망은, (살아있는 눈빛으로 보며) 지금 부터 키워 볼 생각입니다. (인사하고 나가고)
효태 : 얌마! (하다가 누나 눈치 살피며) 차식이.... 폼은 되게 잡아요.
민여사 : (싸늘하게 식어있는)
S#25. 청담동 집 앞 (D)
자동 차고문 열리면 서있는 태빈의 차. 운전대 잡고 앉아있는 태빈의 표정, 밝지만은 않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 단축키를 누르는 태빈. 액정화면에 '서인하'라는 이름 뜨고.
S#26. 광도의 레스토랑 (D)
작업 끝내고 정리 중인 실내. 인하, 카메라 챙기며, 핸드폰 어깨에 끼고 메모리 확인중이다.
태빈 : (F) 서인하. 요리세상은 또 뭐냐? 너 진짜 신문사 관둔거야? 하, 이 자식 진짜 웃기는 놈이네 이거. (웃고)
형님 오늘 귀국했다. 일 끝나는대루 연락을 하든가 오피스텔루 총알같이 달려와라. 알았냐?
인하 : (얼굴에 미소 맺힌 채로 듣고있는)
S#27. 청담동 집 앞 (D)
태빈 : (통화중 신호음 들리는 핸드폰 보며) 차식... 얼굴보기 진짜 힘드네.
피식 웃고는 핸드폰 접고 핸드브레이크 내리려다가 다시 핸드폰 펼쳐들고 다른 단축키 누르는.
액정화면에 '서지호'라는 이름 뜨고, 착신되어 귀에 갖다 붙이는 순간,
'꾸웨에에에엑-----끼끼끼끼익이이---' 정체모를 비명 소리.
귀 따가와서 얼른 수화기 떼내는 태빈에서,
S#28. 동물원 내 수의사 사무실 (D)
원숭이 한 마리 테이블 위에 앉아서 지호 핸드폰 받고 있다.
이때 열려진 문 밖으로 수의사 유니폼 차림의 지호, 후다다닥 뛰어가는 모습 보였다가 사라지고,
잠시 후 다시 나타나서는 (원숭이 발견한 것) 어휴, 머리 한 번 확 넘기고 들어오는.
지호 : 얌마, (하다가 원숭이가 쥐고 있는 핸드폰 발견하고 기막혀서 웃으며) 너 지금 주사 맞기 싫다구 애인 한테 전화하냐?
(확 뺏으며) 한참 찾았잖아! (눈 맞추고 달래듯) 그러지 말구 누나 좀 도와주라. 너 놓쳤다는거 알면 누나 짤려.
협조 좀 하라구. 안 그래두 바빠서 머리가 돌겠구만,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얼른 코 막고 태연하게)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이오니 확인하신 후에 다시 걸어주시길 바랍니다. (탁 끊어 버리고)
주사 하나에 도망까지 가구 그러면, (핸드폰 벨소리, 지호 확 짜증) 아, 지금 거신 번호는, (하는데)
태빈 : (F) (무시하고 다짜고짜) 야, 서지호. 니네 오빠 어디 가야 잡을 수 있냐?
지호 : ...? (설마) 김태빈...? (순간 환해져서) 언제 왔어!! (핸드폰 끌어내려는 원숭이 손 치워내며) 일루 와라 지금.
(인상 구겨지며 버럭) 바쁘긴 뭐가 바뻐 백수가! 지금 당장 와! 오면 서인하 어딨는지 가르쳐줄게! (다시 환해져서) 그럴래?
어, 그래, 그럼 와서 다시 전화해.
끊고, 신나서 원숭이 와락 안았다가 으으으으!!! 두 주먹 불끈 쥐고 좋아하는 지호.
원숭이, 같이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다가, 지호의 볼에 뽀뽀 쪽!
지호 : (순간 표정 사정없이 일그러지며) 야! (팍팍 닦아내는데서)
S#29. 칠리칠리 안 (D)
초상집 분위기로 앉아있는 가게 식구들.
동만 : (에슈슈슈슈--- 심난한 한숨 내쉬는)
한여사 : (버럭) 아, 어디 초상났어!
동만 : 엄마 깜짝이야. 아, 초상난거나 진배 없지 뭘 그래요. 가게가 죽게 생겼는데.
가게에 바친 내 열정과 자존심두 같이 죽게 생겼는데에.
시봉 : 나 참, 세상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딨데? 사전 양해도 없이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아?
그 사장인지 오장인지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한여사 : (심난한) 뭐하는 놈인지 몰라 물어? 돈 받아 갈 때나 찔끔 얼굴 비치는 사장,
그나마 매상 떨어지니까 더 이상 이 가게에 별 볼일 없어졌다는 얘기잖어.
선 :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일동 : ? (선이 보고)
시봉 : ? 왜 그래? 니가 주먹 쥐고 일어서면 어쩔건데?
선 : (그대로 나가는)
일동 : ? (보는데서)
S#30. 청담동 거실 (D)
민여사, 혼자 생각에 잠겨 찻잔을 내려다보고 앉아있고.
효태 : (그런 누나 눈치 살피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저, 저기 말이요 누님...
민여사 : (효태 안 보는 채로 찻잔 집으며) 할 말 있으면 얼른 하구 가. 성가셔.
효태 : 아, 아까 그 레스토랑 말인데... 그, 그거 실은 내가...
민여사 : ? (본다)
효태 : (그 시선에 차마 말 못하고 머리 벅, 긁으며) 어휴...미치갔네 진짜..
민여사 : (짜증) 뭐야. 무슨 말인데 내놓질 못하구 삼켜 자꾸. (하는데)
가정부 : (문 밖에서) (E) 글쎄 안 계신다는데 왜 자꾸 이래 아가씨.
민, 효 : ? (현관 쪽 보고)
선 : (E) 글세, 저희 가게 사장님이 여기 계신다는거 알구 왔다니까요.
효태 : ! (순간 누나 한 번 보고는, 후다닥 방으로 도망가고)
민여사 : ! (또 사고 쳤구나, 머리 감싸 쥐고 골치 아픈데)
선 : (마침내 현관으로 들어서고)
가정부 : (뒤 따라 튀어 들어오며) 이 아가씨가 근데. (하다가 민여사 보고 멈칫)
민여사 : (골치 아픈) 뭐예요? 뭔데 이렇게 소란스러워요?
선 : (대답 하려는 가정부 대신 민여사 앞으로 나서며)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야무지게 보는데서)
S#31. 동물원 입구 (D)
뛰어오고 있는 지호.
지호 : (저만치 차 옆에 서서 막 담배 꺼내 물고 있는 태빈을 발견하고는 환해져서 달려가며) 김태비이이인------!
태빈 : ? (불 붙이려다가 돌아봄과 동시에)
지호 : (태빈의 목을 한팔로 확 낚아채서 조르며) 언제왔어? 응? 언제왔어?
태빈 : (켁켁대며) 야야. 이거 놓구 얘기해. 이거 안놔? 안놔? 안놔?
지호 : (목 풀어주고 태빈 이리저리 홱홱 돌려보며) 선물은? 선물 안 사왔어?
태빈 : (목 좌우로 움직여서 뼈 맞추며) 촌스럽게 선물은 무슨.
지호 : 안사왔단 말야 그럼! (노려보다가 문득 태빈의 차 위에 올려져 있는 장미 다발 발견) ! (다시 환해지는)
오우, 김태빈. 꽤 낭만적인 아이디언데?
태빈 : ? 뭐가?
지호 : (찌이익- 웃으며) 에이이이--- 답지않게 능청은. (차 위에 꽃다발 내려 갖고 오며 못찾을 줄 알았지? 쯧! 웃는)
태빈 : (꽃 보고 벙쪄서 손으로 가리키며) 어?
지호 : 어유우-- 저 능청떠는거봐. (볼 잡고 흔들며) 귀여워 죽겠어.
태빈 : ??!!! (벙찌고 황당해서) 야! (해놓고는 기막혀서 웃음이 다 나오며) 하, 참, 기가 막혀서, 너 많이 컸다 응?
지호 : 그걸 이제 알았냐?
태빈 : 냐? 오빠 친구한테 냐? (머리 꽁 쥐어 박으며) 내가 임마, 너 요만할 때 기저귀 차구 다니는거 까지, (본 사람이다 하려는데)
지호 : (O.L) 기저귀 떼구 걸음마 뗀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그 타령이냐? 촌스럽게.
태빈 : 이 자식이 근데 시종일관 반말이네 오빠친구한테.
지호 : 하루이틀이야? 적응 좀 해라 이제. (팔짱 확 끼며) 가자. 내가 꽁짜루 동물원 구경시켜주께. 오빤 내 덕에 주차비두 공짜야.
태빈 : 하, 참! 나, 참! (기막힌 표정으로 끌려가는데서) (* 이하 S#62까지 장미다발은 지호가 계속 들고 다님)
S#32. 동물원 몽타쥬 (D)
- 태빈 끌고 다니며 여기저기 구경시켜주고 있는 지호.
- 동물 앞에서 온갖 학문적 지식을 동원해 신나서 설명해주고 있는 지호. 실컷 설명해주고 재밌지? 하고 돌아보면,
태빈 지나가는 늘씬한 여자 감상하며 미소짓고 있다.
지호, 얼굴 확 구겨지며 손으로 태빈의 배를 퍽 친다.
태빈 윽! 배 움켜쥐고 앞으로 푹 꺾어지면 질질 끌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지호.
- 팬더 앞. 팝콘 먹으며 구경하고 있는 태빈과 지호.
- 원숭이 앞에서 서로 너 닮았다고 장난 치며 웃기도 하고.
- 야외 호프집, 공중에서 경쾌하게 부딪히는 두 개의 호프잔. 시원하게 들이키는 지호와 태빈의 모습에서.
민여사 : (E) 미안하지만 사람을 잘못 찾아왔군요.
S#33. 청담동 거실 (D)
민여사와 마주 앉아있는 선.
민여사 : 말했지만 그 일은 이제 나나 민사장 소관이 아니예요.
선 : 하지만,
민여사 : (O.L) 난 정식으루 제안을 했구, 결정은 그 쪽에서 내려요. 안됐지만 그 쪽에서 결정을 내릴 때 까지 기다려봐요.
(일어서려는데)
선 : (O.L) 사모님이 아드님을 설득시켜주시면 안될까요?
민여사 : (좀 어이없어서 본다)
선 : 아드님이 오늘 아침 가게루 사람을 보냈어요. 좋아요, 가게 문 닫을 수 있어요.
그렇담 사전에 먼저 저희에게 통보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우리가 무슨 철거민두 아니구 문제의 당사자는 뒤루 쑥 빠지구,
전혀 상관없는 사람 보내 행패를 부리는건, (예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민여사 : (좀 짜증스러워서) (O.L) 이봐요 아가씨. 우린 지금 자선사업을 하는게 아니예요.
오너와 종업원의 관계두 수지타산이 맞아야 존재하는거라구요.
선 : 네?
민여사 : 얘길 들어보니 그 가게 매상이 별루 좋은 성적은 아니라구 하드군요. 누굴 설득해 달라는 부탁은,
의욕을 갖게 할 만한 이윤을 창출한 다음에 와서 해야할 말 아닌가요?
선 : (본다)
민여사 : 사람을 보냈건, 행패를 부렸건 난 모르는 일이예요. 당사자들 끼리 해결보세요. (들어가고)
선 : ... (냉랭한 반응에 할말을 잃는)
S#34. 거리 (D)
시무룩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자전거 끌며 걸어오고 있는 선.
문득 그 자리 우뚝 멈춰서는 선.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렇게 좋은 날 실직이라니....
푸욱, 한숨 내쉬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S#35. 선이네 집 (D)
맥없이 들어오는 선. 터덜터덜 주방 쪽으로 가서 냉장고문 열고 생수병 꺼내들다가,
어떤 느낌에 테이블 쪽을 보면, 거기 놓여있는 소포꾸러미.
가만히 꾸러미를 들어서 보는 선, 낯익은 주소와 함께 '유세훈'이라는 이름.
순간 구겨져 있던 얼굴 환해지면서 서둘러 선물을 풀러보는 모습 위로,
세훈 : (E) (밝게) 잘 지내고 있니? 아빤 잘 지내고 있단다.
S#36. 세훈의 까페 (D)
세훈의 까페 밖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손님들.
안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주전자와 머그잔 두어개 들고 나와 커피 서비스 하고 있는 세훈.
안면 있는 손님들인지 이야기 나누며 사람 좋게 웃는 세훈의 모습.
세훈 : (E) 까페는 가을이 시작되면서 손님들로 북적대고 있단다. 작년에 왔던 손님들이 가끔 네 안부를 물어오면,
'내 딸은 지금 씩씩하게 혼자 사는 연습을 하는 중'이라고 자랑을 하지.
S#37. 세훈의 주방 (D)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고 있는 찌개.
다 끓은 찌개를 들고 테이블에 와서 올려놓고 혼자 식사하는 세훈.
세훈 : (E) 열심히 요리를 배워서 올해 안에 레시피 백개를 채우겠다던 결심은 잘 진행되고 있니?
S#38. 선이네 집 (D)
행복한 표정으로 세훈의 편지를 읽고 있는 선.
옆에는 뜯어진 포장 속에 언뜻 보이는 폴라로이드 사진기와 사진들.
세훈 : (E) 설마 벌써 힘들어서 포기하거나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건 아니겠지?
선 : (순간 우울했던 표정 얼른 바꾸며) 전혀요!
세훈 : (E) 원하는 모든 것을 가슴 속에 담을 수 있는 써니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일 선물을 골라봤다.
선 : (포장지 속에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어서 미소로 보는)
세훈 : 네가 만든 요리나, 아름다운 풍경,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한 번 담아 보렴.
선, 포장지 속에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어서 미소로 본다.
세훈이 보낸 몇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꺼내 넘겨보는 선.
까페 앞 호수의 풍경, SUNNY라는 이름이 새겨진 까페 내의 의자.
친한 손님들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찍은 세훈의 사진 등...
세훈 : (E) 힘든 일 있어도 언제나 밝고 씩씩하게, 알지?
선 : (세훈 사진 보며, 씨익 웃는 두 눈에 살짝 눈물이 고이는데)
시봉 : (E) 눈물 없인 못 봐주겠다 진짜.
선 : ? (돌아보면)
시봉 : 얼씨구. 너 우냐 지금?
선 : 울긴 누가아. 근데 넌 집 비워두구 어디 갔다 오는거야?
시봉 : (캔맥주와 안주거리 들어있는 편의점 봉투 흔들어 보이며) 아쉽지만 우리 끼리 생일파티, 오케이?
선 : (환하게 웃으며) 오케이!
공중에서 건배! 경쾌하게 부딪히는 두 개의 맥주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시봉과 선, 테이블 위에 안주 늘여놓고 맥주 마시고 있다.
시봉 : 크! 좋다.
선 : 크! 좋다.
시봉 : (맥주 캔 뺏으며) 야야. 넌 먹는 시늉만 하라니까. (당근 쥬스캔 놓아주며) 넌 이거 먹어 이거.
선 : 에이. 치사하게 왜 이러냐. (도로 뺏으며) 생일이니까 좀 봐주라. (마시고)
시봉 : 술도 못먹는게 암튼. 그래에. 맘대루 해라. 맘대루 해. 대신 혀 꼬부라지는 그 순간 부터 다시 압수야. (마시고)
선 : ... (그런 친구 미소로 보는)
시봉 : (안주 집으며) 뭐야 또. 그 느끼한 미소는.
선 : 고마워 시봉아. 니네 집에 같이 살게 해주구, 좋은 일자리두 구해주구... 나 너 아니었으면 독립 같은 거 꿈도 못 꿨을꺼야.
정말 고마워.
시봉 : ... (보는)
선 : 아, 맥주맛도 좋고, 정말 행복하다!
시봉 : ... (보다가 나즉이) 선이야...
선 : (씩씩하게) 왜.
시봉 : (머리 꽁 쥐어 박으며) 행복하긴 쥐뿔이 행복하냐? 생일날 짤린 주제에.
순간 낄낄낄 웃는 두 아이. 야 마셔마셔, 건배 건배, 분위기 무르익는다.
S#39. 태빈의 오피스텔 (D)
양 손에 맥주와 안주거리 든 편의점 봉투 들고 들어오는 인하.
인하 : (풀다 만 태빈의 짐가방 보고는 반가운 듯 씨익 웃으며) 차식, 정말 왔구만....
웃고는 주방으로 가서 식탁 위에 장봐온 것 올려놓고. 맥주 꺼내 냉장고에 집어넣는 모습 위로,
태빈 : (E) 뭐야? 그럼 그 자식 정말 신문사 관뒀단 말야?
S#40. 야외 오프집 (D)
맥주 마시고 있는 태빈과 지호.
지호 : (맥주 마시며 끄덕끄덕) 그렇다니까.
태빈 : 니네 오빤 왜 그러냐 도대체?
지호 : 원래 그 인간 사는 방법이 그래. 아둥바둥이 없어. 아둥바둥이.
태빈 : 어짜피 짧은 인생, 내일 일은 생각말고 하구 싶을 때, 하구 싶은 일 하며 즐겁게 살자?
지호 : 맞어. 세상일에 완전 해탈했다니까.
태빈 : 이유가 뭐래? 사직서에 올린 공식적인 이유는 있을꺼 아니야.
지호 : 포토라인이 없는 곳에서, 눈이 아닌 마음으루 볼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대. 심오하지?
서인하가 쓰는 말에 대부분은 외계어야 외계어.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여보세요?
인하 : (F) 어 오빤데, 너에게 빅뉴스이자 굿뉴스가 있다.
지호 : 뭔데.
인하 : (F) (굉장한거 가르쳐준다는 식으로) 김태빈 귀국했다. 몰랐지?
지호 : (가소롭다는 듯 웃다가 과장되게) 어머나 정말? 언제?
S#41. 태빈의 오피스텔 (D)
인하 : (에이프런 두르고 안주용 야채 썰면서 전화하고 있는) 긴말 할 거 없고, 너 지금 당장 태빈이 잡아서 오피스텔루 와.
(썰던 야채 하나 와삭 씹으며) 내가 전화했다는 말 하지 말구.
지호 : (F) 왜?
인하 : 왜긴 왜야. 그게 서프라이즈 파티의 기본이잖아.
지호 : (F) 오케이! 알았어. 근데 앞치마가 아주 잘 어울리는데? (웃으며 끊고)
인하 : ? (얼껼에 입고 있는 에이프런 내려보며) 어떻게 알았지?
S#42. 야외 호프집(D)
지호 : (핸드폰 집어 넣으며 낄낄 웃는)
태빈 : ? 누군데 그래.
지호 : 으응. 동료 인턴. 보나마나 퇴근두 안하구 오랑우탄 먹이 준비하구 있을거 같아서 칭찬을 좀 해줬지.
태빈 : 나 참. 무슨 오랑우탄 먹이를 그렇게 지성으루 준비하냐.
지호 : (몰래 웃으며) 굉장히 친하거든 둘이. (잔 비우고 일어서며) 가자.
태빈 : 어딜?
지호 : (팔 잡아 끌며) 따라와 보면 알아.
S#43. 선이네 거실 (저녁)
적당히 취해있는 선이와 시봉. 가게 일로 흥분해서 목소리 높이고 있다.
시봉 : 막말루 사장이 우리 가게를 위해서 한 일이 뭐냐고 도대체에. 생긴건 꼭 쇼트닝에 튀겨낸 삼겹살처럼 느끼하게 생겨갖구말야.
선 : (쿵짝이 맞아서) 맞아 맞아.
시봉 : 투자를 해야 이윤이 생기는거 아니겠어? 그래 안그래?
선 : 그렇지 그렇지. 내가 청담동을 딱 가봤더니 이건 가게에 대한 애정이 전히여 없드라구.
시봉 : 전히여?
선 : 전히여! 내가 아드님 좀 설득 시켜 주십쇼, 그랬더니 뭐라는지 알어?
시봉 : 뭐라는데?
선 : 그럴 수가 없다는거야!
시봉 : 우와, 진짜? 야야. 안봐두 판박이다 판박이. 그 아들두 똑같은 놈일꺼야.
선 : (당연하다는 듯) 가게에 사람 보낸거 보믄 모르겠냐?
시봉 : (헝! 코웃음 치며) 그 뿐이면 괜찮게? 아까 주방 아줌마가 직접 그 젊은 사장 놈을 만나러 갔는데,
문 딱 걸어 잠그구는 어디루 튀구 없더라는 거야.
선 : (의외다) 아줌마가?
시봉 : 그렇다니까. 귀찮은 일은 똘마니놈 시켜 해결보구, 자기는 저만치 물러 앉아 떨어지는 가게 날루 먹겠다는 수작 아니야 그게.
선 : 그 사람 집이 어딘데?
시봉 : 안돼. 아줌마가 너한텐 절대 가르쳐주지 말랬어.
선 : 왜?
시봉 : 청담동까지 한걸음에 푸르르르 달려갔던 애잖아 너. (일어나서 화장실 쪽으로 가며) 가게 근처 오피스텔이야 식은죽 먹기루
달려가지 않겠냐는거지. (화장실로 아웃되고)
선 : (순간 눈빛 반짝)
S#44. 화장실 (저녁)
허리춤에 손 올리고 들어와 변기쪽으로 이동하며,
시봉 : 너 또 흥분해서 뛰어가면 괜히 일만 더 망치구 좋을꺼 하나 없다구 절대 말해주지, (하다가 헉! 입막고 후다다닥 뛰어나가는)
S#45. 선이네 거실 (저녁)
시봉, 들어와 보면 선이 벌써 나가고 없다.
후다닥 베란다 쪽으로 가는 시봉.
S#46. 선이네 집 앞 (저녁)
세워놓은 자전거에 올라타고 있는 선. 달리기 시작하는 선이의 자전거.
시봉 : (뒤늦게 베란다 문 열어보고는) 써니야! 야 유썬! (어휴, 미치겠고)
S#47. 오피스텔 건물 앞 (저녁)
선이 자전거 대충 세워놓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S#48. 오피스텔 안 (저녁)
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들어와 안내대의 경비 아저씨 앞으로 간다.
선 : 아저씨, 사람을 찾아왔는데요. 방홋수를 잊어버려서 그러거든요?
경비 : ... (아래 위로 살피며) 이름이 뭔데요?
선 : 그러니까, 이름이요, (이름을 알 리가 없다) 이름이 그러니까...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받으며) 여보세요?
시봉 : (F) 707호실. 이름은 김태빈이란다.
S#49. 선이네 거실 (저녁)
시봉 : (포기한 심정으로 전화하고 있는)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만, 너 할말 못하면 체하는 사람이라 알려주는거야.
어두워지니까 조심하구 이 웬수야.
S#50. 오피스텔 건물 안 (저녁)
선 : (핸드폰 탁 잡고는 경비에게) 707호실 가려면 저거 타는거 맞죠? (대답도 안듣고 승장기 쪽으로 척척 가는)
경비 : (벙쩍어서)
S#51. 태빈의 오피스텔 (저녁)
주방에서 안주용 야채와 햄 볶고 있는 인하.
S#52. 오피스텔 복도 (저녁)
승강기 문 열리고 내리는 선. 거칠 것 없이 707호실을 향해 간다.
S#53. 태빈의 오피스텔 (저녁)
볶은 야채 하나 집어 먹어보는 인하. 매우 흡족한 미소로 고개 끄덕이고, 올리브오일 첨가하는데 벨소리.
인하 : (태빈과 지호인줄 알고 씨익 웃으며 문쪽으로 가는)
S#54. 태빈의 오피스텔 앞 (저녁)
인하 : (쨘! 문을 열며) 서프라이즈! (하는데)
선 : (다짜고짜) 김태빈씨, 앞 뒷말 다 짜르고 본론만 얘기 할께요. 아무런 사전 예고, 사전동의도 없이!
직원들을 길바닥으로 내모는건 머리와 심장이 있는 사람이 할 행동이 아니라구 생각해요.
인하 : (벙쪄서) 아니 저기, 실례지만...
선 : (O.L) 네! 실롄지 알지만 최대한 언어를 걸러서 말하구 있는 중이니까 진지하게 들어줬으면 해요.
인하 : (얼껼에 입 다물고) 예...
선 : 가게 매상이 좋지 못한거 인정해요. 하지만 그게 가게 식구들의 열과 성의가 모자라서 생긴 결과는 아니잖아요?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덴 콩난다구,
인하 : 팥 심은덴 팥이 나죠.
선 : (짧게 당황) 아, 암튼! 코,콩이든 팥이든 투자가 있어야 이익이 있고, 이익이 있어야 발전이 생기는거 아니겠어요?
인하 : ... (귀엽다. 피식 웃으며) 그렇죠.
선 : 근데 우리 오너는 지금껏 제대루 된 투자를 한 적이 한 번두 없어요. 재료를 구입하는 물품 거래처만 해두 그래요.
질이 낮구 불량품이 많으니 바꿔달라구 해두, 거기서 무슨 콩고물을 얻어 드셨는지 초지일관 무시였구,
그래두 우리 가게 식구들 불평불만 없이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구 최선을 다했어요.
인하 : 저런.
선 : 가게 문 닫겠다는 말, 철회시켜 주시고, 직접 맡아서 과감하게, 의욕을 갖구 경영해보세요.
우린 최고의 파트너가 되드릴 준비가 되있어요. 절대 후회 안 하실 거예요. 만일 거절한다면 우리두 가만히 있진 않겠어요.
인하 : 다 했어요?
선 : (씩씩대며) 대충요.
인하 : 근데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이 아직 안 왔거든요?
선 : ! (입 떡 벌어지는 데서)
S#55. 오피스텔 건물 앞 (N)
택시 와서 멈추고, 장미다발 들고 내리는 지호.
태빈 : (뒤이어 내리며 벙찐) 여긴 우리 집이잖아.
지호 : 누가 아니래?
태빈 : 여긴 갑자기 왜.
지호 : (태연스레) 왜긴 왜야. 술도 한잔씩 마셨겠다. 우리 둘 두 성인이겠다, 그 다음은...
태빈 : ? 그 다음은.
지호 : (짐짓 은밀한 눈빛으로) 그걸... 내 입으루 꼭 말해야 돼? (앞서 가고)
태빈 : ??? (했다가) !!! 야야야. (기막혀서 뒤 쫒아가는)
S#56. 태빈의 오피스텔 (N)
선, 챙피해 죽겠는 표정으로 혼자 거실에 앉아있는데 울리는 핸드폰.
선 : (얼른 받아서 주방 쪽 살피며 작게) 여보세요....?
시봉 : (F) 어떻게 됐어? 만났어? (하는데)
인하 : (머그잔 두 개 들고 주방 쪽에서 나오며) 이 친구가 좀 늦네요.
선 : 야 끊어. (핸드폰 탁 접어서 테이블 위에 놓고, 머그잔 받으며) 저,저기. 저 그냥 가두 되거든요...?
인하 : 무슨 소리예요. 할말은 맘 먹었을 때 바루 해버려야 돼요. 아, 좋은 방법이 있다.
(하고 핸드폰 꺼내 단축키 눌러 선이에게 주는/선이와 같은 모델의 핸드폰)
선 : ? (보면)
인하 : (웃으면서) 아까 한말 그대루 할 수 있겠어요?
S#57. 오피스텔 입구 승강기 앞 (N)
태빈 : 야야야. (막 승강기에 타려는 지호 겨우 낚아채고는) 하! 참, (기막힌 웃음) 이 자식 봐라 이거.
지호 : 왜에. 술도 한잔 씩 마셨겠다, 우리 둘 다 성인이겠다, 그러니까 당연히 그 다음은,
태빈 : (O.L) 그래! 그 다음은!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여보세요? 여보세요? (반응 없자) 아, 오늘 얘(핸드폰)까지 왜 이러냐 진짜,
(하고는 핸드폰 덮고 지호에게) 그 다음은 집에 가는거야. 이 자식이 오빠 친구 상대루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도대체.
지호 : 오빠야 말루 친구 동생을 상대루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지금. 술도 한잔 마셨겠다, 둘다 성인이겠다,
점잖게 차나 한잔 마시자는 소리두 못해? (놀려먹는 거다)
태빈 : (기막혀서 허! 웃는데 울리는 핸드폰, 버럭) 여보세요!
S#58. 태빈의 오피스텔 (N)
인하 : (자기가 더 재밌어서 눈빛 반짝이며 선이쪽 보고 있고)
선 : (도저히 신경쓰여서 통화할 수가 없다. 핸드폰 접는)
인하 : (실망하며) 왜요? 안 받아요?
선 : 아니 저...저 그게 아니라. (보며) 아,아까 다 들으셨으면서 또 들으시게요?
인하 : 네? (했다가 !!) 아아. 알았어요. 죄송해요. (웃으며 주방 쪽으로)
선 : (순간 으...눈 감았다가 살금살금 문쪽으로 가서 문 살짝 열고 빠져나가는)
인하 : (나오며) 저기, 커피가 싫으시면 다른 거, (했다가 도망간거 알고 웃는)
S#59. 오피스텔 복도 (N)
선 : (빠져나와 살금살금 걸어오다가, 어느순간 퍽퍽! 걸어 승강기 쪽으로 가며) 으으... 미쳐. 내가 미쳐.
(참고있던 쪽팔림 한꺼번에 몰려드는 기분이다)
S#60. 승강기 안 (N)
나란히 서있는 태빈과 지호(장미다발 들고있는).
지호 재밌어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계속 큭큭 웃는다.
지호 : 암튼 누가 플레이보이 아니랠까봐 엉큼하긴.
태빈 : (지쳤다) 그래에... 아주 갖구 놀아라 놀아. 놀다가 제 자리에만 갖다 놔.
지호 : (웃으며) 오빠.
태빈 : (귀찮다. 건성으로) 왜에. (하는 순간)
지호 : (와락 덤벼 들어 태빈의 목 안고 키스한다)
태빈 : ! (놀라서 버둥거린다)
S#61. 승강기 앞 (N)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있는 선. 생각할수록 챙피한지 혼자 으으...
눈 감았다가, 머리도 신경질 적으로 한 번 팍, 헝크러트렸다가, 어휴... 가슴도 한 번 치는데,
도착하는 승강기. 들어가려 한발 딛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리는 선.
승강기 구석, 키스하고 있는 지호와 태빈.
선 :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있는)
태빈 : ? (보다가 선이와 시선 정면으로 부딪히는)
선 : ! (오히려 자기가 더 화들짝 놀라 흡! 호흡 들이키다가 딸꾹!)
지호 : ? (그 소리에 돌아보고)
선 : (민망해서 얼른 딸꾹질 나오는 입 막고 후다닥 벽에 기대 숨고)
으... 눈 질끈 감고, 손으론 입 막고 서있는 선.
승강기에서 나와 선이 앞을 지나가는 태빈과 지호.
선 : (다 지나갔겠지...? 눈 한 쪽씩 차례대로 슬쩍슬쩍 떠보는)
태빈 : (가다가 문득 뒤 돌아보는)
선 : ! (태빈과 시선 마주치자 다시 딸꾹! 얼른 입 막고 승강기에 올라 타서는 문 닫는)
태빈 : (재밌어서 웃는)
S#62. 태빈의 오피스텔 (N)
벨소리 들리고, 인하 얼른 나와서 문 연다.
들어오는 태빈과 지호.
인하 : (짐짓 표정 없이) 어, 왔냐.
태빈 : (김새서) 어, 왔냐? (지호에게) 이게 지금 서프라이즈 파티의 자세냐?
지호 : (한술 더 떠) 서프라이즈하구만 뭘.
태빈 : (어이없어서) 나 참, 슬리퍼 끌구 요 앞 수퍼에 달걀사러 갔다가 돌아온 기분이구만. (터덜터덜 들어가는데)
인하 : (씨익 웃으며 뒤에서 폭죽 터뜨리고)
태빈 : (헉! 놀라서) 깜짝 놀랬잖아 임마!
인하 : 자알 왔어 김태빈! (팔 벌리고)
태빈 : (챠! 웃으며 팔 벌려 안는데서)
S#63. 칠리칠리 앞 길 (N)
선 : (자전거 끌고 가며 궁시렁 거리고 있는) 아침엔 꽃 잃어버려, 점심엔 졸지에 실업자 돼,
저녁엔 술 먹구 첨보는 남자한테 꼬장부리다 망신 당해... 으으... 완전 엽기적인 하루다 진짜.
한숨 쉬며 고개 드는데, 아직 불을 밝히고 있는 칠리칠리.
선, 창문 가까이 가서 보면 혼자 테이블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한여사.
선 : ...? (보는데서)
S#64. 칠리칠리 안 (N)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는 한여사와 선.
선 : (피식 웃으며) 저 정말 바보 같죠? 괜히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들구...
한여사 : (웃으며) 복잡해질 게 뭐 있어. 정작 열쇠 쥐구 있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두 못했다면서.
선 : 실은 아줌마가 직접 김태빈이라는 사람 만나러 갔다는 소리 듣구, 저 좀 자극 받았었나봐요.
술김이었지만 할 말은 다해서 속이 좀 후련해요.
한여사 : (웃고) 선이 너는 왜 그렇게 이 가게에 집착하니? 젊은 사람들, 금방 다른 가게 찾아 떠날 수두 있을텐데.
선 : 집착이 아니라 애정이예요. 그냥 좋아요. 여기 사람들이.
한여사 : ... 염려마. 잘 될꺼야. (미소로 보다가) 어디보자아... 지금 쯤이면 태빈이가 들어와 있겠지?
선 : ? (태빈이...?) 아줌마 그 사람... 잘 아세요?
S#65. 태빈의 오피스텔 (N)
500CC 맥주잔에 장미다발 꽃혀있고.
인하가 만든 안주와 함께 술마시고 있는 세사람.
태빈 : 암튼 넌 통신예절이 안 돼 있어. 너하구 연락하려면 산 꼭대기 올라가 봉화 피우는게 더 빠를거다 아마.
인하 : (느긋하게) 기다림이 길면 만남의 기쁨도 큰 법이야.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있다니까?
태빈 : (테이블에 놓여있는 인하 핸드폰 턱짓하며) 그 핸드폰이 울리는 역사적인 날도 있냐? (하는데 인하 핸드폰 울린다)
지호 : 울리네. 오늘 국기 게양해야겠다.
인하 : (핸드폰 받는) 여보세요?
시봉 : (F)(취한) 야, 유 썬! 내가 무슨 서커스단이냐?
S#66. 선이네 거실(N)
TV 화면엔 노래방 화면과 반주 흘러나오고 있고, 바닥엔 찌그러진 캔맥주 몇 개 쓰러져있다.
시봉, 혼자 노래부르고 있었는지 한 손에 마이크 들고 전화중.
시봉 : 니 생일파티에 왜 나 혼자 북치구 장구치구 다해야 되는 건데? 빨랑 와! 빨랑! (팍 끊고는 화면 보며 계속 노래 부르는)
S#67. 태빈의 오피스텔 안 (N)
인하 : ??? (끊긴 전화 벙쪄서 보고)
지호 : 누구야?
인하 : 잘못 걸렸나본데? (핸드폰 내려놓다가 어떤 느낌에 문득 액정화면을 보면, 'YOU SUN!' 이라는 이름.
순간 사태 파악 되면서 웃는)
지호 : 왜 웃어? (하는데 이번엔 태빈의 핸드폰 울리는) 경사났네. 완전 국경일이구만 오늘.
태빈 : (핸드폰 받는) 여보세요? (했다가 얼른 예의 바르게) 아 예, 그 동안 안녕 하셨어요? ...아아. 그러셨어요.
전 아직 거기 계신지 몰랐습니다... 지금요? (시계 보고) 아니예요. 자긴요.. 예. 그럼, 지금 금방 찾아뵙겠습니다. 예. (끊고)
지호 : 누구야?
태빈 : 여자. (일어나서 잔에 꽃혀있던 장미다발 뽑아내며) 나 잠깐 나갔다 오께.
지호 : 김태빈! 그 꽃 내꺼잖어! (태빈 대꾸없이 나가면) 오빤 친구가 되서 저 바람둥이 기질 좀 못 고쳐 줘? (하며 인하 보면)
인하 : (혼자 다른 생각에 빠져 웃고 있는)
지호 : (짜증) 뭐야? 오늘 두 남자 다 상태가 왜 이런건데.
인하 : 야, 너 얼른 저기 CD 뒤져서 생일축하 음악 하나 골라와봐.
지호 : 뭐?
S#68. 칠리칠리 안 (N)
선 : 아무래도 내가 있음 도움이 안 되겠죠? (일어서며) 전 그만 가볼께요.
한여사 : 그래. (일어서며) 시봉이가 기다리겠다. 조심해서 들어가.
'갈께요' 꾸벅 인사하고 문 쪽으로 가는데,
바깥 쪽에서 먼저 문 열리며 장미다발 들고 들어서는 태빈.
선 : (못 알아보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태빈 : (알아보고 피식 웃으며 반말로) 딸꾹질 멈췄네 이제?
선 : ! (돌아 보는데 문득 그 시선에 꽃다발이 들어오는) 어? 그 꽃!
태빈 : ? (꽃다발 보고)
선 : (태빈의 손에 들린 꽃다발 이리저리 뒤집어 보며 확인하다가, 자기가 잃어버린 꽃이라는 걸 확신하고 흥분해서) 이 꽃!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여보세요?
인하 : (E) 생일축하합니다.
선 : ? 누구세요?
인하 : (E) 핸드폰 주인이요.
선 : 네? (문득 핸드폰 확인. 액정 화면에 서인하) 어머나!
인하 : (E)(흉내) 어머나.
선 : 이,이이게, 어,언제 바꼈지?
태빈 : (못말리는군, 설레설레 웃고는 들어가서 한여사에게 인사하는)
선 : 아, 저, 그,그게, 제가 정신이 없어서... (하다가 벙찐) ? 근데 오늘이 제 생일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태빈 : ? (생일이란 말에 돌아보는)
S#69. 태빈의 오피스텔 (N)
인하 : 글쎄요... 어떻게 알았을까요? 디게 희안하죠?
지호 : (안주 씹으며 한심하게 오빠 쳐다보고 있는)
인하 : 어때요? 낯선 사람한테 생일 축하받는 기분이?
S#70. 칠리칠리 안 (N)
선 : (애매하게 웃으며) 그,글쎄요...잘... (하는데 문득 그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꽃다발, 에? 벙쪄서 보면)
태빈 : (꽃다발 내밀고 서서 불쑥) 가져.
선 : ?? (벙쪄서 보는 위로)
인하 : (E) 어쨋든 생일 무지하게 축하합니다.
태빈 : 생일인가 본데 선물이니까 가지라구.
인하 : (E) 자, 그럼 노래를 선물로 드리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인하의 생일축하음악.
선 : ... (꽃을 내밀고 서있는 태빈을 가만히...바라보는)
태빈 : (재밌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한여사 : ? (두 사람을 바라보고)
그들의 모습 한 화면에 잡히는데서.